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보내고 2025년 새해를 맞았다. 기독일보는 신촌성결교회 원로인 이정익 목사를 만나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올 한해를 전망하는 ‘신년 대담’을 진행했다. 이 대담이 있고 며칠 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81명 중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에 이 목사는 별도로 본지와의 전화를 통해 애도의 말을 남겼다. 이를 먼저 전한 후 이 목사와의 대담을 그 아래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국가적으로 어수선한데 항공기 추락사고까지 발생해 국민들이 마음 둘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을 잃은 이들은 얼마나 황망할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나님께서 유가족들에게 특별한 은혜로 긍휼을 베풀어주시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혹여 음모론 제기나 유가족들을 향한 가시 돋친 말은 삼갔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권은 지나친 정쟁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나서 애도했으면 합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나라가 전환을 이루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새롭게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목회 안 될수록 하나님께 더 의지해야
교회, 동성애 물결 대비책 미리 세우길
-2025년 새해를 맞으신 소감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매해 그랬지만, 지난 한해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특별히 국가적으로 힘든 가운데 마무리가 되었는데, 낭패감을 느끼고 있을 국민들에게 올 한해는 더 좋은 희망과 비전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은 특별히 그런 소망을 갖게 됩니다.”
-지난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시다면요?
“10월 27일에 한국교회가 대형 집회를 가진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목회자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배 목회자로서 제 경험과 생각을 전해주었던, 보람 있었던 한해였습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겐 특별히 어떤 말씀을 해주셨나요?
“제가 젊었을 때는 목회가 안 되면 산에 올라가 금식하며 기도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그런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는 무슨 프로그램들을 자꾸 도입하려 하는데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목회가 안 될 수록 하나님께 더 의지해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말씀하셨듯이, 지난해 10월 27일 주최 측 추산 110만 명이 서울 광화문과 시청 및 여의도 일대에 모여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한국교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성애는 마치 밀려오는 물결과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밀려오는, 막을 수 없는 물결입니다. 한국에서도 언젠가 둑이 터질 것이라고 봅니다. 아직은 교계가 막고 있지만 조금 더 시간이 가면 둑이 터질 것 같아요. 어차피 밀려올 물결이라면 대안을 세워 놓아야 합니다. ‘어떻게 대처할 거냐’ 하는 것이죠. 지금은 동성애자들이 교회에 숨어서 들어오지만, 훗날 그들이 드러내놓고 들어올 때 어떻게 할 거냐, 이것을 연구하고 여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우리가 막을 때까지는 막아야겠지만, 미리 매뉴얼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종교인 과세 문제 당시에도, 정부가 이야기 하기 전에 한국교회가 닥쳐올 물결이라는 걸 예견하고 먼저 대응했었다면 아마 그 충격이 덜했을 것입니다. 동성애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부정선거 의혹·야당 행태도 짚어봐야
대통령도 야당도 잘못 있다면 책임을
-지난해 연말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가 있었습니다. 결국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비상계엄 선포가 과연 필요했느냐를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도 대통령을 탄핵한 것이 합당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것이 정말 그러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처음엔 비상계엄 선포에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에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들이 이슈화 되고 공론화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령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 중 하나로 알려진 부정선거 의혹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또 대선을 치러 누군가 당선되면 또 다시 같은 의혹이 불거질 것입니다.
또 하나는 탄핵을 남발하는 다수 야당의 행태입니다. 그것이 과연 국가를 위한 것인지, 정말 정부에 그럴만한 불법이 있어서 그러는지, 아니면 흔히 이야기 하는 대로 한 사람을 위한 방탄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사안이 정말 있다면, 그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해 해결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대통령에게도, 그리고 야당에도 잘못이 있을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다음 정부는 정통성을 잃을 것입니다.”
분노 식히고 차분·냉정하게 생각할 때
한국교회, 나라 치유 위해 기도했으면
-나라의 안정을 위해 국민들에게 하실 조언이 있으시다면요?
