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개혁주의학술원(원장 황대우 교수) 제19회 신진학자포럼이 6일 오후 대구산성교회(담임 황원하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황경철 박사(국제복음과공공신학연구소 소장)가 ‘리처드 백스터의 공공신학적 면모와 시사점’ ▲김 원 박사(고려신학대학원)가 ‘이웃 사랑을 명령하는 구절 간의 비교 연구: 구약, 제2성전기 문헌, 갈라디아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백스터의 공공신학 연구 목적
먼저, 황경철 박사는 “연구는 리처드 백스터의 공공신학적 면모와 현대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한다”며 “연구의 목적은 첫째, ‘공공신학’이라는 용어는 최근에 등장했지만, 그 내용과 가르침은 종교개혁자와 청교도에게 이미 존재했음을 논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로 백스터의 저작에 나타난 공공신학적 논의를 확인함으로써 이 주장의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며, 셋째로 백스터의 논의가 공적 신뢰를 잃어가는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을 얻는 것”이라며 “백스터 당시 영국 내전과 비국교도 목사 2천 명에 대한 추방령은 오늘날 한국교회의 감소와 정치·사회적 격동과 닮아있다. 하나님이 교회사 가운데 남겨 두신 충성된 일꾼과 교회를 통해 세상에 빛과 소망을 주신 것은 위기에 놓인 한국교회에 위로와 함께 책임을 던져준다”고 했다.
또한 「참 목자상」으로 알려진 백스터는 설교와 교리교육과 심방에 전념하면서도 교회의 공적 책임과 ‘공공선’을 강조하였다. 백스터의 공공신학 연구는 신학적 노선에 따라 다양한 공공신학 개념이 혼재하는 한국교회에 유의미한 안내자가 될 것”이라며 “청교도 보수주의자로서 교회의 하나됨과 정치적 갈등의 중재에 힘썼던 백스터의 역할은 이념, 세대, 계층, 지역 등으로 양극화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했다.
◆ 백스터의 공공신학적 논의가 한국교회에 주는 유익한 통찰
그는 “17세기 청교도 목회자 백스터가 살던 시기와 오늘날 한국 사회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커다란 간격이 있지만, 동시에 여러 모습이 닮아있다”며 “왕당파와 의회파 사이의 정치적 논쟁은 영국 내전이라는 물리적 충돌로 번져 수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국교도와 비국교도 사이의 신학적 논쟁을 들여다보면, 비국교도 내에도 장로파, 독립파, 회중파, 침례파, 퀘이커(조지 폭스), 수평파(Levellers. 존 릴번), 디거파(Diggers. 윈스턴리), 제5왕국파(토마스 해리슨) 등 다양한 분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합류하였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한국 사회는 갈수록 심해지는 이념 간, 세대 간의 대립, COVID-19 이후 감소한 한국교회와 교회학교, 비상계엄령과 탄핵으로 어수선한 시국은 백스터가 살던 때만큼이나 어지럽고 암울하다”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이러한 맥락에서 백스터의 공공신학적 논의를 살피는 것은 한국교회에 몇 가지 유익한 통찰을 안겨준다”며 “첫째, 깊은 절망감에 젖어있는 한국교회에 위로와 소망을 준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영국 내전과 대추방령으로 2천 명의 비국교도 목사들이 추방된 끔찍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백스터를 비롯한 충직한 말씀의 일꾼을 일으켜 그 사회에 빛과 소망을 주고, 교회를 단단하게 정화하셨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인의 감소, 교회의 공적 신뢰 추락 등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만 응시하면 절망스럽지만, 오고 오는 교회사 속에서 고난으로 교회를 빚으시고, 남겨 두신 영광스런 교회를 통해 역사를 주권적으로 이끌어가는 하나님의 섭리에 주목할 때, 위로와 소망을 얻게 된다”고 했다.
또 “둘째로 목회자로서 백스터가 공공선을 강조하고 공공신학적 논의를 방대하게 가르친 것은 작금의 한국교회가 가져야 할 관심과 태도가 무엇인지 일깨운다”며 “그리스도인이 세상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 보냄을 받았기에 성경적 가치가 세상에서 구현되도록 교회는 겸손히 듣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돌보는 산파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백스터의 공공신학은 복음과 회심, 교리와 설교, 심방과 목양과 분리된 시민운동이나 사회 개혁이 아니었다”며 “한국교회 안에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공신학 논의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것이 성경적 가치와 기독교적 진리를 간과한 채 인본주의적 유토피아 운동으로 흐르지 않도록 신학자와 목회자는 경계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종교개혁자와 청교도들의 공공신학적 관점을 연구하는 것은 개혁파 공공신학을 세우는 동시에, 통일된 공공신학 개념을 정립하는데 유익을 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셋째는 백스터가 개인, 가정, 교회,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자의 생활 지침을 다룬 것은 성도 개인의 이분법적이고 사사화된 신앙을 해독하고, 믿음과 일상을 통합하도록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며 “안상혁의 지적대로 신자의 삶이 ‘복음의 진리’에 기초할 때라야 바른 ‘신앙의 열매’로 이어질 수 있고, 청교도 운동은 이 복음과 삶 사이의 좋은 균형을 예시하는 역사적 사례”라고 했다.
