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그 주인이 이르되 잘 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찌어다”(마태복음 25:23)

“한 달란트 받았던 자도… 참예할지어다”. 20~21절의 내용과 거의 흡사한 칭찬과 약속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동일 내용의 보상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심판주의 회계 기준은 은사와 능력의 크기에 있지 않고 그 맡은 바에 대한 성실성과 충성도에 있다는 점이다.

원금만 보전한 한 달란트의 종은 주님의 격노 가운데 큰 징계를 받았다. “악하고 게으른 종아 …… 거두고 헤치지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 네가 마땅히 내 돈을 취리하는 자들에게나 맡겼다가 내가 돌아와서 내 원금과 이자를 받게 하였을 것이니라.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갈리라 하니라(26-30절).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 한 달란트를 받은 주의 종들이 동일 내용의 보상을 받은 일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심판주의 회계 기준은 은사와 능력의 크고 작기에 있지 않고, 그 맡은 바에 대한 성실성과 충성도에 있다는 점이다.

한편 주인은 두 종에게 모두 ‘많은 것’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두 종이 똑같은 양의 ‘많은 것’을 맡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실로 천국은 획일적인 평등주의(equalitarian)의 實現場(실현장)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능력과 충성이 모두 인정되는 곳이다.

영혼이 아름다운 한 젊은 신부의 짧은 생을 담아낸, 또한 신앙의 숭고함만이 아닌 인간의 고결함과 나약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고 고뇌하는 인간 본성을 그려낸 소설이 조루즈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 1888년 2월 20일-1948년 7월 5일)의 “어느 시골 교역자의 일기(Journal D'UN Cure De Campagne)”이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사라져 가던 시대, 프랑스의 어느 작은 시골 마을 본당에 부임해 온 한 젊은 신부는 가난과 욕망, 육체적 정신적 나태에 어그러진 마을의 모습을 목격하고, 깊은 고뇌에 빠져든다. 그리고 ‘악’과 싸우기 위한 용기와 힘, 의지를 얻기 위해 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신부는 일기 쓰기를 통해, 신앙에서 멀어지고 여러 죄악에 빠져 고통받는 영혼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독과 자기 연민까지도 깊숙이 들여다본다.

썩어 가는 포도주와 딱딱한 빵만으로 이루어진 자기 학대와도 같은 식사, 다른 사람들보다 연약한 신체,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박함과 그로 인해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모함당하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 등. 더 이상 기도를 하지 못하고 자살의 유혹까지 겪는 신부의 섬세한 내면 성찰은 비단 신앙만이 아닌, 인간의 숭고함을 보여 준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마을에 부임해 온 이 신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박함과 타협을 모르는 곧은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마을 사람들은 신부를 모함하고 비난의 눈길을 보내기 일쑤다. 따라서 신부는 일기 쓰기를 통해, 신앙에서 멀어지고 여러 죄악에 빠져 고통받는 영혼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독과 자기 연민까지 깊숙이 들여다본다.

슬프다! 성인들이 체험하는 내면 심화는 다른 내적 탐색과는 같지 않고, 인간 고유의 복잡성을 차츰 차츰 드러내기보다는, 별안간 전적인 계시에 다다르면 천상을 향해 열리는 것이라고 그분들이 강조하여도 사람들은 그저 어깨나 으쓱하고 말 것이다. 사람들의 그런 무시에도 불구하고 기도하는 사람 그 누가 기도가 응답되지 않아 자신을 실망시켰다고 말한 적이 있던가?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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