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출신의 현존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이며 이 나라 국민 영웅으로 사랑받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Novak Djokovic·세계랭킹 1위·28). 최근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이 대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수립한 '무결점 테니스 선수' 조코비치가 신실한 기독교인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조코비치가 살고 있던 도시는 1999년 나토(NATO)에 의해 무려 78일 연속으로 야간 폭격을 당했다. 이런 최악의 지옥과 같은 상황을 겪었던 조코비치에게 테니스 코트 위에서의 전쟁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코소보 내전 당시 조코비치는 베오그라드(Belgrade)에서 테니스를 배우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축구선수 출신인 아버지와 스키선수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큰 부족함이 자랐지만, 코소보 내전이 일어난 유고슬라비아에 나토는 금수 조치와 폭격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먹을 것이 항상 부족했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회고록 <서브 투 윈(Serve to Win)>에서 "전쟁이 시작됐고,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지만, 계속되는 폭격의 와중에 나와 가족과 사람들에게 변화가 일어났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엄청난 파괴가 일어난 후 우리는 숨어 살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상황이 말도 되지 않고 터무니 없을수록 더 재미있게 살기로 결심했다. 죽은 친구 중 한 명은 머리를 과녁의 한 복판처럼 만들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루는 밤에 어린 조코비치가 폭격을 피해 방공호(공습대피소)로 가다가 구르고 넘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눈을 들었을 때 F-117 나이트호크 폭격기가 병원에 폭격을 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혹독한 전쟁을 겪은 후 정신력이 강해진 조코비치에게 정신적인 요소가 중요한 테니스는 상대적으로 쉽게 다가왔다. 총탄을 피하고, 빵과 우유를 얻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을 겪은 그에게, 테니스 경기에서는 상대방이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상대방이 테니스 코트에서 정신적인 압박을 가해도, 전쟁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내적으로 성숙하고 강해진 그에게 더 많은 승리가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게 된 조코비치에게 상대편 선수들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를 정신 없게 만드는 것은 싑지 않았다.
2012년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은 그의 정신력이 단연 빛난 경기였다.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던 당시 경기에서 조코비치는 나달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5-7 6-4 6-2 6-7(5) 7-5)로 힘겹게 제압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는데, 이는 결승전 사상 최장시간의 대혈투였다.
상대인 나달은 결승전을 앞두고 이틀을 쉰 반면, 조코비치는 앤디 머레이와 3-2 풀세트 접전을 벌인 후 단 하루만 휴식을 취하고 체력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섰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353분의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초인적인 정신력 그 자체였다.
당시 호주 언론인 Australian news.com.au은 조코비치의 승리에 대해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사건이나 홍해를 가른 사건에 비유할 정도였다. 신문은 "누구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조코비치는 질 수밖에 없어 보이는 세트를 여러 차례 이겨냈다"고 했었다. 이 경기에서 승리 후 조코비치는 셔츠를 벗어 던지며 사자처럼 표효했는데, 이 때 그의 목에 걸려 있던 나무 십자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2012 호주오픈 결승전 동영상
강한 멘털, 정신력은 조코비치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볼 하나 하나에 혼을 불어넣고 상대방의 어떤 볼도 끝까지 쫓아가서 받아내는 그의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또 피를 말리는,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의 강한 정신력은,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참혹한 전쟁을 겪어낸 그에게 테니스 코트의 전쟁은 상대적으로 큰 전쟁이 아니며, 여기에 그의 신앙은 강한 정신력의 기초와 정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정신력만 갖춘 선수는 아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조코비치는 핀 포인트 서비스 리턴과 세계 최고의 백핸드 드라이브를 자랑하며, 포어핸드 스트로크도 반박자 빠르다. 특히 백핸드 드라이브 앵글샷으로 상대를 코트 밖으로 몰아낸 뒤 반 박자 빠른 포어핸드 스트로크로 위닝샷을 때리는 플레이는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결점 테니스'라는 말을 그냥 듣게 된 것이 아니다.
조코비치는 지난 2011년 US 오픈에서는 자신의 이전의 테니스 황제이자 현재까지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로 이견이 없는 로저 페더러를 상대로 '더 샷'으로 표현된 샷을 터트려 페더러와 테니스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페더러의 서브를 포어핸드로 리턴한 샷인데, 페더러는 이 샷 이후 수 개월 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코비치도 자신의 샷이 믿어지지 않는 듯 두 손을 들어올려 놀라움을 나타냈었다. 하단 동영상에서 가장 마지막 샷이다.
조코비치는 캐리어를 막 시작할 당시에는 페러더와 나달의 뒤에 있는 '세 번째' 선수였지만, 지금은 독보적인 테니스 황제로 우뚝 서 있다.
조코비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자신에 대해 오소독스 크리스천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신앙인들보다는 덜 종교적이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테니스 코트에서 자주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는 현재 이스턴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에 출석하고 있으며, 4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다른 언어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조코비치는 코트 밖에서는 유엔 세르비아 홍보 대사이며, 노박조코비치 재단을 설립해 불우한 환경 가운데 있는 아이들의 교육을 돕고 있다.
조코비치는 2016 최근 호주오픈 예선에서 한국의 정현(삼성증권·세계 56위) 선수를 꺾기도 했었는데, "정현과 경기를 치른 경험이 없었다. 정현은 이제 만 19세이다. 그는 키가 크고 베이스라인에서의 플레이가 뛰어나다"며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한 선수다. 경험을 더 쌓는다면 앞으로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고 덕담을 전하기도 했었다.
한편 조코비치는 맞수인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 라파엘 나달(5위·스페인) 등이 전성기를 지난 상태인데다 현재 뚜렷한 적수를 찾아볼 수 없어, 페더러의 최다 메이저 우승 등의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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