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도덕적 무책임
현재 AI 한계 있지만 교회에 계속 실망하면…
영적 반성하고 기술적 이해 높이려 노력해야

한국교회법연구원
한국교회법연구원의 제20회 교회법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교회법연구원(원장 김영훈 장로)이 5일 오후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하나님의 법과 AI(인공지능) 시대의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제20회 교회법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교회법연구원의 창립 20주년 기념 세미나이기도 했다.

주제발표는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연구교수)가 전했다. 박 박사는 한국교회에 ‘율법주의’에 대한 오해가 만연해 있고, 계명을 지키는 책임감이 실종돼 있음을 지적하며, 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만큼 이런 상황에 대안이 되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찰했다.

박 박사는 “성서에 기록된 하나님의 법을 함부로 어기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그 허물을 무조건 덮어준다는 믿음은 ‘오직 성서로’와 ‘오직 믿음으로’의 참된 의미와는 전혀 무관한 생각”이라며 “율법주의를 그릇되게 개념규정하여 율법의 요구를 아예 회피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현실 속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기회보다 위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설교 메시지와 신앙관리 서비스에 의지해서 신앙생활을 해나가겠다는 이들이 한국교회 내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며 “하나님의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믿음과 은혜를 가르치는 위선적인 부적격 교역자들을 의지하느니 차라리 막대한 양의 신학 및 목회 지식과 정보를 학습한 기계에게 도움을 구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법연구원
박욱주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다만 박 박사는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로는 성령의 영감을 힘입은 인간 교역자의 올바른 설교와 교육, 신실한 권면과 목회를 대체할 수 없다”며 “그 이유는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하나님의 계시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한 불완전한 사고 기계를 구현하는 수준의 발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교역자들의 율법과 율법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 그리고 그들의 도덕적 무책임함은 교회의 영적 경쟁력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려 놓았다. 그래서 교회의 목회역량이 아직 비성숙한 인공지능 기술이 제공하는 목회적 기능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개탄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다”고 했다.

그는 “향후 인공지능 시대의 목회는 하나님의 법을 신실하게 지키는 교역자들이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면밀한 이해를 갖추고 목회에 필요한 기능을 분별력있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며 ”인공지능 기술이 디지털 컴퓨팅 방식에 의존하는 한, 그래서 신앙을 통계 계산으로 환원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봉착해 있는 한, 성령의 인도를 받는 신실한 교역자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성서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 박사는 “교역자들과 교인들 입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진정한 강점은 목회나 신앙생활을 뒷받침하는 여러 활동에서의 기능적 효율성에 있다”며 “교회 사역을 위해 인력과 자원이 많이 들어가던 일들을 인공지능에게 맡겨서 교역자들과 교인들이 직접적인 말씀 순종의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지혜로운 인공지능 활용 방안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법연구원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는 “결국 신앙생활과 목회실천의 근본은 하나님의 법과 계명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몸과 마음 전체를 동원한 순종에 있다. 한국교회가 이런 신앙의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한다면 그것은 기회가 아닌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 박사는 “하나님의 법을 자의적으로 범하는 부적격 교역자들, 인간의 편의 위주로 규정된 율법주의 개념을 가지고 죄과를 합리화하는 신자들로 이뤄진 교회에 실망한 이들은 부족하더라도 죄를 짓는 않는 인공지능 설교자나 목회자에게 의지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교회가 인공지능 시대에 어떻게 적절하게 대처할 것인지, 그리고 교회 내에서 이 기술을 어떻게 영적 유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지 영적으로 반성하고 기술적 이해를 높이려는 노력이 즉시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 발표에 앞서 드린 예배에선 김순권 목사(예장 통합 증경총회장)가 ‘달려가는 시대를 비추는 성경’(하박국 2:1~3)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으며, 한국교회법연구원장인 김영훈 장로가 인사했다. 세미나 발표 후에는 최해욱 장로(한국기독AI작가협회 고문)가 논찬한 가운데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한국교회법연구원
한국교회법연구원장 김영훈 장로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김영훈 장로는 이날 인사말에서 “어느 사회나 국가나 그 핵심 요소는 정신과 영적 세계를 다루는 종교다. 종교가 살아야 사회와 국가도 살아난다”며 “그러나 교회가 본질을 잃으면 사회도 나라도 병든다. 오늘날 교회 지도자인 목회자들이 제대로 된 신앙인으로서 본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