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35년 전 독일에서 본 영화인데, 당연히 국내에도 소개된 줄 알았던 영화가 이제서야 개봉된다고 합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영국의 헤럴드 에이브라함과 에릭 리델, 이 두 선수의 기적 같은 레이스 실화를 영상에 담은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불의 전차>는 정말 스포츠 영화의 바이블이자 크리스찬 영화의 고전이라 할만 합니다. 1981년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등 2관왕을 수상한 작품으로 그리스 출신의 작곡가 반젤리스가 만든 OST도 아카데미상의 영예를 안았는데, 영화가 시작되면 화면 가득 드넓은 바닷가가 펼쳐지고 그 해변 위를 마치 로마시대 2륜의 전차들이 달리듯 젊은 건각들이 가장 순수하고도 건강한 모습으로 힘차게 내달리는데 그 뒤로 조금은 느린듯하나 장중한 힘이 느껴지는 OST, 가 귓속을 가득 채웁니다. 이 곡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때도 연주됐고, 국내 CF에도 여러 번 등장해 비교적 익숙한데다 특히 반젤리스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공식 주제가인 도 작곡한 사람이어서 우리에게는 더욱 친숙한 음악가입니다.

1924년 파리 올림픽 100m 예선 경기장에 에릭 리들(Eric Riddle)을 찾는 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당시 에릭 리들은 영국 올림픽 대표선수로 자국의 선발전에서 세계 기록을 갱신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습니다. 그런 그가 올림픽 예선 경기장에 얼굴을 나타내지 않은 겁니다. 그 시간 그는 경기장 인근 스코트커크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100m 예선경기가 열린 날이 바로 주일이었던 겁니다. 그는 그때까지 <주일에는 달리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앙적 다짐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에게는 국가를 대표하는 올림픽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올림픽 경기일정을 확인한 그는 사전에 그 사실을 위원회에 통보했습니다. 에릭의 인품과 선전에 환호하던 언론과 국민들이 그의 결정을 맹렬히 비난하며 심지어 그의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해야 한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에릭은 끝내 자신의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고, 영국 올림픽 위원회는 차선책으로 그에게 400m 출전을 권유했습니다. 그의 주종목이 아니었기에 메달 획득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던 겁니다. 다행히 에릭을 대신해 100m에 출전한 헤럴드 에이브라함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육상 400m는 파리 올림픽에서 가장 핫한 종목이었습니다. 예선에서만 세계 신기록이 두 번이나 경신되고 미국, 스위스 등에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많아 그 어느 경기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종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모든 사람들의 환호성과 눈동자가 에릭에게로 집중됐습니다. 감독은 슬로우 모션과 스톱 모션까지 동원해 그 순간을 실로 숨막히는 드라마로 연출했습니다. 결국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왜소한 에릭이 예선전에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운 쟁쟁한 선수들을 다 제치고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기적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와 전 세계가 깜짝 놀라 <올림픽 경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였다며 그를 칭송했습니다.

하지만 에릭은 또 한 번 그들을 놀라게 합니다. 에든버러에서 열린 한 만찬회에서 그가 <이제 저는 중국으로 선교하러 떠납니다>하고 선언한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선교사 집안이었던 그는 형들의 뒤를 이어 자신도 늘 선교사를 꿈꿔왔는데, 이제 그 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결국 그는 올림픽 영웅으로서의 모든 명예와 부를 다 내려놓고 중국 텐진으로 떠났습니다. 선교라는 새로운 경주의 출발점에 선 것입니다. 그의 사랑에 감복한 많은 중국인들이 십자가 아래로 나왔고, 그는 어렵고 힘든 중국인들에게 복음으로 큰 힘과 희망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이 중국의 일부를 점령하면서 포로수용소에 수감이 되고 그 열악한 수용소 생활에서 병을 얻어 1945년 마침내 에릭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세상을 떠납니다.

올림픽 경기의 마지막 구간에서 나오는 이사야 40:31의 나레이션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해도 곤비하지 아니 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 하리로다> 여느 종교영화와는 다릅니다. 꼭 한 번 관람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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