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소장 윤득형 박사)가 12일 오후 감리교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 중강당에서 제1회 애도목회포럼을 ‘목회돌봄과 좋은 애도’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행사는 예배, 포럼 순으로 진행됐다. 예배는 김인종 목사(성천교회)의 인도로 드려졌으며 한성권 목사(성산교회)가 대표기도를 드렸다. 이어 박장규 감독(연구소 이사장)이 ‘애동하는 자의 복’(마태복음 5:4)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박 감독은 “예수님께서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말씀하셨다. 우리에게 고난과 슬픔, 또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애통할 수밖에 없는 이런 일들이 많이 찾아오게 된다. 애통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사건, 현장 등은 우리만 겪는 게 아니라 이미 예수님은 애통자로서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이 애통은 아주 가까운 사람, 그런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어려움을 당할 때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시면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올리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병자, 배고픈 자, 죄인 등을 위해 눈물을 흘리셨다. 죄인을 불쌍히 여기시며 세리의 기도를 애통하는 마음으로 받아주셨다. 주님은 우리를 곁으로 부르시며 위로해주시고 더 나아가서 우리의 상처를 만져주시고 치유해주신다. 그래서 늘 함께하신다. 고린도후서 1장을 보면 환난 중에 위로를 주시며 모든 위로의 하나님이라고 기록되어 있다”며 “오늘 애도목회포럼이 처음 시작되었지만 앞으로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줄로 생각한다. 함께 우리가 애통하는 복을 누리면서 주님의 위로하심 그리고 함께 애통하면서 나눠줄 수 있는 성도의 모습이 된다면 이것보다 더 큰 하나님의 은혜가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천영태 목사(정동제일교회)와 정푸름 회장(한국목회상담협회)가 축사를 전했다.
천영태 목사는 “목회하면서 성도가 사랑하는 누군가와 사별할 때 겪는 슬픔을 공감하고 진지하게 돌봐야 할 여건, 마음의 준비가 안 될 때가 많이 있다. 이를 위해 애도와목회돌봄연구소가 세워진 것이 감사하며 오늘 포럼을 통해 한국교회 목회에 큰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정푸름 회장은 “죽음이라는 주제는 가슴이 시리고 막막해진다. 우리 모두에게는 죽음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죽음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오늘 포럼이 꼭 필요한 포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 포럼에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포럼이 이번 개최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지속될 포럼을 통해 치유되길 바라고 함께 많은 이야기가 나눠지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예배는 이어 박장규 감독의 축도로 마무리 됐으며 이어진 포럼은 임태일 목사(서강교회)의 사회로 진행됐다.
포럼에서 윤득형 박사가 ‘좋은 애도, 피해야 할 말, 바람직한 말’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윤 박사는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이요’라고 했다. 여기서 애통은 애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애도는 상실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의 표현으로 슬피 우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슬픔, 절망, 좌절, 죄책감, 수치심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렇게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표현할 때 위로함을 받을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신다”며 “기독교 영성에는 많은 요소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서로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는 영적 동반자로서 ‘신앙공동체’이다. 이 핵심을 담은 구절이 로마서 12장 15절이다. 신앙공동체는 위로의 공동체로 부름 받았다. 신앙공동체가 안전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바른 위로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비성숙한 위로는 오히려 상처를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애도상담이란 상실로 인해 겪게 되는 슬픈 마음을 위로하고 이로 인해서 생기게 될 수 있는 정서적, 심리적, 행동적, 신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애도의 시간을 잘 겪어내어 일상의 삶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의 과정이다. 사람들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상실을 경험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경험 속에서 유사한 점들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어떤 한 사람이 경험한 슬픔은 다른 사람의 것과 정확히 똑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자신 만의 고유한 방법으로 슬픔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박사는 “슬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언젠가 다른 상실을 경험할 때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드러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슬픔을 표현하기보다는 참는 것이 덕이라고 생각한다.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면서 애도의 과정을 겪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울어라’, ‘울어도 괜찮다’고 말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사별을 경험한 사람들은 죽음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쓴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면서 억지로 사별자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그렇게 목회적인 돌봄을 위해서는 단순히 신앙적인 의미를 제시하는 것보다 영적인 돌봄의 중요성을 잘 인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별 애도에 대한 첫 번째 과업은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과 ‘그 사람은 가버렸다’ 또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라는 현실을 완전히 직면하는 것이다. 