[기독일보 박용국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상임의장 김상근 목사, 이하 시국회의)가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부조리가 분단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을 기득권 유지에 사용하려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두 번째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회의는 "박근혜 정권이 올바른 통일 정책을 통해 민족의 활로를 찾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를 일구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밝히고, "계속해 정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민족의 분단을 이용하려 한다면 커다란 국민적, 민족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 주장했다.
또 대책회의는 향후로도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밝히고, "이는 박근혜 정권이 하루라도 빨리 마음을 돌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 가기를 소망하는 마음"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정권은 역사의 커다란 저항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다음은 두 번째 시국선언의 전문이다.
[시국선언문] 반평화 · 반통일의 길에서 돌아서라
박근혜 대통령이 “가슴이 타들어 간다.”고 한다. 국민의 가슴도 타들어 간다.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대통령의 가슴이 왜, 무엇 때문에 타들어 가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가슴은 평화와 통일의 문제로 타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반통일적 통일정책 때문에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이에 우리는 안타까움과 분노와 슬픔으로 선언하고 호소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 가고 있는 길에서 즉각 돌이키라! 그 길을 계속 간다면 반민족적, 반통일적, 반평화적 정권으로, 씻을 수 없는 죄과를 남긴 정권으로, 길이길이 역사의 지탄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강대국들의 정치에 의해 분단되었고, 처절한 전쟁을 치렀으며,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남과 북이 서로 극한 대립을 하게 되었다. 그 고통의 세월이 70년을 넘었다. 죽기 전에 북에 두고 온 피붙이 얼굴 한 번만이라도 보고픈 이산가족들의 소원은 한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통일과 평화는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
긴 대립과 불신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지속적이고 일관된 태도로 교류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일 없이는 통일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신뢰프로세스를 내세우며 화려하게 출발했고, 세계가 보란 듯이 드레스덴선언을 하더니, 뜬금없이 통일대박론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들은 화려한 수사에 불과했을 뿐 남북 사이의 관계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나빠졌다. 그간에 이어졌던 모든 교류 협력이 완전히 단절되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을 압박하여 손을 들거나 붕괴하게 만들겠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대책도 전략도 없어 보인다. 이 정권은 통일에 대한 진정성도 일관성도 지혜도 전략도 없이 오로지 대통령의 독선적인 판단과 오기만 있어 보인다. 남북 평화협력의 결과로 작은 통일을 이루었다고 세계가 높이 평가했던 개성공단마저 갑자기 폐쇄하여 이제까지 발전시켜 오던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말았다.
북의 정권이 일관성도 신뢰성도 없기 때문이라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그것은 이전의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제, 정치, 경제적으로 압박하면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고, 사드를 배치하면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머릿속 에만 있는 허구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여러 정부에서 노력하여 쌓아놓은 신뢰와 교류협력의 노력까지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불신과 대립의 와중에도 어렵사리 신뢰와 교류협력의 길을 넓혀왔다.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남북 협력 사업, 남북 공동성명, 남북 정상회담 등이 이어졌다. 하물며 박정희 정권 때에도 7.4 남북공동선언의 성과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성과만이라도 계승하였다면 얼마나 다행이었겠는가?
남북분단이 국제정치의 산물이라는 일반적 인식을 넘어, 오늘의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국제정치가 격돌하는 격전지의 중심이 되었다. 남과 북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위기에 놓여 있다. 사드는 그 무서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폭탄이 되어 우리 손에 들려 있다.
이제 북한의 핵문제는 우리의 능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중·일·러와의 긴밀한 공조와 협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며 독단적인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사드배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압적인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정책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라면 이런 위기를 일관된 자세와 탁월한 통찰력으로 남북 사이의 대립을 극적으로 해소하고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거나, 그럴 상황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 상황을 잘 관리하여 최소한 역대 정부의 노력을 계승하는 역할은 감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국제정치의 격랑에서 이 나라와 민족의 자주권을 지켜내고, 겨레가 하나 되는 길을 열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평화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여긴다. 핵을 포기한다고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핵무기가 없을 때에는 남북 사이에 평화가 있었던가? 통일이 이루어진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통일이 파괴와 혼란을 불러오는 일이 된다면 어찌 평화가 이루어지겠는가? ‘핵무기 포기’, ‘남북통일’은 한반도에 평화를 이루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본말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제 우리는 타들어가는 가슴으로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청한다.
첫째, 평화를 남북관계의 최우선 과제로 삼으라.
둘째, 평화통일을 진전시키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과거 정부의 평화통일 노력의 불씨는 끄지 말라.
셋째, 당국 간의 교류협력이 어렵다면, 민간의 교류협력이라도 허용하라. 남북의 관계는 결코 정부 소관의 일만이 아니다. 그것은 한반도에 속한 온 겨레가 간여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넷째, 사드배치를 포기하거나, 적어도 국회의 비준과정을 통하여 국민 여론을 수렴하라.
본 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의 위치는 헌법이 위임한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멈춘다면 그 자격이 없음을 명백히 인식하기를 바란다. 대북정책, 통일정책은 여론을 광범하게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신중히 결정하라. 나라의 자존과 겨레의 통일은 5년 임기의 대통령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반평화·반통일의 길에서 돌아서라!
2016년 8월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비상시국대책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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