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동성애자 김조광수 씨(청년필름 대표, 감독)를 초청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소장 정진우)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이야기 마당'(김조광수 감독과 함께 '차이'를 듣다!)이 현장에 들이닥친 反동성애 운동을 하는 성도들의 통성기도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래 인권센터는 저녁 7시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김조광수 씨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회 및 단체들의 성도들이 현장에 다수 들어와 분위기가 서늘했고, 기독교회관 외부에서는 反동성애 집회가 계속되고 있었다. 기독교회관 길 건너편에는 아예 집회신고를 내고 반대 시위가 진행 중이었으며, 경찰도 병력을 동원해 기독교회관 정문을 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하던 중이었다.
그런 대치상황은 8시까지 계속되어 행사는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순간 한 신학생이 단상위로 올라가 "간담회가 7층에서 이미 진행 중에 있다"고 소리치면서 현장 NCCK 실무자들에게 큰 목소리로 항의하게 됐고, 그 순간 상황을 인지한 행사 장 내·외에 있던 反동성애 운동을 하는 기독인들 일부가 7층 교회협 인권센터 사무실 앞 소회의실로 올라가 현장에 진입했다. 이어 이들은 높은 목소리로 항의했고, 김조광수 씨를 앞에 두고 통성기도를 시작했다.
결국 김조광수 씨는 발언을 이어갈 수 없었고, 행사는 중단됐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주최 측은 2층에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어 소수만 모여 7층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김 씨는 약 한 시간 못되게 자신의 동성애자로서의 삶의 여정을 이야기했고, 이제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려는 찰나 反동성애 성도들이 들이닥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때문에 反동성애 운동을 하는 성도들은 7층과 2층에서 주최 측이 자신들을 기망했다면서 거칠게 항의했다. 7층에서의 모임이 조심스럽게 열리던 것이 알려진 것은 현장에 있던 한 신학생이 소셜 네트워크에 행사 진행 사진을 올리면서 타인들이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조광수 씨는 소동이 일어난 후 바로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퇴장했으며, 엄격하게 통제되던 현장 상황은 종료됐다.
7층 대화 현장에는 선택된 교계 언론 3개 사와 일반 언론 3개 사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기자들 역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채 2층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벌어진 일로 항의하기도 했다. 교회협 언론담당은 행사가 2층이 아닌 7층에서 진행된 것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인권센터에서 결정한 일이라 밝히고, 취재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기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김조광수 씨는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심사위원을 하기도 했다. 그는 신나는 센터 이사장으로, 대표작으로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친구사이?" 등이 있으며, "조선명탐정" 시리즈와 "의뢰인"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특히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며 한국에서 처음으로 법정소송을 시작한 동성애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인권센터 측은 "동성애란 반독재 민주화 운동 속에서 인권을 배우고 싸워온 우리에게는 정말 낯선 주제"라 말하고, "누군가 이 문제를 갖고 아파하고 있고, 사회와 교회가 이 문제로 갈등을 드러내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그 동안 우리가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무지했고 무심했는지 새삼 깨닫는다"면서 "그래서 늦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여러 논의와 숙고 끝에 시작된 작은 이야기 마당"이라 했다.
다만 "널리 소문내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용히 우리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성찰하고, 더 깊이 아픔을 느끼며 평화의 길을 찾아보려는 의도"라 했다. 인권센터는 "낯선 주제 앞에서 새롭게 내딛는 발걸음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우려와 기대를 갖고 계시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차별과 혐오가 아닌 사랑과 평화의 길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며 행사 개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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