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요한복음 19:28)

주 예수는 억지로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 아니다. 그는 구약에 예언된 말씀을 이루기 위해 자발적으로 십자가에 자신을 던졌다. 죽음이 머지 않았음을 아신 주님은 마지막 순간에 “내가 목마르다” 하셨다.

첫째, 육체적 고통, 둘째, 사명 완수에 대한 갈망, 셋째, 버림받은 자의 호소이다. 이것은 마태복음과 마가복음(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에 나오는 말씀과 같은 의미(마 27:46; 막 15:34)이며, “아버지께서 주시는 잔을 마시고”(18:11), 다시 아버지와 연합하기 원하는 심정이 담겨 있다.

금동(琴童) 김동인(金東仁, 1900-51)의 <이 잔(盞)을>(1923)은, 십자가의 고난을 앞둔 ‘사람의 아들’ 예수의 고민을 묘사한 작품이다.

“그것은 뜻 깊은 만찬이었다. 차차 절박하여 오는 사정은 다시 그로 하여금 제자들과 만찬을 함께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때때로 이르는 믿는 자들의 아룀으로 말미암아 그는 예루살렘의 모든 제사장이 지사(知事) 본디오 빌라도에게 참소(讒訴)를 하고, 갖은 힘을 다하여 그를 잡으려는 것을 알았다. 가룟 유다ㅡ 그의 문도(門徒)의하나인 그는 벌써 제사장에게 매수된 것도 알았다.”

적대자(敵對者)들에게 잡히기 전날 밤의 ‘사람의 아들’ 예수,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기도하는 ‘사람의 아들’ 예수의 모습은 어느 화가, 특히 호프만의 그림보다 더 선명하다.

“’할 수만 있거든 이 잔을, 이 참혹한 잔을 제게서 떠나게 하여 주십시오’……
“그는 일어나 앉았다. 고민과 고통이 그의 낯을 덮었다. 구슬땀이 뚝뚝 떨어졌다. 죽음? 삶? 사람에게는그 중 아프고 엄숙한 문제이다…… 피땀은 그냥 흘렀다. 그는 더욱 더 고민하였다. 그로서 만약 물에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면 얼굴의 빛이 시꺼멓게 되고, 다른 사람 같이 늙어진 것을 보았을 것이다.”

겟세마네동산에서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기도하는 ‘사람의 아들 예수’는 십자가에서의 고민만큼이나 큰 괴로움을 겪는다. 그와 같은 고민 뒤에 예수는 마침내 마음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렇게 기도하였다.

“여호와여! 알았습니다. 인제는 깨달았습니다. 제 몸을 미련하고 눈 어두운 무리를 위하여 산 제사로 내어놓겠습니다. 그럴 것이외다. 저는 너무 이 몸에 집착했습니다. 그러나 만인을 어두운 데서 구하여내는 게 필요하다면 요만 것을 무엇을 아끼리까? 뜻대로 하겠습니다. 아멘!”

예수의 기도 중 “그럴 것이외다”는 구절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가? 아버지 하나님과 서로 교통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람의 아들’ 예수의 기도는 우리의 기복신앙(祈福信仰)의 기도와는 정반대이다. 우리는 신(神)에게 “달라” 하지만, 예수는 사람에게 “주겠다” 한다.

“예수는 고즈너기 일어섰다. 그 얼굴은 용감과 경건으로 빛났다. 그는 횃불이 오는 편으로 고즈너기 발을 옮겼다”.

“내가 목마르다“는 말씀, “목마를 때에는 초를 마시게 하였사오니”(시편 69:21)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 예수의 기준은 죽는 순간까지도 항상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