“국민들 가슴에 분노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분노는 이성의 작동을 멈추게 합니다. 그 대신 우리를 편향되게 하고, 증오와 갈등을 야기합니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지금 다 그런 상태인 것 같습니다. 지역별로도 갈라져 있습니다. 이는 우리 미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조차도 여기서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고 상대 진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차분하고 냉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슴에 있는 화를 좀 풀어냈으면 해요. 지금은 인내하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국가를 위해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 같은 목회자들의 책임이 큽니다. 지금 양쪽으로 갈라진 그 속에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무섭게 갈라져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지금은 속에 있는 분노를 드러내기 이전에,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할 때입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우리나라의 치유를 위해 기도회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강단에서는 치유와 화해를 위한 설교를 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태어나셨을 때는 증오가 최고도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스스로 제물이 되셔서 그 증오를 꺾으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죽음입니다. 이후 우리에게 화해와 평화의 세계가 열렸습니다. 지금 우리 목회자들에게 그런 주님의 모습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합니다.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치유와 화해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설교해야 합니다. 이것이 지금 기독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AI 경계만 하기보다 선용 위해 연구를
교회 스크린, 성경 멀어지게 할 우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인해 이것이 한국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관심사입니다. 목사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젊은 목회자들은 아마 인공지능을 상당히 의존할 것 같습니다. 일반 기독교인들도 이미 많이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봅니다.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오래 전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 그것을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우리의 일부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요. 교계는 인공지능을 너무 터부시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그것이 신앙에 도움이 될지 연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꾸 막으려고만 하면 안 됩니다.
돌아보면 코로나가 우리에게 어려움만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더 발전한 온라인은 우리를 보다 쉽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시켜주었습니다. 코로나가 준 기회입니다. 인공지능도 어디까지 발달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줄 것입니다. 물론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는 비단 인공지능에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겁니다. 어느 것이라도 잘못 사용하는 건 항상 경계해야겠지요.”
-해외에선 스크린을 통해 인공지능이 설교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은 좀 염려가 됩니다. 영성은 쉽고 편리한 것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성이 깊어지는 데는 때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 교회들마다 스크린에 성경 구절 등을 띄워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것이 교인들로 하여금 점점 성경을 손에서 놓게 만드는 까닭입니다. 성경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것에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성경을 손에 들고 스스로 찾으면서 읽어야 영성이 깊어집니다.”
보여주기식 말고 교회 갱신부터 해야
목회, 신학의 골격 있어야 이탈 안 해
-한국교회 교세가 쇠퇴하고 있고, 사회적 신뢰도도 떨어졌다고들 말합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극복방안은 무엇일까요?
“교회가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갈등과 분쟁, 목회자 일탈 같은 것들이죠. 그런 것들이 누적되면서 교회가 권위를 잃고 교세도 떨어지지 않았나 합니다. 그렇다고 교회가 인위적으로 뭘 보여주려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령 평소엔 가만히 있다가 성탄절 같은 날에 뭔가 나누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교회는 단지 스스로를 갱신하는 것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갈등과 분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대형교회일수록 더욱 그래야 합니다. 같은 실수나 잘못이라도 작은 교회가 했을 때보다 큰 교회가 했을 때 그 영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뭔가 잘하려고 하기보다 이런 것부터 줄여나가야 합니다. 그런 노력들이 쌓이면 점점 회복될 것입니다.”
-실천신대 총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특별히 한국교회 회복과 부흥을 위한 신학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원래 신학은 목회를 뒷받침하는 학문입니다. 목회는 신학의 골격을 가지고 해야 이탈을 하지 않습니다. 신학과 목회는 같이 가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교회에 신학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학이 교회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교회와 신학교들이 서로 잘 연결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실천신대는 초교파이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니 신학의 시야가 넓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회와 사회를 연결시키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제공했습니다. 이런 건 굉장히 좋다고 봅니다.”
염려하지 말고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새해엔 믿음과 자신감 갖고 내일 향해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2025년 한해 꼭 붙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성구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짐을 가득 실은 차는 부드럽게 갑니다. 반대로 짐을 안 실은 차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이처럼 내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 풍부한 사람은 자신감이 있지만, 지식이나 영성에 있어 말씀의 근거가 부족한 사람은 흔들림이 큽니다. 새해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더 많이, 더 깊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씀들 중에서 한 가지 추천하자면, 마태복음 6장 33~34절입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내일 일을 너무 염려하지 말고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너무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걱정한 대로 실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간혹 일어난다 해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것조차 유익이었음을 고백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인이 가는 길입니다.”
-끝으로 새해를 맞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살았으면 합니다. 내일은 가보지 않은 길이에 항상 두렵고, 과거는 지나왔기에 익숙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과거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지난날이 익숙해도 그것은 이미 지나간 것입니다. 비록 두렵더라도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내일로 향했으면 좋겠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올 한해도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우리와 동행하실 것입니다.”
이정익 목사는
서울신학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D.Min.), 미국 아주사퍼시픽대학교에서 명예신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도 공부했다.
1991년 신촌성결교회 제4대 담임으로 부임해 목회하다 2016년 이 교회 원로가 됐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을 비롯해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CBS 재단이사장, 신촌포럼 대표, 월드비전 이사,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이사, 성결교창립백주년준비위원회 위원장,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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