상실에 대해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고통이나 방법으로 애도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깊은 애착관계에 있었던 사람을 잃었을 때 느끼는 고통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또한, 사별 슬픔의 고통을 겪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사회적인 시선이다. 그래서 이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상담할 때 사별자가 분노, 불안, 무력감, 슬픔 등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윤 박사는 “상담자는 유족들이 고인과의 관계를 상실하도록 단절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유족들이 정서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고인을 위한 마땅한 공간을 배정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 장소는 세상에서 유족들이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감정적 재배치에 효과저긴 것은 의례다. 예를 들어 묘지 방분, 고인의 물건 간직하기, 가족끼리 스크랩북 만들기 등이다”며 “위로를 위한 상담의 기본 원리에는 함께하기, 물어보기, 공감적 경청, 감정 인지하기, 답 안주기, 코끼리를 찾아라, 의례 활용하기 등이 있다. 상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상심한 마음을 가진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해주는 것이며 이것이 큰 위로의 방법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담할 때 감정이 어떠한지 물어보는데 어떤 사람들은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아픔을 가중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감정을 묻거나 듣는 일을 불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진실하고도 케어하는 마음으로 묻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단 물어봤다면 공감적인 경청의 태도가 중요하다. 공감은 단순히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감정에 대해서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공감이란 ‘내담자의 내면세계에 집중하여 내담자의 마음과 인식의 구조 속에서 내담자의 문제와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이다”고 했다.
윤 박사는 “감정을 인지하는 것은 애도상담에 잇어서 핵심이다. 누구나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인지하는 것은 쉽지않다. 그런데 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야 하며 사별자들에게 이러한 감정들을 이해해주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뢰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어려운 시기를 잘 겪어 나아갈 힘이 될 것”이라며 “사별자와 상담할 때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흔히 목회자들이 실수하기 쉬운 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야기하는 것고 충고하는 것이다. 둘 다 해결 중심적인 방식으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도리어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곁에 함께 있으며 기도와 마음으로 지지해 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영어 표현에는 ‘방 안에 있는 코끼리를 찾으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방안을 무겁게 누르고 있는 어떤 이슈를 발견하라는 것인데 그것은 표현되지 않고 있거나 이야기 되어지기 꺼려지는 주제를 말한다. 상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담자는 마음 속에 어떤 감정 뿐만 아니라 자신이 처해 있던 어떤 환경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이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의례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의례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이 죽음을 인지하고 슬픔을 극복할 길을 제시해 주며 죽은 대상과의 영적인 결속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장례와 추모 등의 의례와 치유와 변화적인 힘을 갖기 위해서 개인화되고 특별화 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 박사는 “상실 이후 비탄과 애도의 과정을 겪은 후에 별도의 모임이 필요하다. 추모 1주기는 바로 그러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가까운 사람들을 모시고 교회나 적절한 규모의 장소에서 고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특별한 모임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다시금 위로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며 “목회자는 죽음과 슬픔의 현장 최전방에 서있다. 많은 연구에서 밝히는 것은 예배와 기도, 설교말씀, 성경공부, 제자훈련 등 신앙공동체 안에서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를 위해 목회자는 사별자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하며, 좋은 애도를 위한 분위기와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기독교 신앙공동체는 전통적인 ‘영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다각적인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또한, 신앙공동체는 먼저 애도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져야 한다. 막연히 신앙으로만 극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들의 사별애도에 대한 바른 인식과 이해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전체 공동체원들이 그것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여기서 제시한 ‘위로를 위한 상담의 기본원리’는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는 교인들을 위로하고 회복을 돕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인 관점을 제공해 준다. 이를 통해 기독교 신앙공동체가 위로와 회복을 위한 목회 사역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포럼은 이어 이상수 목사(동해교회)가 ‘애도 상담 목회 적용 사례’, 이현식 목사(석교교회)가 ‘추모 의례를 통해 애도의 동반자 되기’라는 제목으로 사례발표를 했다. 이어 송기수 목사의 마침기도로 모든 순서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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