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승호 대표(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홈페이지에 ‘서이초 사건 1년,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현 대표는 “서이초 사건 1주년을 맞아 교권 보호와 관련된 교육부의 성과 발표를 보면, 거의 모든 지표에서 90% 이상을 이루어 교권 보호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되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이는 현장 교사들의 현실 인식과 너무나 달랐다. 좋은교사운동이 실시한 설문에서 현장의 교사들은 대부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여전히 선생님들은 무고성 아동 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오롯이 혼자서 학급의 정서 행동 위기 학생을 감당해야 하는 환경에 있다”고 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갖추었어도 실제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한 예로, 수업 중 정서 행동 위기 학생이 교사와 다른 학생의 수업을 심각하게 방해할 때,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지만, 누가, 어디로 분리 조치를 하고 그 후에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력도, 장소도, 예산도, 프로그램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과 연수에 수백억 원의 돈을 쏟아붓고, 2028 대입제도는 정시 확대 기조로 개편하여 경쟁 교육은 더욱 치열해졌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늘어났다”며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보면 오히려 학교를 떠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응원하는 SNS 피드가 넘쳐난다. 정작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현장에서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생님들인데 말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현장에 남아 있는 교사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더 높은 담장을 쌓게 되었다”며 “교사와 교사 사이에 담이 쌓이고, 교사와 학부모 간의 담은 더욱 높아졌고,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담이 생겼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최소한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교육부가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을 마치 대립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어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며 “그러한 초기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쪽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다른 한쪽은 학생인권특별법 제정으로 서로 대립하면서 없던 담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현 대표는 “교육 주체들은 관계가 단절되고 높은 담에 둘러싸여 서로로부터 고립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손안에 있는 인터넷을 통해 더욱 강화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초연결 시대의 SNS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묶어놓아 ‘디지털 부족화(tribalization)’ 현상을 초래한다. 이로 인해 확증 편향은 굳어지고, 그 안에서 상대방을 힐난하며 ‘공감의 반경’은 오히려 줄어든다”고 했다.
더불어 “결국 같은 부족끼리만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여기다 보니 이런 협소한 공감이 혐오와 차별을 양산한다”며 “그래서 실제 존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상한 교사, 진상 학부모, 구제 불능 학생이 온라인에서 언급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을 쌓아 우리들이 안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담을 쌓고 해자를 깊이 파는 것은 오히려 ‘공감의 반경’을 줄임으로써 서로에 대한 오해를 더 쌓는다”며 “병법에서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첫째요, 해자를 깊이 파고 보루를 높이 쌓는 것이 꼴찌라고 했고, 파커 팔머는 그의 책 「비통한 자를 위한 정치학」에서 ‘안전과 만족은 법과 제도가 아니라 친구로부터 획득된다’고 했다”고 했다.
그는 “좋은교사운동은 지난 학기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 3주체가 참여하는 ‘교육 공동체 회복 대화모임’을 3회에 걸쳐 진행했다. 그 대화 모임을 통해 파커 팔머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실제적으로 깨닫게 되었다”며 “교육 공동체를 분리하는 굳어진 담에 틈을 내고, 오히려 서로 간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대화’다. 나를 신고하고, 협박하고, 갑질하고, 폭행하는 사람과 대화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어 “범죄자 혹은 준범죄자에 해당하는 사람, 그리고 매우 무례한 이들을 제외하고도 90% 이상의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두려워하고, 의심하고, 안심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현 대표는 “대화의 시작은 누군가가 말을 걸 때다.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뉴욕의 택시 기사들이 내면의 두려움을 상쇄시키고 직업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선택한 것도 총기 휴대나 방탄복 착용이 아니라 다름 아닌 낯선 손님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며 “이를 통해 그들은 상대의 머리에 뿔이 달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말 걸기’ 캠페인의 슬로건은 ‘나는 하루 한 명에게 말 걸기를 선택한다’이다. 먼저 하나님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그다음으로 동료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말을 걸자는 캠페인”이라며 “말을 걸어 대화를 시작하고, 그 대화로 막힌 담에 틈을 내자는 캠페인이다.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 같지만, 모든 크고 중요한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아울러 “마치 ‘벌새 이야기’에 등장하는 벌새가 불타는 숲에서 작은 물방울 한 모금을 불길 위에 떨어뜨린 것처럼, 불타는 숲과 같은 학교를 향해 대화라는 작은 물방울을 입에 물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있다면, 교육 공동체는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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