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교회는 하나님의 피조물을 관리하는 청지기가 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따라서 교회는 결코 혼자일 수 없다. 세상을 떠나서 세상과 무관하게 자신들만의 게토를 만들고 자신들만을 위하여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전통적인 신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세상은 하나님을 거부하고 멸망을 향하여 달려가는 세상이므로 세상을 변혁시키는 것보다는 세상에 복음을 전하여 세상으로부터 교회로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진 경향이 있었다. 전통적인 그리스도 이해는 세상의 문제에 심각한 의미를 두지 않았던 이해였기에 전통적인 신학은 세상에 대하여 특별히 세상의 구조적 악의 문제에 대하여는 다소 무관심한 면이 없지 않았다.

1. 사회에 대하여 책임적인 교회가 되도록 도전

세상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에큐메니칼 그리스도 이해는 교회로 하여금 사회에 대하여 책임적인 존재가 되도록 도전하는데 기여한다. 예를 들어 방콕은 죄의 사회구조적인 차원을 보면서 사회에 대하여 책임적인 교회가 될 것을 많이 강조한다. 이런 점에서 방콕은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적 위기와 고난을 극복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며 한 공동체로 협력하고 평화를 위해 싸우며 다른 자들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 있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세상의 역사 속에서 일하고 계시며,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교회를 세상 속으로 파송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 속에서 웁살라 대회는 비인간화, 정의와 평화 문제, 인종 차별의 문제, 세계 평화의 위협으로 인해 격동의 시대를 보이고 있는 세상 속에서 물질적 빈곤을 해결하는 것이 영적인 빈곤을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러한 그리스도 이해는 영적인 면에 집중함으로써 세계의 현실을 간과하고 역사적 문제와 괴리됨으로써 세상으로부터 거부되는 결과를 초래한 전통적 선교의 약점을 극복하도록 도전하는데 기여한다.

2. 세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인 차원에서만 기술하는 경향

세상에의 참여를 강조하는 경향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세상 참여를 강조하는 경향은 또한 여러 가지 약점도 내포하고 있다. 세상에의 참여를 강조하는 경향은 세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이 세상이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의 대상이며, 종말에 하나님이 완성시킬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세상이 하나님에게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하나님을 거부하고, 예수를 통한 구원의 길을 배척하고, 자신의 이익과 쾌락만을 쫒아감으로 말미암아 멸망당할 세상이라는 점은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세상이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며, 이 세상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은 강조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가장 첫 단계요 가장 핵심적인 사역인 복음 전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세상을 긍정적인 차원에서만 언급하면서 마치 세상이 회개하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일이 없이도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세상은 분명히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사랑의 대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세상은 하나님을 거부하면서 진노의 대상이기도 하다.

3. 교회의 무용화 혹은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

성경은 세상의 긍정적 차원과 부정적 차원을 함께 강조하며, 세상이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는 한 세상은 멸망의 대상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하나님 앞에서 세상은 양면성을 지니건만, 에큐메니칼의 세상 이해는 대부분 긍정적인 차원만 강조하는 경향이 짙다.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보는 견해는 종국적으로 그리스도의 구원과 세상의 회개를 별로 필요치 않은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들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경향은 종국적으로 교회의 필요성을 약화시켜서 교회의 약화 혹은 교회의 무용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에클레시아’ 즉 ‘부름받은 자들의 모임’으로 불렸다. 죄악된 세상으로부터 불림을 받아 구원을 받고, 다시 그 세상을 구원키 위해 보냄을 받는 자들의 모임이 바로 교회인 것이다. 세상의 긍정적인 차원에만 강조점을 두면서 세상의 죄악성을 언급하지 않는 경향은 종국적으로 교회의 필요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세상이 그 자체로 긍정적이며 선하다면 굳이 교회로 불러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서구 세계를 중심으로 교회들이 심각하게 약화되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상에의 참여만을 강조하는 경향은 종국적으로 교회의 폐기 상태를 가져올 수 있다. 세상을 무시하거나 세상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참으로 변화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능력이 바로 복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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