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이에 그 누이들이 예수께 사람을 보내어 가로되 주여 보시옵소서 사랑하시는 자가 병들었나이다 하니”(요한복음 11:3)

나사로의 누이들은 “병들었나이다”라고만 말하고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짧은 기도이다. 우리는 길게 기도할 수 있다. 그러나 짧게라도 진실한 믿음으로 우리의 근심거리를 주님에게 고하면 주님은 그것을 들어 주신다. “이에 예수께서 밝히 이르시되 나사로가 죽었느니라”(요한복음 11:3)

신존의 우연성을 주제로 하여 인간에 대한 메스꺼움과 구역질을 주제로 한 소설이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년 6월 21일-1980년 4월 15일)의 《嘔吐(구토)》(La Nausée, 1938)이다. 앙투아느 로캉탱은 역사상의 인물인 로르봉 후작을 연구하기 위하여 해변의 소읍에 체류하던 어느 날 해안에서 돌을 줍다가 구토증을 느낀다.

‘구토’는 희귀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문학과 철학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이다. 주인공인 서른 살의 앙투안 로캉탱은 수년간의 여행 끝에 부빌(살짝 변형된 르 하브르)이라는 프랑스 항구 도시에 정착한 연구원이다. 그러나 정착이라는 과정은 일련의 괴상한 효과를 낳는다.

로캉탱이 지극히 단순한 일상적 행위에 직면할 때마다, 세상과 그 속에서의 그의 위치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는 존재의 합리적인 견고함을 깨지기 쉬운 한 겹의 껍질로 인식한다. 그는 현실의 메스꺼움, 달콤한 역겨움, 원시적인 단계의 현기증을 경험한다. 그는 무생물의 공허한 무관심에 경악하지만, 그가 처하는 각각의 상황이 그의 존재에 돌이킬 수 없는 날인을 찍는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는 스스로의 압도적인 실재에서 탈출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 작품은 자유와 의무, 의식, 그리고 시간을 섬세한 절제로 탐구하고 있다. 에드문트 후설의 철학과 도스토옙스키와 카프카의 문체의 영향을 받은 ‘구토’는 20세기 사상과 문화의 가장 중대한 성장이 된 실존주의를 세상에 선언한 소설이다.

사르트르가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에서 그의 사상을 구체화하기 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의 전율이 증가하기 전, “존재가 본질에 우선한다”는 개념이 최초로 넓은 의미에서 사용된 작품이기도 하다.

로캉탱은 구토증의 정체를 밝히려고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낮에는 도서관에 다니면서 문헌을 탐독하고, 밤에는 카페의 마담과 타성적인 교섭을 가지며 단조로운 나날을 보낸다. 이윽고 공원의 벤치에 앉아 마로니에 나무를 바라보고 있을 때 드디어 구토증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것은 이유도 없이 존재하고 있는 존재물의 맛이란 것이었다. 로캉탱은 로르봉 후작의 연구를 집어치우고 그 후부터 역사책을 탐색하지 않고 소설과 같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결심한다.

로캉탱의 구토 더 나아가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전율은 영혼을 부인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에 있다. 그것은 마르다가 주님께 대답한 말, “마지막 날 부활에는 다시 살 줄을 내가 아나이다(24절)”라는 대답이 말해준다. 즉 “지금 여기에서” 그와 같은 일을 주께서 행하실 것은 믿지 못했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께서, 죽은 지 나흘이 된 나사로를 “지금 이곳에서” 부활하게 하는 것을 믿는 것이 유신론적 실존주의이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11:25,26)”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