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그날, 우리는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3월 6일, 경기도 포천시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 공군 KF-16 전투기의 좌표 입력 실수로 민가에 폭탄이 떨어져 민간인과 군인 총 15명이 부상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민가의 건물 피해와 함께.

전쟁이 터진 줄 알았다. 그 순간,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국민들의 일그러진 표정이 교차되어 다가왔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는 이런 우발적인 사건에 숨이 막힌다. 사고 후, 당국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한 시간여의 공포와 불안. 누구도 겪어보지 않고는 짐작하기 어려운 심리적 압박감. 이걸 안고 살아가는 휴전 상태 국민인 걸 잠시 잊었나 보다.

전례가 없는 이런 사고가 왜 일어난 것일까? 한 마디로 빗나간 좌표가 원인이었다. 빗나간 좌표, 이로 인한 피해는 불가피하다. 전시나 훈련 시에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좌표를 정확히 입력해야 한다. 좌표는 푯대이다. 푯대를 잘못 설정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마련이다. 빗나간 여정이 되고 만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정치적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던진 카드로 국론은 분열되었다. 빗나간 좌표 설정이 아닌가? 이런 상황을 예측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 폭탄이 빗나간 좌표 설정으로 판명 난다면 어떤 결과가 주어질까? 혼란을 가져온 국제 질서, 자국의 이득만을 추구한다면 동물농장으로 세계는 재편되지 않을까?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질병과 싸우는 의료진들이 좌표를 잘못 입력한다면 오늘의 사태와 같은 혼란이 오고 말 것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 멤버들과 같은 헌신이 의료계의 바른 좌표가 아닌가.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해야 할 교사들이 배움의 상아탑에서 빗나간 좌표를 설정한다면 어떤 미래가 다가올까? 맘몬이 지배하는 교육 현장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종교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더 깊은 영성과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데 교권과 재정을 놓고 잡음이 쉬지를 않는다. 지도자들이 정도를 이탈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성경은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입력할 좌표는 무엇인가, 그 좌표를 향해 어떻게 달려가야 하는가를.

어떤 자는 인생의 좌표를 분명하게 설정하지 않은 체 방황하며 사는 자들이 있다. 인생의 좌표를 막연하게 행복이라고 정한 자들이 있다. 행복은 좌표가 아니라 올바른 좌표를 향해 달려갈 때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좌표를 바르게 설정한 자들은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다가와도 헤쳐 나간다. 전심전력으로 달려간다. 겸손하게 달려간다. 소명 받은 자로 달려간다. 지상이 아닌 천상의 보상을 기대하며 달려간다.(빌3:12-14)

얀 후스(Jan Hus, 1369~1415)는 체코(당시 보헤미아 왕국)의 종교 개혁자로 중세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고 성경의 권위를 주장하다가 순교한 인물이다. 1415년 7월 6일, 후스는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이단자로 선고받고 화형을 당하기 위해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이것이다.
"진리는 승리할 것이다!"

빗나간 좌표는 위험하다. 잘못된 푯대는 엉뚱한 방향으로 이끈다. 바른 좌표를 입력하자. 개인과 국가, 일반 사회와 종교계까지 빗나간 좌표를 바로 잡자. 진리와 생명, 공존과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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