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행 4:19~20)

이천년 전 종교권력을 장악한 제사장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 사도들을 향해 더 이상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 말라고 위협하자 베드로와 요한은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담대히 답하였다(행 4:19-20). 그보다 더 오래전 이사야 선지자는 “크게 외치라, 아끼지 말라, 네 목소리를 나팔같이 날려 내 백성에게 그들의 허물을, 야곱의 집에 그들의 죄를 알리라”라고 외쳤다(이사야 58:1). 모두 하나님의 말씀에 따르는 믿음을 표현하거나 믿음에 반하는 행위나 표현을 강요당할 수 없다는 자유를 선언하는 하나님의 법이다.
우리 헌법은 제21조는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 신념을 말과 글과 행동 등을 통해 표현할 자유를 담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는 신념에 반하는 표현이나 행위를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도 포함된다. 특히 종교적 외침은 헌법 제20조의 종교의 자유에 의해서도 보호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이 아니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국가 안보를 침해하거나 혐오 발언, 차별 조장 발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한될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 등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나라에서는 성경에 근거해서 동성애를 죄라고 지적하는 비판을, 동성애 혐오표현 내지는 차별로 보고 민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법적 강제력을 가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없지만 작금의 정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동성애 문제는 하나님의 법에서는, 성경이 금하는 타인에 대한 정죄 또는 혐오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성경적 양심에 따른 비판인가의 경계선에 위치한다. 한편 가이사의 법에서는 차별금지와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2014년 영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다. 맥아더(McArthur) 부부는 창세기 49장 20절에서 따온 “Ashers Banking Company Ltd.”라는 상호 아래 제과점을 운영하여 왔다. 어느 날 동성애자 Lee는 Ashers에 들러 동성 결혼 지원행사에 가져갈 케이크를 주문하면서 케이크에 ‘동성 결혼 지지’라는 문양을 새겨주기를 요구하였다. 맥아더 부부가 기독교인의 양심상 그런 케이크를 제작할 수 없다고 거절하자 Lee는 평등법 위반으로 이들을 고소하여 거액의 벌금부과 및 소송에 시달렸다. 끈질긴 법정투쟁 끝에 결국 2018년 영국 대법원은 케이크 제작 거절은 동성애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념에 어긋나는 메시지를 거부한 것이라고 판결하여 Ashers의 손을 들어 주었다.
2012년 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기독교인 제빵사인 잭 필립스는 Masterpiece Cakeshop을 운영했다. 한 동성 커플이 결혼 케이크 제작을 요청했으나 필립스가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이를 거절하자 콜로라도주 인권위원회에 고소하여 차별금지법 위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신앙의 자유를 주장하며 끈질기게 법적 투쟁을 하였고 마침내 미국 대법원은 2018년 7대 2로 필립스의 손을 들어주며, 정부가 그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두 사건은 동성애 차별금지와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어디에 우위에 둘 것인가를 둘러싸고 전 세계적인 관심과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케이크 주문을 거절한 영국과 미국의 신앙인들은 수년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최종적으로는 대법원판결로 그들의 신념을 지켜냈지만 그동안 거액의 징벌배상금과 소송비용부담, 폐업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외에도 동성애자들의 갖은 괴롭힘과 언론의 집요한 공격은 이들로 하여금 견디어 내기 어려운 고난을 겪게 하였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일이 현실로 벌어진다면 누가 얼마나 이겨낼찌 의문이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종교의 자유라는 울타리에 기대어 편한 신앙생활을 누려왔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양심을 위협하는 어둠의 영이 점점 더 그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거짓된 종교권력자들의 위협에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담대히 외친 사도 베드로와 요한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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