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가 99세에 쓴 <행복 예습>이라는 저서가 있다. 그는 90세를 넘어 비로소 행복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는 일하는 기쁨과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생 백년을 설계한다면 사랑있는 고생이 행복이라는 걸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일생의 과정이 행복을 찾는 여정이다. 결혼도 그 과정 속에 들어 있다. 그런데 모든 결혼이 행복을 찾게 되는 건 아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행복을 찾아간다. 때로는 이 과정에서 중도 하차하고 돌싱이 된 자들이 있다. 통계적으로 한국 사회는 대략 네 가정 중 한 가정이 이혼을 한다. 하지만 재혼을 통해 다시 행복 찾기에 도전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필자는 최근 재혼을 약속한 한 커플에게 재혼을 위한 예비 결혼 교육 및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격주로 4회 만나기로 계획했지만 5회차까지 가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결혼에 대해 다시 기본적인 교육과 초혼에서 실패한 요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행복을 위한 예습이 필요하듯 재혼을 위한 예습도 필수 과정이다.
교육과 상담, 4주차 과정을 소개해 본다. 첫 1주 차는 결혼에 대한 이해와 결혼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를 찾아보았다. 결혼에 부적응한 요건들이 무엇인지를 체크해 본다. 다시 실수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서로 결혼을 위협했던 요소를 솔직하게 털어놓게 한다. 그러면서 상호 이해하고 포용해야 할 부분을 찾아가게 했다.
제2주 차는 결혼의 목적은 무엇인가를 찾아 보게 했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하는 것인지 결혼의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누리게 되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했다. 목적도 없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내어놓게 한다. 가치관, 이기심, 불가피한 시련, 재정, 피상적 감정, 사랑의 표현, 서로 다른 역할 등에 대해 토로하게 했다.
제3주 차는 갈등과 솔직하고 인격적인 대화에 대해 나누었다. 의사소통을 위한 단계를 배우며 자신들의 대화가 어디에서 막히기 시작했는지를 찾아보게 했다. 상투적 대화, 사실 대화, 견해 대화, 감정 교환 대화, 솔직하고 인격적인 대화 단계를 설명하고 상호 대화의 문제를 인지하게 한다. 갈등 해소를 위해 솔직하게 하는데 장벽이 무엇인지를 찾게 한다. 솔직해지도록 돕는 일을 배우게 한다. 이로서 갈등을 해결해 나가게 했다.
제4주 차는 하나 됨을 위한 남편과 아내의 책임에 대해 나누었다. 남편의 책임은 지도력으로서 다스리는 일과 전인격적으로 사랑하는 것과 돌보는 일이다. 아내의 책임은 현숙한 여인으로서 역할을 배우게 한다. 존경과 사랑과 가정 최우선 순위를 배운다. 이렇게 부부는 서로의 책임을 다함으로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결혼 혼수품 준비도 필요하지만 재혼을 위해 위와 같은 과정을 소홀히 여기거나 형식적으로 치부한다면 또 다시 중도하차할 여지가 많다. 그래서 재혼 예습은 더 신중하고 더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부부의 관계는 평생 연애할 때처럼 연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형제보다 친한, 나를 다 털어놓아도 좋은 친구여야 한다. 평생의 동역자 혹은 동업자가 되어야 한다. 하나의 목적을 가진 운명공동체, 영혼의 동반자가 되라는 말이다. 그러면 행복은 보너스로 우리 가정에 이미 들어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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