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퇴촌에서 목회하는 한 친구 목사가 있다. 그는 전국의 무당들 천 명 가까이 전도한 경험이 있는 특이한 사람이다. 지금도 동기 목사들 몇 명과 함께 무당들 전도하러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전도하러 온 목사를 친절하게 환영하는 무당들이 꽤 많다고 한다. 이유는 무당 50% 정도가 교회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왜 그들이 무당이 됐을까?

교회 다니면서 볼 것 안 볼 것 많이 봤기에 시험 들어서 교회를 등지고 헤매다가 무당이 된 것이다. 이단에 빠진 이들 가운데도 기존 교회 다니다가 상처 입고 그쪽으로 옮겨간 이들이 적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2012년, 전방철책선이 북에서 넘어온 한 병사에 의해 허무하게 뚫리는 불상사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귀순할 목적이었으니 망정이지 불순한 동기로 침투했다면 큰 일날 뻔했다.

그날 북한 병사 한 명이 북한한계선과 남한한계선을 넘어 우리 철책선 세 개를 넘어 귀순했다. 하지만 그 병사가 철책선을 넘을 때까지 우리 측 보초병은 아무도 없었고, 첫 번째 초소에 노크했어도 응답이 없어서 두 번째 초소에 노크했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 병사들이 나와서 발견하게 된 기막힌 사건이다. 이름하여 ‘노크귀순 병사’의 이야기이다. 남한에 온 지 2년 만에 그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우리 학교 학부에서 신학 공부를 시작했다.

나와 친했기에 매주 월요일마다 저녁 11시 20분에 수업을 마치고 내 연구실에 와서 성경을 배우곤 했었다. 어느 날 그 학생이 내 연구실에 와서는 대뜸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교수님, 저는 예수님을 믿은 이후로 한 번도 하나님이나 예수님이나 성경에 대해서 의심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한국교회는 심히도 의심스러워요.” 그래서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어째서 유명한 사람이 자살하면 죄다 교회 다니는 사람인가요? 교회가 그 사람들 자살 못 하게 막을 수 없다면 참 하나님이 역사하는 곳이라 말할 수 없잖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리스도인들이 불신자나 다른 종교인들과 차별화되지 않고, 별반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에 빚어지는 불행한 결과이다. 모두가 교회 책임이요, 목회자와 성도들 탓이다. 산상수훈에서 주님은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고 말씀하셨다.

이 구절에 딱 맞는 성경 속 인물이 한 명 떠올랐다. 바로 ‘이삭’이다. 이삭이 남의 땅 그랄에 살면서 얼마나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지 모른다.

이삭이 그랄 땅에 살면서 농사를 지었는데, 여호와께서 복을 주셔서 백 배의 열매를 맺어서 창대 왕성하게 되었다. 본토 주민들은 우물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데, 이삭이 파면 파는 족족 물이 콸콸 쏟아져서 농사가 잘된 것이다. 그러자 그 땅의 주인인 그랄 사람들이 시기해서 우물을 메워버렸다.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 다시 우물을 팠는데, 또 물이 솟구쳐 나오자 그들이 다시 우물을 메워버렸다. 한 번도 아닌 세 번에 걸쳐서 그런 일이 발생한다.

이삭이 남의 땅에서 힘이 없으니까 빼앗길 수밖에 없었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이삭의 군사력이 그들의 왕 아비멜렉의 그것보다 더 강했다(창 26:16)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빼앗기지 않을 힘이 있음에도 자기보다 힘없는 자에게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고 감동 아니겠는가! 그런 모습을 보인 이삭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나? 어느 날 그랄 왕 아비멜렉과 친구와 군대 장관이 이삭을 찾아와서 이런 말을 한다.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분명히 보았으므로 우리의 사이 곧 우리와 너 사이에 맹세하여 너와 계약을 맺으리라.”

‘여호와 하나님이 이삭과 함께 계심을 그들이 분명히 보았다’라고 했다. 이방 왕의 입에서 ‘여호와’라는 말이 터져 나옴이 놀랍지 않은가? 산상수훈의 말씀처럼 이삭은 자기 속에 계시는 빛이신 여호와 하나님을 자신의 착하고 겸허한 행실로 비춤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한 모범적 인물이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에서 불신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나를 통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 이런 반응이 쏟아진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분명 크게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산상수훈의 말씀대로 잘 살다 간 이삭처럼 내 속에 살아계신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몸으로 밝혀서, 불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부름으로 하나님이 높이 영광 받으시는 사건들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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