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천신학회 제95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한국실천신학회 제95회 정기학술대회 단체 사진. ©한국실천신학회 제공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구병옥)가 6일에서 7일까지 인천 계양구 소재 카리스호텔에서 ‘전쟁, 에너지, 기후 갈등 상황의 실천신학적 과제’라는 주제로 제95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한다.

6일 첫날 1차 발표에선 ▲박종환 교수(실천신대)가 ‘고통의 기억과 예전: 폭력과 화해의 경계에서’ ▲고유식 교수(호서대)가 ‘정신역동 차원에서 바라본 갈등과 분쟁 속에서의 올바른 투쟁을 위한 목회신학적 과제: 갈등 요소 분석과 목회적 활용 가능성 연구를 중심으로’ ▲이종태 교수(서울여대)가 ‘영성으로서의 경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기독교 의례, 연대와 화해 경험케 하는 실천적 도구 될 수 있어

예배학 관점에서 발제한 박종환 교수는 “과거의 폭력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인간의 삶을 고통스럽고 불편하게 만들며, 이러한 기억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며 “그러나 기억은 단순히 망각할 수 없는 것이며, 인간 실존의 굴레로 작용한다”고 했다.

특히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과 국가가 폭력의 기억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부정적 기억을 제거하려는 경향이 사회적 발전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겨지지만, 이는 기억의 흑백 논리를 조장하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기억이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제한되지 않고 불특정한 순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를 올바르게 다루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역사적 공간과 사건이 기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하며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광주 도청, 세월호 참사의 팽목항, 그리고 이태원 참사의 현장과 같은 공간들이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사회적 논쟁과 갈등의 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이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보다 역사적 성찰과 화해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기독교 신앙이 이러한 폭력의 기억과 화해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예수의 십자가 사건이 폭력과 희생을 중심으로 한 기억의 공간이며, 기독교 의례가 사회적 화해와 정의 실현을 위한 신학적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며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희생 이론을 바탕으로, 폭력적 상징이 신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특히 “성찬과 세례와 같은 기독교 의례가 단순한 종교적 행위에 그치지 않고, 신자들이 공동체 내에서 연대와 화해를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실천적 도구가 될 수 있다”며 “성찬을 통해 신자들이 예수의 희생을 기억하고, 차이를 넘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됨으로써 사회적 갈등과 폭력을 극복하는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화해를 위한 의례 공간이 단순히 과거의 폭력을 반복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의 역사를 깊이 성찰하고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기독교 의례가 단순한 사랑과 용서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서 나타난 폭력과 희생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폭력성과 억압의 욕망을 직시하고 해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예배의 공간이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인식하고 성찰하는 장소가 되어야 하며, 폭력의 기억이 단순히 잊혀 져서는 안 된다”며 “이를 통해 개인과 사회가 과거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결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극적인 행위”라고 했다.

◆ 갈등 속에 서로 이해하고 돌보는 자세 가져야

이어 두 번째로 상담치료 관점에서 발제한 고유식 박사는 “인간 삶에서 갈등은 완전히 극복될 수 없는 불가피한 요소이며, 갈등을 조절하고 타협하는 과정 속에서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다”며 “관계 속에서 갈등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본 요건이며,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갈등을 부정적인 요소로만 인식하고 회피하려는 태도가 강하지만, 목회자와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은 갈등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갈등을 단순히 제거해야 할 문제로 간주하는 기존의 시각에 대해 비판하고, 갈등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생산성’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갈등을 통해 자기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욱 성숙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특히 교회 공동체 내에서 갈등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목회자들이 갈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끝으로 고 교수는 “건강한 교회 공동체는 자기애와 타자애를 조화롭게 실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목회자와 교인들이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 경이의 영성, 관상적 봄의 회복과 재발견에 있어

