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2015년, 이슬람국가(IS)는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덩달아 국제사회 이슬람교, 무슬림들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는 어떠한가? 어떤 이들은 이를 이슬람 혐오의 주요 근거로 사용했고, 이 혐오를 이용해 뭔가를 노리는 세력들도 나타났다. 그에 대한 반발일까. 극소수 테러리스트들 때문에 다수 평화로운 무슬림들을 배척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함부로 매도하고 혐오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9일 저녁 서대문 이제홀에서는 평화교회연구소(소장 전남병 목사) 주최로 동 주제의 '3월 월례포럼'이 "EYE CONTACT"이란 제목으로 열렸다. 특히 장세현 연구원(평화교회연구소)은 "무지가 낳은 신화 - 이슬람 혐오: 혐오를 넘어 합력으로"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슬람 혐오를 낳게 된 잘못된 '신화'를 부수고, '희생양'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면서 '만남'을 통한 기독교·이슬람 합력의 길을 제시했다.
장세현 연구원은 "단언컨데 이슬람 혐오는 무지가 낳은 신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슬람 혐오가 발생하는 내용의 상당수는 제대로 된 정보가 없음에서 기인 한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 이슬람 관련 정보들은 서구 사회에서 생산한 경우가 많은데, 이미 오랜 역사 속에서 지속된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오해들이 쌓이고 쌓인 것"이라며 "여기에 한국교회가 혐오를 위한 내용을 더욱 강화시켰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교회는 이슬람을 적대적으로 생각할까? 정 연구원은 먼저 "한국교회뿐 아니라 전 기독교 역사 속에 뿌리 깊게 남은 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그 이유 중 하나라 했다. 더불어 1700년대 이후 일어난 제국주의와 병행된 '제국주의적 선교정책의 영향'을 들었다. 개종을 목적으로 한 선교신학을 이어 받은 한국교회가 이슬람을 개종을 위한 최대의 적으로 상정했다는 것이다.
또 '이슬람의 확장성'도 한국교회가 이슬람을 적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정 연구원은 설명했다. 한국교회가 이슬람이 한국사회에 들어오는 것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 성장세가 이미 멈췄고, 사회 불신만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확장성을 지닌 이슬람이 한국사회에 들어오면서 그 증가세가 눈에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슬람과 기독교가 비슷한 점들이 많은데, 결국 양상은 이단과의 싸움과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 연구원은 더 큰 문제로 "교회가 이슬람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교회 모든 문제는 결국 교회 외부가 아닌 내부의 구조적 모순과 구성원의 문제인데, 교회가 환부를 도려내기는커녕 문제의 핵심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희생양을 찾기 보다는, 내부의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이것이 이슬람 혐오란 신화를 부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는 했다.
장세현 연구원은 '혐오를 넘어 합력'을 위해 먼저 "이슬람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부를 해보라"고 당부했다. 이어 신학교 내에서 시도해야할 것이, "가서 그들을 만나보고 직접 대화를 나눠본 후 그들에게 이슬람의 정신과 내용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갖고 있던 혐오와 신화가 산산조각 날 것"이라며 "그들은 그들의 신앙을 바꾸려는 시도만 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타 종교인과의 대화를 꺼리지 않는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장 연구원은 교회에 제안했다. 현재 상당수 교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고 이슬람 반대를 말하는 현실 가운데, "진정한 기독교 정신은 사랑이고, 사랑을 바탕으로 한 환대에 있는데,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가 이방인을 환대하고 있는지 자기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학자, 목회자들에게도 "이슬람과 기독교는 구원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 다른 부분에 큰 차이가 없다"면서 "상화 보완 속에 충분히 실천적 윤리적 대화와 합력도 가능할 것"이라 했다.
포럼에서는 장세현 연구원의 발표 외에도 우삼열 목사(아산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소장)가 "이주민 혐오와 인종차별"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들을 적시하며 현실 개혁적인 목소리를 냈다. 또 반은기 연구원(평화교회연구소)는 "다양성을 축하하는 평화교육의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4일에는 청어람아카데미(대표 양희송)가 "한국사회의 포비아와 혐오를 생각 한다"는 주제로 김선욱 교수(숭실대 철학과)와 김동문 선교사(이슬람권 선교사, 저널리스트)를 초청, 강연을 듣기도 했다. 김선욱 교수는 "기독교인의 신과 무슬림의 신은 동일한가?"란 주제로 최근 발간되어 관심을 모았던 "알라"(비로슬라브 볼프 저, IVP)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갔고, 김동문 선교사는 "이슬람포비아, 조장인가 실체인가?"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무조건적인 매도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