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내 소리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소서”(시편 130:2)
본문 2절, 귀를 기울이소서(티흐예나 아제네카 카쉐보트)는 직역하면 '당신의 귀들이 집중력 있게 하소서'이다. 원어상으로 귀를 복수형 '귀들'로 쓴 것은 최대한 집중력을 모아 달라는 저자의 청원을 엿보게 해준다(대하 6:40). 존 웨슬리는 성가대에서 시편 130편으로 만든 곡인 “내가 깊은 곳에서(Out of the depths)”를 찬양하는 것을 듣고 회심하였다.
시편 시인은 “여호와여 내가 깊은 곳에서 주께 부르짖었나이다”(130:1) 하고 주께 하소연하였다. 시편 시인이 여기서 말하는 “깊은 곳” 곧 심연(深淵)은 가난이나 질병이나 죽음 등 인간의 생활 면보다 더 “깊은 구렁”, 육신을 초월하여 영혼 곧 종교적 요구보다도 더욱 더 깊은 근원적인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
*이 인생의 심연에서 주께 돌아오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의 <고백록>(Confessiones, c. 397-400)이다.
이교도(異敎徒)이며 로마인인 아버지와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북(北)아프리카인인 어머니 모니카 사이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태어났다. 그는 삼십 세 때까지 허랑방탕(虛浪放蕩)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도 진리를 추구하였고, 어머니 모니카의 기도를 의식하며 지냈다.
“내 영혼이 깊은 골수(骨髓)에 깊은 사색을 하고 내 마음의 처참한 상태를 바라볼 때에 나는그만 마치 눈물의 소나기를 맞이한 듯 울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기 집 정원(庭園)의 무화과나무 밑에 몸을 던지며 신께 따지듯이 기도하였다. ”오 주님, 언제까지 당신은 분노를 품으시겠습니까? 이전의 내 허물을 기억하지 마소서.”
그때 이웃집에서 아이들이 놀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들고 읽어 봐! 어서 들고 읽어 봐!”. [Tolle, lege!Tolle lege!]
아이들의 소리를 신이 자기에게 보낸 천사들의 소리로 이해하고, 아우구스티누스는 방안 책상 위에 펼쳐져 있는 두루마리 로마서를 읽었다.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다투거나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3-14).
아우구스티누스는 10대의 나이로 카르타고에서 유학 생활을 할 때 동거(同居)하던 여자에게서 얻은 자기의 사생아(私生兒) 아데오다투스와 함께 세례를 받았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나이 서른 세 살, 아데오다투스의 나이 열여섯 살 때였다.
회심하기 직전에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내게 있어서 나 자신이 수수께끼이다 인간 그 자체가 깊고깊은 심연(深淵)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고백록> 전 13권은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前半) 제1-9권은 회심하기까지의 과정,후반(後半) 제10-13권은 그의 사상을 서술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 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고백록>은 내 생활의 악과 선에 관하여 의롭고 선하신 하나님을 찬미한 것이다.” ‘신’이라는 깨끗한 거울 앞에 자기를 비추어볼 때에, 그 거울에 나타난 자기의 모습은 육신과 영혼의 갈등이었고, 육과 영의 분열로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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