이어 세 번째로 영성 관점에서 발제한 이종태 교수(서울여대)는 “경이와 관상은 본질적으로 깊은 연관이 있다. ‘경이’라는 개념은 어원적으로 ‘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타우마제인(thaumazein)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보이는 것'을 뜻하는 테아(thea)와 연결된다. 테아는 ‘극장(theatre)’이라는 단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경이는 시각 능력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호메로스 작품에도 ‘경이로운 보기’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호메로스의 동사 ‘테아오마이(theaomai)’는 경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경이의 역사에 대한 연구에서 데니스 퀸은 ‘경이의 가장 전형적인 예는 별이 가득한 하늘이나 갑자기 무지개를 보는 사람의 상태’라고 설명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더스틴과 지글러는 ‘실재를 본다’는 행위가 철학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또한 “그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인생의 궁극적 목적은 ‘보는 것(to behold)’이었다고 강조하며, 진정한 봄은 우리를 더 풍요로운 삶으로 이끈다고 말한다”며 “이들은 ‘경이의 눈으로 보는 것’이 인간의 존재를 더욱 충만하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경이는 사유, 봄, 예배가 하나로 통합된 활동으로서 중요성을 지닌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퍼는 인간의 시각 능력이 쇠퇴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관상적 봄의 상실이 탈주술화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한다. 현실을 관상적으로 보는 능력의 상실이 탈주술화 현상과 연결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필자는 ‘재주술화’의 핵심이 경이의 영성, 즉 관상적 봄의 회복과 재발견에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탈주술화가 불가역적인 과정일지라도, 경이의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 세상은 여전히 경이로운 곳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희망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경이로운 세계’(wonder-ful world)는 여전히 존재하며, 그 세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마법처럼 신비한 세계가 펼쳐진다”고 했다.

한국실천신학회 제95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한국실천신학회 제95회 정기학술대회 진행 사진. ©한국실천신학회 제공

다음으로 진행된 2차 발표에선 ▲김신구 교수(서울신대)가 ‘고령화 시대 치매 환자를 위한 성육신적 접근과 돌봄 전략 연구’ ▲김성호 교수(서울신대)가 ‘지구 위기와 기독교 창조 영성’ ▲양승아 교수(서울장신대)가 ‘예배와 애착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치매 치료와 교회적 접근에 관해

네 번째로 전도와 선교 관점에서 발제한 김신구 교수는 “치매 치료와 극복을 위한 세계공통방향은 일상성·사회성·자율성·개별성·인력의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간중심케어이며, 대표적인 추진계획과 정책 방향도 대 국민적 보편 이해와 능동적이고 친화적인 환경 조성, 다각적 프로그램과 인프라 확충”이라며 “따라서 치매에 대한 세계공통방향과 결을 같이 하면서 지속 가능한 교회적 접근을 위해서는 프로스트와 허쉬가 말한 성육신적 접근의 네 가지 주요 특징, 곧 동화·근접 공간·공동 프로젝트·자생 공동체에 기반한 여러 관련 유형과 사례 그리고 실제적 대안들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울러 “맞닥뜨릴 초고령사회에서 한국교회가 성육신적 선교의 역할을 잘 감당하기 위해선 개체교회별 움직임도 좋지만, 각 교단과 신학대학교가 시대 문화적인 대대적 정책과 교육 변화, 목회와 선교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기독교적 환경윤리와 창조 영성

이어 다섯 번째로 목회사회·리더십 관점에서 발제한 김성호 교수는 창세기의 창조와 인간 타락,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관계를 바탕으로 기독교적 환경윤리의 필요성을 말했다.

