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니스 비엔날레 등 해외 활동
최근 '치유' 시리즈 전개로 '희망' 내포
세계적인 한지 조형작가 전광영의 개인전이 오는 2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 6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 1980년 「빛」 시리즈를 비롯한 대형 설치작업과 치유 시리즈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 「집합」(Aggregation)의 최신 연작까지 2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광영의 대표작은 「집합」 시리즈이다. 수천 개의 삼각형 스티로폼을 고서(古書)의 한지로 감싼 후 마끈으로 묶어, 판에 촘촘하게 매달아 완성하는 작업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반복되었던 이데올로기의 대립, 계층 간의 갈등 등 인간사와 세계사의 축소판처럼 표현해 왔다. 그는 최근 「집합」의 '치유' 시리즈를 전개하면서 기존 화면에서 표현하던 충돌의 상흔에 희망을 상징하는 밝은 요소와 나란히 배열함으로써 긍정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주목할만한 작품은 병든 심장 모양의 대형 작업이다. 이는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병행전시 '재창조된 시간들(Times Reimaged)'에 전시됐던 작품이다. 작품에는 불규칙한 비트가 오디오로 흘러나오고 있다. 전광영 작가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굉장히 호응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조용히 한번 들어보라. 이것은 심장의 소리이다. 주기도 다르고 간격도 다르고 크기도 달라가면서 불안한 심장의 소리"라면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더욱 현실감 있게 인간의 유한함을 부각시켰다.
이 작품 옆에 높이 3m, 지름 1.1m의 원기둥 다섯 개로 이뤄진 입체 작품이 배치됐다. 전광영 작가는 "이는 19세기, 20세기에 번창하던 제국의 상징"이라며, "쉽게 얘기하면 그리스에 가서 볼 수 있는 성전 등 모든 것들, 지금 가치관이나 정신, 과학, 예술이든 전체적으로 무너지고 있다"이 제국의 명성들이 무너지고 다 없어져서 마지막에 이 심장소리만 남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계에서 당면하고 있는 과제를 지적하고 잘못된 점을 발견해서 어떻게 하면 치유를 할 것인지를 말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홍익대 미대와 미국 필라델피아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전광영 작가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초기에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리다가, 한국작가로서 고유한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 바로 한지 작업이었다. 그는 어느 날 한약방에서 한지에 약재를 싸 매달아 놓은 것을 보고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염색한 한지와 고서적을 뜯어 아주 작은 입체 삼각형에 하나하나 붙여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전광영 작가(서울교회 은퇴안수집사)는 크리스천이다. 그의 신앙과 미술 공부는 할머니로부터 시작됐다. 홍천교회를 개척할 만큼 신앙심이 두터웠던 할머니의 사랑과 기도에 힘입어,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미대에 진학할 수 있었고, 그 신앙을 물려받아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의 자신이 있음을 고백한다.
한편 전시가 열린 12월 4일 개회 감사예배에서는 손달익 목사가 설교했다. 손 목사는 시편 19편 1-4절 말씀을 통해 "모든 예술 작품들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해야 하는 것처럼 전광영 집사님의 작품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게 되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광을 느낄 수 있고,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면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 세계의 수많은 관람객이 전 집사님의 작품 앞에서 환호했던 것처럼 이번 전시회에도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모두에게 기독교적 가치와 정신세계가 전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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