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좋아해서 신이 많은 나라, ‘참 신’ 예수 만나면 신앙생활 더 잘해
비기독교인 99.7%인 ‘황금어장’, 일본 상황에 맞는 선교 전략 필요

“일본은 누구나 ‘선교사의 무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선 기독교 인구 0.3%의 어려운 현실을 볼까요, 99.7%의 황금어장을 볼까요? 복음의 그물을 어디로 던질 것인지 바라본다면, 종교를 좋아하는 일본이야말로 황금어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 교회에서만 25년간 사역한 한재국 선교사(시미즈세이쇼 교회 담임)는 “일본교회에 재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한국교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계속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는 사람들인 만큼, 역사와 정치를 초월하여 주님의 사랑으로 일본 영혼들을 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선교사와의 인터뷰는 지난 11월 중순 세계선교연대(대표 최요한 목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38년간 일본선교 위한 오직 한 길

한재국 선교사
한재국 선교사는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며 “역사와 정치를 초월하여 주님의 사랑으로 일본 영혼들을 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국 선교사 제공

1986년 2월, 30세의 나이로 일본 땅을 밟은 한재국 선교사는 이제 한국에서 산 기간보다 일본에서 산 기간이 훨씬 길다. 38년 전 서울신학대학교를 다니던 중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니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10년간 일본 한인교회에 집사로 있으면서 도쿄 베데스다교회 개척을 이끌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도쿄기독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공부하고, 졸업 후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일본동맹기독교단에 속한 74년 전통의 일본인 교회인 도쿄의 시이나마치 교회에서 4년간 전도사로 섬겼다. 그리고 2004년 일본동맹기독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후부터 2012년 3월까지 시이나마치 교회에서 제3대 담임목사로 목회했다. 이어 2012년 4월부터 현재까지, 일본 시즈오카현 시즈오카시 시미즈구의 일본인 교회인 시미즈세이쇼(淸水聖書) 교회에서 13년간 8대 담임목사로 목회하고 있다.

한 선교사는 일본인 목회뿐 아니라 재해구호 사역, 일본 한인선교사회 연합 사역, 일본교단과 한인 선교사들과의 가교 및 연합 사역 등 교회 안팎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이후 재일한국기독교선교협의회(한선협)의 재해대책위원장을 맡아 한인 선교사들과 동북 지역에서 재해복구 사역을 했다. 또 동북일한기독교인 신앙회복성회의 위원장으로 3차례 섬기며 센다이, 후쿠시마에서 쓰나미 이후 영적으로 침체한 교회와 목회자들의 회복을 도왔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한선협 동일본 회장으로 있으면서 10년간 분리돼 있던 한선협과 재일한국기독교교회연합회(ACC)의 연합 과정에 대표단의 한 사람으로 기여했다. 한 선교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의 타이밍에, 선교사님들이 한마음이 되어 가능했던 일”이라며 “현지 선교는 현지교회가 중심이 되고 선교사들이 서포트 해야 화합하면서 갈 수 있는데, 일본교회와의 연합에 앞서 한국선교사들부터 연합의 덕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현재 목회하는 시미즈세이쇼 교회에서는 교회가 25년 동안 준비해 온 성전 건축에 올인하여, 부임 5년 만인 2017년 7월 말 새 성전을 봉헌했다. 이 외에도 한국CBMC 동경지회 지도목사로 10년 가까이 섬겨왔다.

◇복음화율 0.3% 일본의 선교 현황은?

한재국 선교사
한재국 선교사는 “일본인은 세계에서 신을 가장 좋아하는 민족이고, 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이 많다”며 “그런 면에서 오랜 기간 ‘선교사의 무덤’이 되어왔지만, ‘참 신’ 예수님을 만나면 오히려 신앙생활을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희 기자

한 선교사는 일본선교 현황에 대해 “민주주의 나라이면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0.3%의 복음화율을 보인다”라며 “일본종교연감에 따르면 2023년 10월 1일 현재, 총인구가 1억 2,435만 2,000명, 신도계가 8,723만 6,500명, 불교계가 8,324만 2,800명, 기독교인이 29만 5,000명”이라고 소개했다.

일본선교가 쉽지 않은 사회적 상황으로는 △일본의 정신 ‘천황제’(신도이즘) △서양종교에 대한 거부 현상(가톨릭 역사) △다신론 다종교 현상(신흥종교) △세속주의(물질만능주의, 기복신앙)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일본교회의 성장이 부진한 이유로는 △고령화 △개인적 신앙 △지적 신앙 △복음의 역동성 둔화 △리더십의 문제를 꼽았고, 일본 교인들의 교회 이탈 원인으로는 △본인의 신앙 확신 결여 △성도들 사이의 인간관계 △주일 직장 출근과 학교 클럽 활동 △불신자와 결혼 △가족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조상숭배, 마츠리, 불교단가 등)를 꼽았다.

