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미국법과정의센터(ACLJ)가 아프가니스탄의 소년 매춘과 성적 학대 풍습인 '바차 바지(bacha bazi, '소년과 놀다'라는 의미)'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유엔에 촉구했다.
아프간에서는 수세기 동안 전해내려 온 풍습에 따라 오늘날에도 일부 지역에서 부유한 무슬림 성인 남성들이 여장한 어린 소년들의 춤을 즐기며 돈을 주고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성적 학대를 가하는 일이 전통 또는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 아니라 '바차'라고 불리는 이들 소년들을 거느리는 일이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단체는 "가해자들의 사회적 지위는 고위 정부 관료부터 보안군까지 다양하며 이들이 소년들에게 가하는 조직적인 강간도 묵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9월 CNN은 아프간에 주둔 중이었던 두 미군이 소년들에게 자행되는 성적 학대를 목격하고 이를 상부에 알렸지만 묵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당시 댄 퀸 대령과 찰스 마틀랜드 중사는 아프간 경찰서장이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그를 저지한 뒤 다시는 소년과 그 어머니 근처에 나타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 일이 있은 뒤 얼마되지 않아 두 사람은 "임무 밖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했다.
미국법과정의센터는 마틀랜드 중사의 변호를 맡아 왔으며 유럽 지부인 유럽법과정의센터(ECLJ)를 통해서 유엔에 수천 명의 아프간 소년들이 성적으로 학대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국제사회가 이러한 악습을 "문화적 관용과 군사 전략을 핑계로 눈 감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바차 바지'는 정치와 국제정세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바차 바지를 즐기는 이들이 주로 탈레반에 맞서고 있는 주요 세력인 파슈툰족 군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악습으로 인해 탈레반에 동조하는 쪽으로 아프간 민심이 기울 수 있다. 탈레반은 바차 바지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전술적으로 파슈툰 족을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소년들이 고난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 국방부는 퀸 대령과 마틀랜드 중사의 주장을 부인하며 대변인인 제프 데이비스 대령을 통해서 "우리는 미군 또는 해외 정부 관료 중 그 누구에게도 인권 남용을 묵인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이든 성작 학대는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미국법과정의센터는 유엔에 아프간 소년들을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청원 운동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아프간 사회가 고통 속에서 정의를 향해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 군에 이를 묵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미 의회와 유엔, 그리고 국제사회 전체에서 이 악습의 근절에 나서 줄 이들을 찾아낼 것이다"고 단체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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