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삼권분립이란 국가 권력을 각각 입법(국회), 사법(법원), 행정(정부)으로 나누어서 서로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룸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어느 한 기관이 지나치게 큰 권력을 가질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될 수 있는 소지를 차단하고자 하는 원칙인 것이다.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선거관리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헌법상 독립기관이라고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선거 사무를 맡은 행정의 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행정 기관인 선관위의 장은 사법기관의 일원인 법관들이 맡고 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중 한 사람이 맡고, 각 시도선관위원장 역시 현직판사들이 맡고 있다. 현재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중에도 시도선관위원장을 역임한 사람들이 다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사법부의 일원이 선관위의 장을 맡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창설된 1963년부터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특별한 관련 규정이 없지만 60년 동안 관례로 이어져 왔다. 헌법 제114조 제2항은 ‘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대법관이 줄곧 선관위원장을 맡아 왔다. 물론 처음에는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행정과 입법부에서 추천한 인사가 아니라 사법부의 구성원이 장이 되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행정을 견제해야 할 사법이 행정의 장이 되어 행정의 문제를 두둔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구조를 가진 선관위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배태하고 있다.

첫째, 선관위는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갖게 된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불법이 발생한다 해도 선거 소송에 관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단심 재판으로 하게 되고, 재판을 받아야 할 선관위의 장이 대법관이므로 불법도 무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부정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선거 소송이 아무리 많아도 선관위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위원장인 대법관이 자신이 대표하는 기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에 선거부정은 현재의 사법 시스템하에서는 결코 밝혀질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선거 소송이 생길 경우 시간을 무한대로 끌고 가서 판결이 나도 아무런 실익이 없을 정도의 시점이 되어 소송 당사자도 이미 포기한 상태가 될 때 즈음에 판결을 한다. 지난 21대 총선의 경우 소송 건수가 120건이었지만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민경욱 의원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7개월이 넘도록 첫 변론기일조차 열지 않았다. 선거무효소송이 대법원 단심으로 정하고 6개월 이내에 재판을 끝내도록 하는 것은 정치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라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법을 가장 모범적으로 지켜야 할 대법원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대법관이 선관위 위원장으로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셋째, 대법관이 위원장이 되는 것은 비유하자면 운동경기에서 선수와 심판이 동일인이고, 사법 대상이 될 사람과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재판의 주체가 동일인인 것과 마찬가지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선거 무효 소송에서 소위 말하는 배춧잎 투표지, 신권 다발 같은 빳빳한 대량의 투표지, 정상적인 투표지에서 나올 수 없는 이상한 모습의 투표지 등이 발견되어도 별 문제없는 것으로 처리되는 것은 사법 대상인 선관위의 장이 사법 주체인 법관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금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대통령 측이 선거인명부를 검사하자고 했지만 헌재가 기각한 것을 보아도 법관들과 선관위가 한 몸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국민들이 깨어 이 모순된 선관위의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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