한 선교사는 “사면이 바다인 일본은 ‘와(和)’의 문화로, 공동생활에 맞춰 살아가기 때문에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으면 대부분 자신의 개성을 못 살린다”라며 “우리나라는 못이 튀어나오면 ‘저게 뭘까, 무엇을 걸까’라고 생각한다면, 일본은 못이 튀어나오면 안 보이게 박든지, 월등하게 튀어나와야 한다. 그러니 종교적으로도 다 같이 믿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어나서 눈 뜨면 ‘가미다나’라고 집안 불단에 조상신을 모셔놓고 살고 있고, 자라면서 일본 천황 중심의 신도와 샤머니즘, 마츠리에서 지역 신을 섬겨야 한다”며 “청년 때 결혼 연령이 되면 동경하는 채플에서 기독교식 결혼을 하지만, 죽을 때는 불교식 장례식을 치른 후 절간 납골당에 모셔진다. 이처럼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을 때 종교가 다 다른 민족은 일본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 800만 신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내가 필요하면 무엇이든지 신으로 만들기 때문에 무한대의 신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며 “작은 인형이나 심지어 멸치 꼬리도 신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에서 신을 가장 좋아하는 민족이고, 신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오랜 기간 ‘선교사의 무덤’이 되어왔지만, ‘참 신’ 예수님을 만나면 오히려 신앙생활을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선교사는 “예를 들어, 명품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 않나. 수많은 사람이 가짜 명품을 진짜로 알고 있다가, 프랑스의 명품회사 사장이 와서 ‘이것이 진짜이다. 이것을 선물로 주겠다’라고 하면 모두 가짜를 버리고 진짜를 갖겠다고 할 것”이라며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참신, 예수님만 똑바로 만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상황에 맞는 선교 전략 필요해

한재국 선교사
한 선교사는 “일본을 역사적 감정으로 바라보면 용서가 안 되지만, 크리스천들은 일본과 일본 영혼을 품고 사랑해야 한다. 역사를 초월해서 주님의 사랑으로 품고 기도하다보면 사랑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한재국 선교사는 “예수를 알지 못하는 99.7%를 보면 일본은 황금어장이고, 또 주님이 역사하시는데 말씀으로 안 될 것이 뭐가 있나”라며 “그러나 각 나라의 민족성, 토양, 종교, 문화에 따라 선교 전략이 다른 것처럼, 일본에 맞는 선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민족성은 변화를 싫어하고, 한국이 볼 때 느린 것 같지만 실수하지 않도록 오랫동안 회의하고 철저히 준비한다. 또 관념적이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 책을 많이 읽는다”라며 “복음도 머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왜 ‘신앙여행 중 가장 먼 곳이 머리에서부터 가슴까지 30cm’라는 말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맞는 일본 전도 및 선교 전략으로는 △일본 무목교회에 목사 파견(한국인 목사와 선교사 양성) △한국교회와 일본교회와의 교류(자매결연, 기독교문화, 단기선교) △한국교회와 일본교회와의 선교 협력(장단기 선교사 파송, 일본교회 목회) △해외 체재 일본인 전도(유학생, 기술자, 주재원, 결혼) △복음 중심의 전도 및 선교 전략 추진을 들었다.

일본선교에 한국교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복음의 빚을 갚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선교사는 “1884년 우찌무라 간조 목사 등 당시 일본 교계 지도자들이 미국으로 편지를 써서 미국 선교사를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래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미국에서 먼저 일본으로 파송됐다”며 “1885년 2월 일본 요코하마에 도착한 언더우드, 아펜젤러 부부는 이수정에게 우리 말과 문화를 배웠고, 이들은 앞서 이수정이 1884년 12월 국한문으로 출판한 마가복음을 들고 1885년 4월 인천 제물포항으로 들어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한글 성경을 보급하게 되었다”라고 말하고 “그 당시 일본이 한국보다 기독교가 더 강하여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일본에 복음의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와 함께 “문화와 민족성에서 한국의 좋은 점도 있고 일본의 좋은 점도 있기 때문에,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연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 선교사는 “일본을 역사적 감정으로 바라보면 용서가 안 되지만, 크리스천들은 일본과 일본 영혼을 품고 사랑해야 한다. 역사를 초월해서 주님의 사랑으로 품고 기도하다보면 사랑도 생길 것”이라며 △일본인 1억 2,435만의 영혼구원 △일본교회 주일학교와 교회 성장을 위해 △일본교회 목사님들의 말씀 선포에 능력이 임하도록 △일본 교인들이 복음에 굳게 서서 전도에 전념토록 △한국교회와 일본교회가 선교협력을 하도록 △한국교회가 일본선교에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도록 △한 선교사의 일본선교전략과 복음전도 사역에 항상 주님의 인도하심이 임하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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