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연구원-온누리교회통일위원회 특별공동포럼이 16일 저녁 온누리교회 서빙고 온누리청소년센터에서 ‘한국교회와 탈북민 어떻게 동행할까?’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김의혁 교수(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가 ‘탈북민 사역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 탈북민 현황에 대해
김의혁 교수는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은 어디에 와 있는가?’, ‘향후 탈북민 사역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라며 “위 두 질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에 대한 손쉬운 대답을 내놓기도 어렵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본격적인 탈북민 사역의 역사가 30년 가까이 되는 2024년의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을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전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탈북’ 현상은 6.25전쟁 직후부터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 내에 들어오는 탈북민의 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며 “이때부터 탈북한 이들은 ‘북한이탈주민’으로 명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탈북자’나 ‘새터민’이라는 호칭에 대한 탈북민들의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근래에는 두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오늘날 교회 사역현장에선 ‘탈북민’ 혹은 ‘북향민’이라는 호칭이 무난하게 많이 쓰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통일부에 따르면 24년 9월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는 총 34,259명이다. 이는 1953년 7월 정전협정을 맺은 이후 지난 수십 년간 한국에 들어온 이들을 다 포괄하는 수치”라며 “그동안 사망하거나 해외로 탈남 혹은 재입북한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현재 한국 내에 거주하는 탈북민의 수는 전체 누적 인원보다 10% 적은 약 3만 명을 상회하는 정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탈북민 사역을 포함한 교회의 일반적인 사역은 한 사람의 생애주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진행된다”며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에서 젊은 탈북민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이미 한국 사회와 교회에 스며든 채 나름 큰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탈북민 중에 생계급여 수급을 받는 비율은 2008년 54.8%에서 2023년 22.7%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탈북민의 초중고 학업중단율도 상당히 감소했다”며 “이외에도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 실업률 모두 지표가 지난 10여 년간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양적인 지표로 보이지 않는 탈북민의 사회통합과 정신건강 관련 영역은 여전히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의 큰 과제로 남아 있다”고 했다.
◆ 해외·국내 탈북민 사역에 관해
그는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은 크게 해외 사역과 국내 사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며 “해외 탈북민 사역은 선교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고, 국내 탈북민 사역은 선교단체 뿐만 아니라 지역교회와 기독교 NGO를 통해서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고 했다.
또한 “본격적인 탈북민 사역의 시작을 고난의 행군이 시작했던 1995년부터 잡으면, 탈북민 사역 역사는 오늘날까지 한 세대인 30년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해외 탈북민 사역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양육 사역이며, 다른 하나는 탈북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역”이라며 “하나는 탈북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양육 사역이며, 다른 하나는 탈북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탈북민 양육 사역은 중국 혹은 제3국에 ‘미션홈’을 운영하면서 성경공부 및 신앙훈련을 하는 사역이 대표적”이라며 “모퉁이돌선교회, 오픈도어선교회, 통일소망선교회 등 대표적인 북한선교단체의 주된 활동 중의 하나”라고 했다.
또 “탈북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사역은 탈북민 구출 사역과 탈북민 지원 사역이 포함된다”며 “2018년 이후 중국은 자국 내 한국 선교사들을 대부분 추방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에 중국에서 이뤄지던 대부분의 탈북민 사역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탈북민 사역에는 ▲탈북민 정착 지원 사역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 사역 ▲탈북민 대안학교 및 방과 후 공부방 사역 ▲탈북민교회 개척 및 지원·협력 사역 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밖에도 탈북민 사역과 관련하여 한국교회 내의 사역단체 및 연합단체들이 존재한다”며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통일선교사역교회연합 ▲한국기독교탈북민정착지원협의회 ▲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센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새터민종합상담센터 등을 소개했다.
