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기독지성운동의 최전선은 어디인가?"라는 주제로 '제6회 아볼로 캠프'가 시작된 가운데,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가 전한 "가나안 성도에 대한 이해와 대안" 강연은 한국교회가 예수님께서 가장 관심 갖고 계신 '잃어버린 양'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정재영 교수는 여러 통계치를 예로 들어 "대략 100만 명에 가까운 가나안 성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 말하고, "가나안 성도들은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채 교회 밖에서 맴돌던 이른바 ‘명목적인 그리스도인들’이 아니었다"고 먼저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 현상에 대해 "현대 사회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탈현대 사회에서는 집단보다는 개인이 중시 되는데, 이러한 변화에 따라 탈현대 사회에서는 종교성도 바뀌게 된다"면서 “탈현대 시대의 사람들은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은 따르지 않으면서 개인적인 신앙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현대 사회에서 종교는 실존의 문제라기보다는 하나의 기호로 여겨지며, 그것이 갖는 이미지에 따라 선호되기도 하고 배격되기도 한다"고 이야기 했다.
때문에 이러한 개인주의화 경향은 교회의 보이지 않는 교회로서의 특성을 강조하게 됨에 따라 보이는 교회, 역사적 교회, 기성교회를 부정하는 경향을 부추기게 되고, 이는 이른바 “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unchurched chrisitian)을 양산해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가나안 성도 역시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교회를 떠난 이유 중에 절반이 개인적인 문제였고, 응답자의 42.2%는 떠났을 당시 교회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가나안 성도를 단순히 개인주의화된 신앙의 추구로만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교회에 대한 불만도 절반씩 비슷한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라 지적하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학력자, 직분자, 구원의 확신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목회자의 불만 때문에 교회를 떠났다는 응답이 많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교회를 떠나는 것과 같이 중요한 문제를 목회자와 상담할 수 없다는 것도 공동체라고 하는 교회의 큰 허점이 됐다"고 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첫째로 가나안 성도들은 '강요받는 신앙'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신앙의 강요는 신앙 공동체에서조차 소통을 가로막게 된다. 때문에 그는 "이러한 소통의 부재에서 야기되는 문제로 말미암아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틀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 기존 관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교회 구성원들의 주류에 속하지 못해 결국 교회를 떠나게 됐다"고 했다. 더불어 "지식정보화 사회 또는 포스트모던 사회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은 따르지 않으면서 개인적 신앙생활을 하는 경향"도 그 특징으로 그는 지적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가나안 성도들이 모이는 ‘모임’의 특징은 무엇일까? 정 교수는 이곳이 "적은 수가 모여서 공동체적인 환경에서 인격적인 교제를 하고, 리더십을 공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의 예배는 주일 오후의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이고 주일 이외에는 다른 모임이 없다"고 말하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공통점이자 특징은 이 교회들은 예배 후에 그 날의 설교를 나눈다는 것"이라 했다. 특별히 마지막 특징에 대해 그는 "매일 설교에 대해 받은 감동을 나누기도 하고,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며 자기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설교에 대한 비평을 하기도 한다"면서 "기성 교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라 했다.
그러나 정재영 교수는 이러한 "가나안 성도들을 단순히 문제아 취급을 한다든지 불순종자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별 생각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애당초 교회를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고민과 생각들을 마음 놓고 털어놓을 사람들이 없었고, 교회 안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자 결국 교회를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설명했다.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와 신앙생활에 대한 견해에서 "교회 안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교회 안의 다양한 견해에 대한 동의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목회자에 대한 무조건 순종은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 않고, 교회가 공동체라 하더라도 획일적인 전체주의가 아니라 협의와 조정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교회는 이렇게 다양해지고 높아진 성도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정 교수는 "가나안 성도, 가나안 성도들의 교회는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기성 교회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이 기성 교회에 대해 뚜렷한 불만을 가지고 떠난 사람들이고 그들 중에 일부는 기성 교회와 차별성을 갖는 대안적인 교회를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치 중세 교회가 제도화되고 교권화 됨에 따라 수도원 운동이 일어나고 교권이 미치지 않는 사막으로 나갔던 사막 교부들의 모습을 떠올린다"고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가나안 성도, 가나안 교회도 한국 교회가 지나치게 제도화되는 데 대한 반작용이자 비제도권의 교회 갱신 운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이들을 섣불리 교화하려고 하거나 제도권으로 흡수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들의 영적인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을 기성 교회에서 수용함으로써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 된다"고 했다. 더불어 "한국 교회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개인들을 존중하고 포용하며 서로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소망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한편 '아볼로 포럼'은 26일과 27일 양일간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특강은 우종학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가 "기독지성의 스캔들을 넘어서 - 과학으로 신학을 담는 지성운동"이란 주제로 전하고, 정재영 교수 외에도 송인규 고재길 노종문 이원재 이원석 강성호 등의 강연자들이 토론 및 발표의 시간을 갖는다. 행사는 IVF 한국복음주의운동 연구소가 주최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