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이사들에 대한 국회의장 부작위는 위법
모처럼 재단 출범 길 열렸는데 불복하고 상고?
스스로 의회민주주의 부정·재단 설립 방해행위
앞서 서울고법 행정3부는 사단법인 북한인권 김태훈 이사장이 국회사무총장과 국회,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낸 ‘이사추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6년 9월 시행된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된 연구 및 정책개발 등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로 하여금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12명 이내로 이뤄지는 재단 이사는 통일부 장관이 추천한 2명과 국회가 추천한 인사로 구성된다. 후자는 여야 교섭단체가 2분의 1씩 동수로 추천해 통일부 장관이 임명한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8월, 김태훈 이사장 등 5명을 추천했고, 당시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2명을 추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이사를 추천하지 않고 있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여당이 추천한 5명은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총장에게 본인들을 재단 이사로 추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 조치가 없자 김 이사장이 그해 10월 행정소송을 냈다.
국회 측은 “북한인권법은 재단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로 명시하고 있을 뿐 국회의장을 추천권자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피고 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민주당 측 역시 “교섭단체는 교섭창구의 역할을 하는 조직일 뿐이어서 피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받아들인 1심 재판부는 각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민주당은 피고 적격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국회의장에 대해선 교섭단체의 이사 추천 행위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적 책무로 수행돼야 하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북한인권을 비롯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등 북한인권 단체들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을 비판했다.
이들은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은 상소기간 마지막 날인 어제(4일), 모처럼 북한인권재단 출범의 길을 연 사법부 판결에 대해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며 “입법부 수장으로서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가적 사업인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방해하는 위법행위로서 실정법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8년 넘게 북한인권재단의 이사를 민주당이 부당하게 자당 몫을 추천하지 아니하고, 국민의힘은 자당 몫을 추천했으나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은 국민의힘 추천 인사들만을 통일부 장관에게 추천하지 아니하여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북한인권법이 사문화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서울고법 판결은 국회의장은 민주당의 추천을 기다리지 말고 국민의힘 추천 인사 5명부터 북한인권재단 이사로 추천하라고 판결함으로써 통일부 장관 추천 인사 2명과 함께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사필귀정의 판결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물론 소송 당사자는 판결에 불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며 “북한인권법은 세계 최악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2월 7일 발표된 역사적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따라 2016년 3월 2일 국회에서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통과된 인류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법이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국제사회는 거듭 대한민국에 대하여 북한인권법에 따른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촉구한 바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동안 북한의 인권침해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규모 탄약과 미사일을 공급해 민간인 살상 등의 전쟁범죄를 자행하고, 지난 6월 ‘북·러 군사동맹 조약’ 이후에는 북한의 어린 병사들을 러시아의 용병으로 보내어 러시아 침략범죄의 총알받이로 바쳐 그 생명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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