◆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 주요 쟁점과 과제
김 교수는 “한국교회는 지난 20여 년간 탈북민 선교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탈북민 중 기독교인 비율은 결코 높지 않다. 실제로 교회에 출석하는 탈북민의 비율은 전체 탈북민 중 10% 미만으로 추정된다”며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은 한국 개신교의 특성상 각 교회와 단체들이 연대하여 체계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각각 분리된 채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탈북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일관성 있게 이어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 성도들의 선교적 열심이 탈북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세심한 배려와 함께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으며,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가 적지 않게 있지만, 정작 전문 탈북민 목회자 혹은 훈련받은 사역자가 부재할 때가 대부분”이라며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 안에서 탈북민 리더십, 예컨대 탈북민 목회자와 제직을 세워가는 데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탈북민 목회자와 신학생이 한국교회에서 양육 받고 목회적인 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이 교회 개척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고, 한국교회 내 탈북민 부서의 미래와 방향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한국 사회는 점차 다문화사회로 변모되어 가고 있으며, 향후 탈북민의 입국 인원이 급격히 증가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탈북민의 인구 구성과 유형도 점차 분화되어 가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한국교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며 “또, 2023년 말 북한의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김정은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통일담론에 대한 강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탈북민 신학생 및 목회자를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세워가기 위한 방도를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2000년대 초반 중국과 제3국에서 집중적으로 성경공부를 받았던 탈북민 목회자와 신학생의 세대가 지나가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중국이나 제3국이 아닌 한국에 와서 새롭게 신앙을 갖고 신학을 시작한 탈북민 목회자들에 대한 맞춤형 접근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 한국교회 탈북민 사역의 미래
그는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 1.0’ 시대가 저물고 있다. 탈북민 사역 1.0을 가장 크게 규정한 것은 그 시기 가운데 한국에 입국했던 3만 명에 이르는 탈북민”이라며 “탈북민 사역 1.0은 탈북민의 변화에 초점을 둘 때가 많았다. 문제는 그 변화가 대부분 일방적이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탈북민 사역 1.0을 통하여 70개의 탈북민교회와 200여 명의 탈북민 목회자들이 세워졌고, 이를 통하여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탈북민 목회자 및 리더십이 준비되었다”며 “이는 탈북민 사역 2.0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제 ‘탈북민 사역 2.0’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먼저, 탈북민 사역 2.0의 중요한 초점은 신규 입국 탈북민이 아닌 ‘기존의 탈북민’이다”며 “둘째로 탈북민 사역 1.0과 2.0을 구분하는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바로 탈북민 정체성에 대한 적극적인 재구성에 있다”고 했다.
이어 “셋째로 탈북민의 정체성의 재구성은 탈북민 주체성의 확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넷째로 한국교회는 탈북민교회 및 교회 내 탈북민 부서와의 ‘상호문화주의적 관점’에서의 소통과 만남, 교제와 사역을 창의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한국교회가 상호문화주의적 관점으로 탈북민교회와 교회 내 탈북민 공동체를 만나간다는 것은 서로 자주 만나고 접촉한다는 의미이며, 서로 배운다는 의미이며, 서로의 정체성이 함께 변화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상대방을 그리스도 안에서의 온전한 지체이자 동등한 인격으로 받아들일 때에만 가능하다”고 했다.
◆ 한국교회, 새해 앞두고 탈북민 사역의 새로운 미래 본격 준비해야
김 교수는 “탈북민 사역은 지난 30년간 한국교회의 북한선교 현장 중에 가장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여타 북한선교 사역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논쟁에 쉽게 휘말릴 때조차도 탈북민 사역은 한시도 중단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고 했다.
그는 “이제 2025년 새해를 앞두고, 한국교회는 탈북민 사역의 새로운 미래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향후 탈북민 사역 2.0의 시대는 이전과 같은 ‘양적 확대’가 아니라 탈북민 사역의 ‘질적 갱신’을 주된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그 핵심에는 탈북민 사역 1.0을 통해 준비되고 세워진 탈북민교회와 탈북민 목회자의 리더십에 대한 인정과 존중 그리고 동역이 있다. 한국교회는 탈북민교회와 탈북민 목회자가 국내외 탈북민의 곁에서 선교적 사명을 마음껏 감당할 수 있도록 그 곁에 든든하게 서 있어 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와 탈북민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는 지체로서 서로 하나 됨을 이뤄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을 통하여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맡기신 복음통일과 북한선교의 역할을 한국교회와 탈북민교회가 온전히 감당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며 기도한다”고 했다.
이어서 구혜미 목사(온누리교회 한터공동체 차세대담당)가 ‘탈북민 사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구 목사는 “한국교회는 탈북민들을 통일선교의 마중물, 예비 북한선교사로 보기 이전에, 한국사회에서 물질적 풍요에 압도되지 않게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지지자 및 응원자가 되어야 한다”며 “이들이 즐겁고 보람되게 살 수 있는 정서적 지원을 하는 곳이 바로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그동안 찾아오는 탈북민을 중심으로 사역했다면, 이제는 지역 주민센터나 하나센터 등 지역 연계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탈북민을 ‘찾아가는’ 사역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구 목사는 탈북민 선교를 위해 헌신하다가 하나님 품으로 부르심을 받은 故 조요셉 박사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그동안 불쌍히 여기는 뜨거운 마음으로 사역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냉정하고 빈틈없는 분석이 필요한 때”라며 “앞으로 한국교회의 탈북민 사역이 이전보다 복합적인 탈북민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고, 참 좋은 친구와 이웃으로서 아름답게 동행하는 일들이 가득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포럼은 전명희(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 하광민 교수(총신대 통일개발대학교, 생명나래교회 목사), 정형신 목사(뉴코리아교회, 북한기독교총연합회장), 허은성 목사(안산동산교회 통일선교 부목사), 정기삼 팀장(온누리교회 한누리통합팀팀장) 등이 참여한 토론, 종합토론, 김해기 위원장(온누리교회 통일위원회)의 폐회사 순서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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