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마태복음 5:9)

최부옥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 부총회장 최부옥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을 간직한다. 그로써 이 땅에 평화의 소식을 전하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한반도 통일을 위해 기도하며 민간교류 활성화, 민족 동질성 회복, 상생과 공존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이어왔다. 동시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의 논리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절대로 이룰 수 없음을 고백하며, 남북한 당국이 대립과 위협의 강경적 대응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갈 것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 7일 오전, 북한의 ‘광명성 4호’ 발사로 한반도 전역에 긴장감이 고조된 데 이어, 남한 정부가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하게 되어 남북관계는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데 이어, 개성공단마저 전면 중단됨에 따라 민족교류를 통한 화해와 통일의 불씨가 완전히 꺼져버릴 것을 우려한다. 또한, 대북정책에 무능함을 보여온 박근혜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하여 개성공단 중단을 결정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관계 무능함만 드러낼 뿐이다.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개성공단을 중단하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며 일방적으로 공단을 폐쇄했다. “국민총생산(GDP)의 0.02%에 불과한 개성공단은 포기하더라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응징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개성에 자리 잡은 124개 남한 기업들은 갑작스러운 폐쇄로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고, 정작 북한은 남한 민간기업들이 투자한 개성공단의 설비를 무상으로 소유하고 중국기업을 유치하여 공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북한을 응징하기는커녕 우리 기업만 도산하게 될 것이며, 북한 미사일 개발 저지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2. 개성공단 중단은 민족 공존과 상생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며, 한반도 분단을 고착하는 일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의 자금이 북한의 고도미사일 개발에 악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지난 2월 7일, 북한이 발사한 것은 핵탄두 탑재용 고도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체의 시험발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북한의 발사 시험이 한반도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대처할 일이지, 핵과 미사일을 결부시켜 개성공단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이같이 거짓된 주장을 유포하여 개성공단을 중단시키는 의도는 무엇인가!

3. 개성공단은 남북의 군사대치를 완화시킨 ‘평화공단’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군사분계선을 북쪽으로 15km 올려놓았으며, 남북 대치로 인한 전쟁촉발의 위험을 완화시킨 ‘평화공단’이다. 하지만 개성공단 중단으로 말미암아 ‘한반도 안전과 평화’의 상징이 사라지고, 다시금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되었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민족의 공멸을 자초하는 박근혜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평화는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 함께 지켜가야 할 최우선의 가치이다. 개성공단은 우리 민족이 전쟁위기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일의 디딤돌로써, 평화를 이루는 상징이었다.

이번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온 국민의 염원을 저버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며 분단의 영속을 조장하는 것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유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군사무기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한반도를 세계열강이 대립하는 화약고로 만들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 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국민이 염원하는 통일을 이루지 못하는 박근혜 정부는 퇴진해야 한다.

2016년 2월 11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최부옥
총회 평화통일위원장 정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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