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는 지난 19일 법적 성별이 여성이면서 남학생 방을 쓰길 원하는 고등학생 A씨의 수련회 참석을 제지한 한 고등학교 처분이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는 차별금지법·동성애 반대를 표명해온 안창호 위원장이 주재하는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아닌 성차별시정소위원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위 성차별시정소위 권고안에 따르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진정인 A씨는 학교가 주관하는 2박 3일 수련회 참여를 위해 담당교사, 교감 등과 상담했다.
남학생 방을 쓰기 원하던 A씨는 ‘법적 성별이 여성이므로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며 수련회 참여를 제지한 학교 측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트랜스젠더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고등학교장은 남학생들의 성적 권리 침해 및 성범죄 발생 우려 등 학교와 학부모 입장을 종합해 제지 이유를 밝혔다. 교육청과 교육부도 법 테두리 내에서 처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권위 성차별시정소위는 법적 성별만으로 진정인을 처우한 결과로 차별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또 학교 측에 대해선 학생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강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9월 취임 전부터 차별금지법·동성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표명해 온 안창호 위원장의 입장과 다소 배치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제20차 인권위 전원위에서 ‘소위원회 의견 불일치일 때의 처리’ 안건을 결의했다.
이날 통과된 안건은 소위 구성을 3인에서 4인으로 바꾸고, 4인 체제에서 찬성과 반대가 2대2 동수일 경우 안건이 자동 기각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럴 경우 전원위로 상정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인권위법 제13조 2항에 따르면, 위원 3명으로 구성된 소위에서 3명 이상 출석과 3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간 소위에선 진정 사건을 합의제로 표결했다. 만장일치로 합의될 때까지 논의해서 공식 입장이나 권고를 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인권위 전원위로 회부했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 실행되는 제20차 전원위 결정에 따라 그간 LGBT 등 편향된 인권관에 입각해 권고하거나 공식 입장을 밝힐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던 소위의 의사결정 구조가 개혁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동성애 등 특정 이념에 입각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고, 견제 장치를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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