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의 존재 목적이 그러했듯이 교회의 존재 목적 역시 세상을 위한 것이다. 교회는 결코 교회만을 위해 존재할 수 없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이해나 낮은 자와 동일시하며 낮은 자들의 해방을 주도하시는 에큐메니칼의 하나님 이해는 교회의 선교를 보다 세계 참여적인 선교로 거듭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여진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종종 희랍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교회와 세계를 지나치게 이원론적으로 보아온 경향이 있다. 교회는 종종 자신만을 위한 담을 높이 쌓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오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큐메니칼 하나님 이해는 하나님의 일차적인 관심이 바로 세계에 있음을 강하게 일깨워주었고, 이로 인해 격변하는 세계와 역사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화시키는데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세계에 대한 눈을 열어줌으로써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의 선교의 영역과 과제를 획득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장점 뒤에는 또한 약점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 에큐메니칼 신학의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개념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으로부터 그 출발점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개념 속에 나타난 하나님은 멸망 받을 세상으로부터 사람들이 교회로 나오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보다는 세상을 직접 바꾸어서 샬롬이 넘치는 세상으로 만드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으로 더 강하게 부각되어진다.
즉 전통적인 신학의 관점에서는 세상이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되었지만, 에큐메니칼 신학에서는 세상이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매우 긍정적으로 인식되어진다. 신학의 관심은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 되어진다. 하나님의 계획의 초점은 교회 안에서가 아니라 세계 속에서 발견되고, 그리하여 세상은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출발점이요 현장이 되었다. 전통적인 신학에서는 하나님의 관심이 교회에 있었다고 생각되었지만, 하나님의 선교 개념에서는 하나님의 주된 관심이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다. 교회는 단지 세상의 샬롬을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교회가 선교의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선교의 내용을 제시할 정도로 선교에 있어서 세상이 교회보다 더 주도권을 지니게 된다. 즉 교회보다 세상이 훨씬 더 중요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세상을 교회위에 두고 세상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러한 시각은 선교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교회는 훨씬 더 세계 참여적인 선교를 수행하도록 도전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아니어도 하나님은 세상의 다양한 기구들을 통해서 그의 선교를 이루어가신다고 할 때, 교회는 더 이상 선교를 위한 절박한 책임감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다 알아서 하시고 교회가 아니어도 세상의 다양한 기구들을 통하여 선교를 이루어가신다고 하므로, 교회가 복음 전도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할 절박성은 당장에 감소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에큐메니칼 운동에서 잘 드러나는데, 비숍 아리아스 (Arias)의 말을 인용하여 호에크스트라가 지적한 “사실 WCC의 구조와 프로그램에서는 복음전도의 중요성이 갈수록 감소되어 간다”는 표현이 그 현실을 잘 지적해주는 것 같다. 또 전통적인 신학에서는 복음을 전하여 죽어가는 영혼들을 살리고 그 결과로 교회가 성장해가는 것을 선교의 중요한 목표로 생각했었는데, 이제 교회 성장이 아니라 세상의 샬롬을 이루는 것이 하나님이 주된 관심이라고 말하므로, 교회들은 더 이상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성장시키는 일을 위하여 헌신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은 자연히 교회들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교회가 복음전도의 동력을 상실하고 그로 인해 교회가 심각하게 감소하는 것은 교회들의 모임인 에큐메니칼 운동 역시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이것은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계속)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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