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세계 최대 성서학자들의 모임 제34회 성서국제학술대회(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SBL) 개회식이 3일 오후 4시 연세대학교에서 개최됐다.
개회식에서 발표된 5편의 기조강연에서는 미국과 남미를 대표하는 페르난도 세고비아 교수(Vanderbilt University), 유럽과 유대인, 여성을 대표하는 아달랴 브레너 교수(University of Amsterdam/Tel Aviv University),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제랄드 웨스트 교수(University of Kwazulu-Natal), 미주에서 활동하는 디아스포라 한인 학자를 대표하는 김용환 교수(Hartford Seminary), 그리고 한국의 이영미 교수(한신대)가 단상에 올라 '상황 속의 성서학'에 관해 다양한 시각으로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강연에서 먼저 페르난도 세고비아 교수는 여성신학과 해방신학을 통해 90년대 이후에 발전된 성서학 내에서 최근 큰 흐름을 형성하는 상황화 성서신학-성서의 상황과 독자의 상황을 고려해 성서를 총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성서신학을 재조명했다. 이어 세고비아 교수는 최근 상황화 성서신학이란 말이 마치 유행처럼 광범위하게 사용 중이지만, 실제로는 최근 수년 반절이 없었다고 진단하고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상황화 성서신학을 올바로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론 도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더 나아가 그는 역사 기술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주장했고, 더불어 성서와 성서를 읽고 해석하는 독자 의식에 내재되어 있는 이데올로기 분석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세고비아 교수는 미래의 상황화 성서신학은 각 개별지역의 문제점들을 관통할 수 있는 전지구적 모델에 기반한 성서신학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상황화 성서신학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서 SBL과 같은 모임이 보다 국제적으로 활성화되기를 제언했다.
아달랴 브레너 교수는 최근 20년간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온 상황화 성서신학에 대한 성서학자들의 철저한 자기비판을 역설했다. 성서학 내에서 상황화란 담론(혹은 상황화 담론)의 대두는 성서연구에 암묵적으로 자리 잡고 있던 사회적 그리고 지리적 패권의 비판을 수행함에도 불구, 상황화 담론을 자처하는 상당수의 담론들이 지나치게 편협하게 지역화 그리고 정치화되어 가고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브레너 교수는 상황화 성서신학이 성서와 독자의 상황을 모두 균형있게 다루어야 함에도, 마치 독자의 상황을 타당화 시키기 위해서 성서를 인용하는 수준에서 상황화 성서신학이 천박하게 이해, 적용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와 달리, 그는 성서학에서 이뤄져야 할 바람직한 상황화 성서신학이란 개인과 공동체의 상황과 성서의 상황 사이에서 상호 작용하는 역동성을 조명하는 성서신학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사뭇 다르게, 제랄드 웨스트 교수는 그간 아프리카에서는 성서를 아프리카 고유의 이미지와 닮은꼴로 재구성하는 작업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웨스트 교수에 따르면, 이렇게 성서와 아프리카라는 두 상황을 양 축으로 진행되어 온 아프리카의 성서신학은 줄기차게 성서 자체가 아닌 성서의 수용이라는 제3의 축을 그 화두로 삼아왔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성서가 아프리카의 상황에 맞게 전용(轉用)된 다양한 형태를 이론화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이어 웨스트 교수는 아프리카의 신학사조의 흐름이 문화변용과 탈식민지주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제는 서양의 ‘성’ 담론과 조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웨스트 교수는 신식민주의와 HIV 등과 같은 아프리카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런 문제를 동시에 같이 겪고 있는 아시아와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김용환 교수는 아시아계 한국/미국인으로서, 그의 하이브리드 정체성이 열어준 해석학의 새로운 지평을 공유했다. 그의 경우, 1992년 LA 한인타운 흑인폭동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아시아계 미국인의 절망과 답답함을 계기로 상황화 담론에 입문하게 됐다고 한다. 김 교수는 상황화 성서신학이 학문의 엄밀성을 보다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황화 담론이 개인의 경험을 넘어선 공동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현대사에서 제구그이 그늘 아래 있는 독자는 성서의 구체적인 상황으로서의 제국 - 아수르, 바빌론, 그릭스, 로마 제국 등등 - 에 주목해 성서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영미 교수(한신대)는 먼저 한국의 상황화 담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 구체적인 예로, 기독교의 경전인 성서와 동양의 여러 다른 경전 간 깊이 있는 대화를 역설했다. 과거 대화를 모색했던 토착화 신학(유영모, 김교신)과 민중신학(함석헌, 문익환)의 재조명이 필요함을 또한 강조했다. 서양의 기독교 문화와 동양의 종교와 문화의 진정한 대화를 통한 새로운 성서신학의 시도를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성서학이 기존의 동서양의 학문적 전통과 그 경계를 넘어, 실제 한국인들의 의식구조 안에 형성된 일상언어의 농밀하게 고찰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편 기조발제들 외에도, 7월 7일까지 연세대에서 열릴 이번 대회에서는 '상황 속의 성서학'이라는 주제로 모두 400여 편의 논문발표와 학술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행사에는 전 세계 37개국 성서신학자 5백여 명이 참여하며, SBL은 미국 신학계를 대표하는 학회이지만, SBL 국제대회는 미국 외에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 성서학자들이 모여 매년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교제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했다.
더불어 전날인 2일 감신대에서는 아시아성서학회(SABS)가 열렸다. 한국구약학회와 한국신학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 주제는 "경계를 넘어서 : 21세기 다중사회에서 성서학"이란 주제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및 인권문제, 다문화사회, 신자유주의, 양극화 그리고 민중신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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