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가 13일 중앙대 대학교회에서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요 12:20~26)”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서 박사는 “죽은 지 4일이나 된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오신다는 말을 듣고 큰 무리가 호산나를 외치며 ‘이스라엘의 왕이시여’라고 환호했다(요 12:13)’며 “그러나 예수님은 로마제국의 개선장군들이 화려한 마차를 타고 행진하던 것과는 달리 나귀 새끼를 타고 오셨다. 명절에 예배하러 올라왔던 헬라인들도 이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만나보기를 청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가 왔다’고 하시며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다(요 12:24)”며 “밀알이 땅에 떨어질 때 밀알을 감싸고 있던 껍질이 부서지고 그 안의 생명이 땅속에서 움이 트면 수많은 열매를 맺는 자연의 이치를 가지고 자신이 장차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많은 열매를 맺게 될 것임을 예고하신 것(요 12:33)”이라고 했다.

이어 “저는 10월 초 오랜 벗들과 함께 남도기행 다녀오면서 말로만 듣던 소록도를 방문하였다. 지금은 관광지로 변했지만 지난 날 한센인들이 겪은 고난과 이들을 사랑으로 품었던 이들의 자취가 보는 사람의 마음을 멍멍하게 하였다”며 “그중에서도 꽃다운 처녀의 몸으로 소록도에 들어와 평생을 한센인들을 돌보고 ‘이제는 늙어 다른 이들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떠난다’는 한 통의 편지만을 남기고 고국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던 마가렛과 마리안느 간호사가 기거하던 집은 너무나 따스해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십 년 전만 해도 한센병(나병) 환자는 저주받고 버림받은 존재였다. 당시 열악한 환경으로 전국에는 수많은 한센병 환자가 넘쳐났고 정부는 나환자촌을 만들어 이들을 일반인들과 격리하였다. 그중에 가장 규모가 큰 데가 소록도”라며 “한때 6천 명이 넘는 환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1960년대 여기에 두 명의 서양인 간호사가 파송되어 온다. 마가렛과 마리안느 간호사다. 처음에는 5년 정도로 예정하였지만 결국 43년, 자신들의 평생을 여기에서 아무 보수도 받지 않고 일하다가 2005년에 은퇴해서 고국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한센병환자들은 타인의 눈빛에서 어두운 그림자를 본다. 저 병이 자신에게 전염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두려움의 표정들, 공포의 대상을 쳐다보는 깊은 어둠의 눈빛은 한자들을 육체의 고통보다 터 뼈아프게 하는 저주의 시작이자 끝이었다”며 “그러나 마가렛과 마리안느의 시선은 달랐다. 그들의 눈빛에는 어떤 두려움도 것들지 않았다. ‘세상에 저런 눈빛도 있구나!’ 온전한 시선을 그리워하던 환자들에게는 참으로 낮선 감동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들은 방역복이나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환자들의 상처를 만지고 피고름을 직접 짜내고 약도 맨손으로 발랐다”며 “소록도라는 천형(天刑)의 땅에 한 알의 밀알로 떨어져 죽은 것이다. 그러자 세상을 향해 굳게 닫혔던 한센인의 마음도 열려지기 시작하고 많은 치료의 열매가 맺어졌다”고 했다.

서 박사는 “예수님은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라’고 하셨다(요 12;26)”며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에게도 한 알의 밀알로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 많은 열매를 맺으라는 명령”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모두 마리안느와 마가렛과 같을 수는 없지만 고난당하는 이웃을 위해 우리의 시간을 죽이고, 우리의 젊음을 죽이고, 우리의 재물과 재능을 죽일 때 많은 생명의 열매를 얻게 될 것”이라며 끝으로 갈라디아서 5장 14절 ‘온 율법은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 같이 하라 하신 한 말씀에서 이루어졌나니’를 봉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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