◆ 백스터의 공공신학적 논의가 한국사회에 주는 유익한 통찰
그는 “백스터의 공공신학적 논의는 한국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며 “첫째, 백스터는 진영논리에 따라 정치적 입장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중시하는 ‘공공선’을 기준으로 개별 정책과 사안을 판단하였다”고 했다.
이어 “일례로 민주제가 중우정치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군주제도 의회 입법으로 엄격히 제한되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런 면에서 A Holy Commonwelth(거룩한 영연방)에서 피력한 백스터의 정치적 입장을 ‘청교도 보수주의자’(Puritan Conservative)라고 지적한 슐라터의 평가는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는 이념과 진영논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하게 작동하는 편이다. 이것은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며 “보수를 비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진보로 분류되고, 진보를 비판하는 사람은 그의 선택과 상관없이 보수로 낙인찍힌다. ‘청교도 보수주의자’ 백스터는 이 지점에서 제3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때로는 회색분자나 양비론자로 비칠 수 있지만, 성경에 기초한 자신의 탄탄한 정치적 신념을 갖춘 그리스도인들을 양성할 수 있다면, 양극화를 완화하고 중재하는 제3의 완충지대를 형성하여 사회 통합에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 박사는 “둘째로 백스터는 당시 양극화로 치닫는 사회를 향해 분리와 배제보다는 온건한 통합과 협치를 모색하였다”며 “그는 민주정이나 귀족정이나 군주정이 아닌 혼합정을 제안하였다. 다양한 분파들에게 ‘공동선’이라는 자연법적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확보하여 온건한 방식으로 화해와 협치에 힘썼다. 어쩌면 지역 간, 세대 간, 남녀 간, 이념 간, 계층 간에 갈라치기로 신음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의 한 모델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물론 백스터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왕권의 전횡과 크롬웰의 군사독재에 대항하여 평등 사회를 주장한 수평파 운동이 당시에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미국 권리장전과 민주정치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측은 같은 편인 청교도에 의해 탄압받았다는 점을 비판한다”며 “백스터가 A Holy Commonwelth에서 펼친 교회와 국가의 관계는 다분히 이상적인 신정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아울러 “퀘이커교도, 시커교도(Seekers), 재세례파 등이 실제로는 영국에서 교황권의 회복을 위한 길을 준비하고자 무정부상태를 설교하는 비밀 가톨릭교도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을 믿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1차 문헌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백스터에 대한 균형 있는 연구를 요구한다”고 했다.
◆ 이웃사랑, 시대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이고 실천적인 진리
두 번째로 발제한 김 원 박사는 “‘이웃 사랑’을 명령하는 여섯 비교 대상 문헌을 여섯 가지의 비교 대상 수단으로 비교 분석하면 우선, ‘이웃 사랑’은 구약 시대, 제2성전기 시대, 신약 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보편적이고 실천적인 진리”라며 “이는 비교 대상 문헌이 모두 ‘이웃 사랑’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또한 “모든 비교 대상 문헌은 ‘이웃 사랑’이 재정지원과 생활 필수품의 지원 같은 물질적인 행동으로 표현됨을 언급했다”며 “따라서 ‘이웃 사랑’은 실천적이며 이는 시대를 초월해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지켜야 할 중요한 진리”라고 했다.
◆ 갈라이디어서의 ‘이웃사랑’
그는 “갈라디아서의 ‘이웃 사랑’은 다른 비교 대상 문헌과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화된다. 우선, ‘이웃 사랑’의 근거, ‘이웃 사랑’의 실행 원천의 측면에 있어서 갈라디아서의 ‘이웃 사랑’에는 선대의 비교 대상 문헌에서 발견되는 특징들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이는 바울이 레위기의 ‘이웃 사랑’을 있는 그대로 인용하기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초로, 또한 성령의 사역에 힘입어 실천하는 원리로 갈라디아서에서 재언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갈라디아서의 ‘이웃 사랑’이 레위기 및 제2성전기의 ‘이웃 사랑’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이것이 더 포괄적인 ‘이웃 사랑’이라는 점”이라며 “우선, ‘이웃 사랑’의 실행자의 측면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신자된 자는 민족, 신분,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이는 ‘이웃 사랑’의 실행자를 유대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다른 비교 대상 문헌과 차별화된다”고 했다.
또한 “바울은 ‘누구든지’ ‘이웃 사랑’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시했다”며 “구체적으로 유대인과 혹은 유대인과 함께 거주하는 일부 외지인 만을 ‘이웃 사랑’의 대상으로 명시하는 다른 비교 대상 문헌에 비해 갈라디아서의 ‘이웃 사랑’은 ‘이웃’의 경계를 사실상 허물고 이 사랑이 온 인류를 향해 열려있음을 천명했다”고 했다.
아울러 “갈라디아서의 ‘이웃 사랑’과 레위기 및 제2성전기의 ‘이웃 사랑’ 사이에는 공통점에 비해 차이점이 더욱 많이 발견된다”고 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신대개혁주의학술원 #제19회신진학자포럼 #기독일보 #황대우원장 #대구산성교회 #황경철박사 #김원박사 #국제복음과공공신학연구소 #이웃사랑 #리처드백스터 #공공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