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국 교수(백석대 실천신학)가 30일 복음과 도시 홈페이지에 ‘욥의 속 울음과 교회 공동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최 교수는 “욥기는 가족의 사망, 재산의 손실, 건강의 악화, 부부 갈등, 친구의 비판, 가까운 사람들의 배신 등으로 인한 외상의 문제뿐 아니라 의인의 고난, 악의 문제, 고난의 신비, 하나님의 주권 등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특히 욥기는 극심한 상실과 외상 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지혜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어 “욥은 재산을 전부 잃고, 자녀들은 모두 죽고, 건강까지 나빠졌다. 욥은 심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상실을 겪는다. 욥의 이러한 상실은 심한 외상까지 초래하게 된다. 욥의 상실과 외상 고통은 죄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두드러지게 경건하였기 때문이었다”며 “욥이 상실과 외상 고통 중에 공동체에 원했던 것은 어떤 신학적 가르침이나 신앙적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애가를 경청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욥의 경험과 그의 애가는 교회 공동체에 중요한 의미를 준다”며 “욥이 겪은 심한 상실과 외상 고통이 주는 교훈은 하나님을 믿고 바르게 사는 사람도 심한 상실과 외상과 같은 고통을 삶의 여정에서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도 건강하지 못할 수 있고, 문제를 쉽게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사고나 질병으로 고통과 외상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는 사람들이 삶의 여정에서 경험하는 번영이나 고난을 근거로 영적 상태를 함부로 추론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교회 공동체는 욥과 같이 상실과 외상 중에 있는 사람들의 애가를 경청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교회 안에는 욥기의 신정론, 몸의 질병, 고통의 신비 등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지만, 욥기에 나타난 외상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욥기에 나타난 욥의 외상과 분노 감정에 함축된 속울음(mute cry) 등에 대한 이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욥이 심한 상실과 외상 중에 표출한 분노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는 교회 공동체에 중요한 의미를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 공동체는 욥과 같이 심한 상실과 외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 표출하는 분노 감정은 믿음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더 건강한 신앙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교회 공동체는 심한 상실과 외상 중에 있는 사람들의 강렬한 분노 감정에는 깊은 고뇌와 소망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특히 교회 공동체가 이런 사람들이 표출하는 분노의 표면 감정뿐 아니라 이면과 심층에 자리하고 있는 속울음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교회 공동체는 외상을 포함한 심각한 위기나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의 ‘왜’라는 질문은 희망의 표지일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며 “교회 공동체는 이러한 사람들이 던지는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긴장해서는 안 된다. 이 ‘왜’라는 질문은 대부분 분노의 표현이다. 교회 공동체는 심한 상실과 외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분노의 감정 체계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인간의 분노에는 AHEN의 원리가 있다. 분노(Anger) 이면에 상처(Hurt)가 있고, 그 이면에 기대(Expectation)이 있고, 그 이면에는 필요(Need)가 있다”며 “심한 상실과 외상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의 분노는 힘들고 고통스럽고 불안한 상황에 대한 표면 감정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분노가 일차로 드러나지만, 그 이면에는 상처, 불안, 고통 같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외상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이 표출하는 분노의 이면 감정은 항의, 상처, 불안이고, 심층 감정은 삶의 증언과 치유를 소망하는 감정이 함께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교회 공동체는 심한 상실과 외상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이 표출한 분노의 이면 감정과 심층 감정을 이해할 때 깊은 경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 공동체는 심한 상실과 외상 고통 가운데 있는 사람의 분노는 항의, 논쟁, 고뇌, 의문, 상처, 불안, 수용 같은 감정이 내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감정의 기재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모든 분노 뒤에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은 무의식적 열망이 숨어 있고, 모든 수용 뒤에는 분노의 마음으로부터 달아오르며 거기서 태어난다. 시편에도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아니요’와 ‘예’가 하나님에 대한 분노와 열정적 찬미가 극적으로 함께 녹아 있다. 고통의 한 부분으로서 분노는 믿음과 신실함과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필연적인 반응”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 공동체는 분노의 속울음인 이면과 심층 감정의 불안, 상처, 기대, 수용과 같은 감정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 공동체가 심한 상실과 외상 가운데 있는 이들의 속울음을 듣는 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표지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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