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비판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누가복음 6:37).

호주 원주민 어보리진이 사용하던 사냥 도구인 부메랑은 던진 사람에게 다시 돌아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부메랑은 사냥 도구지만 동양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반드시 던진 사람에게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보답을 받는다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돌아온 부메랑에 다칠 수도 있어 나쁜 결과를 생각할 수 있다.

인생 최고의 이상을 향해 사는 미리엘 주교(主敎)가 등장하는 작품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의 대하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1862)이다. 위고는 작품 처음에 등장하는 미리엘 주교를 모델로 하여 이 소설을 썼다.

가난한 나무꾼의 아들 장 발장은 굶주림으로 우는 어린 외조카를 위하여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재삼(再三) 탈옥을 시도(試圖)하다가 실패하여, 결국 19년의 징역살이를 하고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하루 종일 걸어 디뉴 거리에 이른 장 발장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려 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소설 속에서 미리엘 주교는 디뉴 교구(Digne)의 주교로 등장한다. 미리엘 주교는 그를 따뜻하게 맞아 음식을 주고 잠자리를 주었다. 장 발장이 은식기를 훔친 뒤 잡혀오자, 미리엘 주교는 오히려 장 발장에게 은촛대 2개를 줬다.

이름을 바꾸고 몽테릴의 시장(市長)이 된 장 발장은 몽트릴을 산업도시로 발전시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장 발장이 감옥에 갇힐 당시 전옥(典獄)이었던 경찰서 경위(警衛) 자벨은, 시장(市長) 장 발장의 정체(正體)를 눈치채고 뒷조사에 열을 올렸다. 악덕(惡德) 여관집 주인 테날디에에게 학대 받는 공장 여직공인 미혼모(未婚母) 판틴과 그 딸 코제트를 동정하는 시장(市長)의 행위를 보기가 눈꼴 사나워, 자벨은 시장(市長)이 전과자(前科者) 장 발장이라고 고소한다.

재판 당일 장 발장과 함께 징역살이를 한 무기수(無期囚)인 증인이, 시장(市長) 아닌 다른 사람을 장 발장이라고 지목(指目)하고, 자벨은 일단 시장(市長)에게 사과한다. 그러나 시장은 자기가 장 발장이라고 자수하여 종신형(終身刑)이 선고된다.

소설 속의 자벨 경시와 같이 누군가에게 악의를 가지고 대할 때 때로는 그 악의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 자신에게 닥친 나쁜 일을 곰곰이 살펴보면 스스로 저지른 나쁜 일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부메랑이 하나씩 있다. 그 부메랑을 소설 속의 장 발장과 같이 유용한 도구로서 잘 활용한다면 나를 살리고 남을 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장 발장은 페르 라 셰즈에 있는 어느 작은 공동묘지에서 조촐한 장례를 치렀고, 한 사람이 그의 묘비에 의문의 시를 적은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의문의 사람이 쓴 시구는 비바람에 씻겨나갔지만 세간에서는 그의 시가 잠깐 돌아다녔다.

“여기 그가 잠들었네. 기구한 운명을 견뎌온 사람이. 그는 자신의 천사를 잃어버리자 죽고 말았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죽음이 찾아왔네. 그것은 낮이 지나면 밤이 오는 것과 같다네.”

위고는 이 대하소설에 다음과 같은 머리말을 붙였다. “법률이라든지 풍습이라든지 하는 것이 있음으로 해서 사회의 처벌이 존재하여…… 하나님이 만드신 운명을 인간의 화(禍)로 왜곡(歪曲)되게 하는 한, 이땅 위에 무지와 비참이 있는 한, 이런 종류의 책도 모름지기 쓸모가 없지는 않으리라.”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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