김 교수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창세기 1장 1절을 언급하며 “인간의 타락으로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깨어지고 땅이 저주를 받았다”며 “그러나 본회퍼에 따르면, 하나님은 여전히 자연을 보존하며, 창조 당시와 마찬가지로 그 피조물들을 통해 찬양받기를 원하신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자연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으며, 그 고통의 범위는 20세기 이후 더욱 확대되었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한 것처럼, 자연과 환경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대리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본회퍼의 신학에 따르면, 타자는 인간을 넘어 자연과 환경까지 포함되며, 그리스도인은 이 타자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본회퍼의 창조, 타락, 구속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독교적 환경윤리를 위한 신학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더 늦기 전에 인간은 자연을 돌봐야 한다”며 인간은 결국 모든 피조물, 특히 자연의 일부라는 본회퍼의 ‘사회성의 신학’ 개념을 소개했다. 또한, 위르겐 휘브너의 책임 개념을 인용하며, “인간 서로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이 시급하다”며 “기독교 환경윤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든 자연과 환경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현실에 참여하고, 모든 생태계가 하나님을 찬양하고 영광을 돌릴 수 있게 하는 기독교적 책임”이라고 했다.

아울러 “지구 위기 속에서 본회퍼의 신학을 바탕으로 그리스도 중심적 환경윤리, 창조론적 환경윤리, 종말론적 환경윤리의 어우러짐이 필요하다”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한 인간이 생태계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하며, 새로운 창조를 위한 노동을 통해 태초의 창조생태계를 회복하는 사역에 참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도래를 지향하며, ‘칭의, 구원, 새롭게 됨’이라는 자연적인 현실을 이루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신앙 통한 심리적 치유, 개인의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안녕 도모

이어 여섯 번째로 예배학 관점에서 발제한 양승아 교수는 애착 이론과 기독교 신앙의 관계를 조명하며, 예배가 인간의 심리적 치유와 신앙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양 교수는 “애착이 생애 초기 가장 가까운 타인과 형성하는 정서적 유대관계이며, 이를 통해 내적 작동 모델이 형성된다”며 “애착 유형은 가변적이지만 전 생애 동안 유지될 수 있으며, 성인이 되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때 심리적 문제와 정서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변화시키려면 신뢰할 수 있는 피난처와 안전기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 신앙에서 하나님이 이러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 하나님을 향한 애착은 심리적 고통을 경감하고 기존의 애착 유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하지만 내적 작동 모델이 왜곡될 경우, 기독교 신앙의 공식적 하나님 표상이 아니라 편향된 하나님 표상을 가지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하나님의 징계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예배는 죄책감과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으며, 반대로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만을 강조하는 예배는 방종을 조장할 수 있다”며 “따라서 온전한 기독교 내러티브를 구현하는 예배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안정적 애착을 형성하고 심리적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최근 TV 상담 프로그램과 온라인 심리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을 언급하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심리적 문제와 정서적 고통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었음을 시사한다”며 애착이 변화하면 개인의 심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도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예배를 통한 그리스도인의 변화가 심리적 치유를 포함한다. 그리스도인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신앙을 통한 심리적 치유가 개인의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사회적 안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한국실천신학회 제95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한국실천신학회 제95회 정기학술대회 진행 사진. ©한국실천신학회 제공

이 밖에 이어진 3차발표에선 ▲조지훈 교수(한세대)가 ‘에코 설교학에 대한 한 제언’ ▲최종일 교수(웨신대)가 ‘가족의 갈등 해결을 위한 기독교상담 연구: 하나님 애착과 애착 이야기치료를 중심으로’ ▲유명화 교수(수도국제대)가 ‘형제간 갈등 해결을 위한 로더의 메타프락시스적 접근: 요셉과 형제들의 갈등에 대한 창조적 변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한편, 7일 발표에선 ▲고원석 교수(장신대)가 ‘갈등 해결을 위한 성서교육의 과제: 해석학적 성서교육을 중심으로’ ▲오만종 교수(실천신대)가 ‘사회적 고립과 단절에 대한 교회의 실천적 역할과 과제’ ▲김동진 교수(루터대)가 ‘독일 디아코니아의 조력자살 쟁점화에 관한 고찰’ ▲홍승만 목사(대전신성교회)가 ‘기후위기 시대 WCC와 PCK 교단의 기후정의 노력과 변혁적 제자도 특징으로 본 녹색교회 쌍샘자연교회 사례 연구’ ▲권혁일 교수(한남대)가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의 제3의 메시지: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교회의 영적 사명’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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