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5일 총신대학교 제22대 총장으로 취임한 박성규 목사는 당시 취임식에서 “왕이신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학교가 되는 것”이 비전이라고 했다. 또한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굳게 지키며 개혁신앙으로 사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했었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뒤 총신대 서울 사당캠퍼스의 총장 집무실에서 박 목사와 마주했다.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와 ‘개혁신학 정체성’, 그는 여전히 이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굳게 붙든다면,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위기 속에서도 총신대는 밝은 미래를 열어갈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래는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
교수들과 논의해 개혁신학 핵심 요약, 새 UI도 선포
M.Div. 지난해 미달했지만 올해는 초과… 주님 은혜
임기 중 ‘매월 1만원 후원 10만 명 회원 확보’ 목표
하나님 통치 받기에 힘썼던 총장으로 기억되었으면
-취임하신 지 1년이 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3년간 초빙교수로 있긴 했지만 학교로 깊이 들어와 학사행정을 이끄는 건 처음인데,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잘 감당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직원들도 부족한 저를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현재 학교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학령인구의 급감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가운데 신입생들을 잘 충원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는 총신대의 건학이념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지난 123년 동안 개혁신학을 지켜온 우리 학교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그 정체성 위에 바로 서는 것입니다.”
-개혁신학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그걸 말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핵심은 요약할 수 있습니다. ‘개혁신학은 존 칼빈 중심의 종교개혁 신학에 기초해 성경의 최고 권위, 오직 은혜로 얻는 구원, 하나님의 통치와 문화 변혁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9월 신학과와 신대원 교수님들과 논의해 개혁신학의 핵심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채플 때마다 일어나 이것을 암송합니다.
또한 총신대 UI(University Identity)도 이러한 개혁신학의 정신을 반영해 최근 새롭게 바꾸었습니다. 새 UI의 가운데 들어가는 히브리어 ‘람멜레크’는 ‘왕의(of the King)’ ‘왕에 의한(by the King)’ ‘왕을 위한(for the King)’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한 마디로 총신대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통치하시는 학교라는 의미입니다.”
-총장님께서 현재 가장 집중하고 계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학교의 영적 부흥입니다. 총신대 학생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가슴에 성령의 임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쓰시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채플과 기도를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도하는 가운데 우리 학교 두 분의 교수님들이 병에서 회복되는 역사도 일어났습니다.”
-앞서 언급하셨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많은 학교들이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총신대 상황은 어떤가요?
“지난해 신대원 목회학석사(M.Div.) 과정은 52명이 미달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다행이 100명을 초과했습니다. 우선은 하나님의 은혜이고, 또한 각 교회들을 대상으로 학교를 적극 홍보한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지난해 8월 교회의 고등부와 대학부 교역자들을 초청해 학교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올해는 그 범위를 넓혀 중등부 교역자들까지 초청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삼일교회 등 교단(예장 합동) 산하 교회들이 학교를 알리고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총신대가 속한 예장 합동총회에는 약 1만2천 개의 교회와 235만 명의 성도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기도와 지원 아래 있는 총신대는 그 어떤 학교보다 큰 은혜 가운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총신대의 가장 큰 존재 이유 중 하나는 목회자 배출일 것입니다. 어떤 비전이 있으신가요?
“급변하는 목회 현장 가운데, 우리 학교는 과연 어떤 목회자들을 배출할 것인가가 저와 학교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고민입니다. ‘지금 총신대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목회자들을 길러내고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본질입니다.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경건에 바탕을 둔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이죠.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가지고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선포하는 목회자입니다.
그리고 목회 현장에서 목회자가 보다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대원에서 목회학을 전공하지만, 부전공 과정이 있으면 어떨까도 생각해 봅니다. 가령 어린이 목회, 청소년 사역, AI, 미디어, 문화 목회 같은 것들이죠. 또 신대원만이 아니라 학부 때부터 목회자와 선교사, 신학자를 지망하는 학우는 경건과 훈련, 성경원어와 영어강독능력, 인문학소양 제고를 통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위한 역량 있는 영적 지도자로 준비되는 것입니다.
-요즘 교회들에서 다음 세대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들을 가르칠 교역자 역시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교육부나 주일학교를 맡을 사역자가 부족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각 교회에 평신도 자원을 활용할 것을 주문합니다. 한 번은 100명 정도 모이는 교회에 갔더니 그곳 권사님께서 주일학교를 인도하시는데, 너무 잘 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교회의 평신도들이 직접 다음 세대를 양육할 수 있도록, 총신대는 온·오프라인으로 1년 과정의 ‘평신도 교육사’ 과정을 마련하려 합니다. 이를 마치면 교단 총회장과 총신대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수여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부교역자 부족 문제를 상당히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까지 꼭 이루고자 하시는 게 있다면요?
“학교를 위해 매월 1만 원을 후원하시는 1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현재 약 3만 명 정도의 회원들이 있는데, 앞으로 보다 전략적으로 회원 확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10만 명의 회원이 생긴다면 신대원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는 등 학교가 좀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시설이 노후화 된 기숙사와 유치원을 새로 지을 계획인데, 이 역시 잘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시길 바라십니까?
“하나님 말씀에 두려워 떠는 자, 그 말씀에 생명을 거는 자, 왕이신 하나님의 통치를 받기에 힘썼던 총장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총신대학교에 제 뜻이 아니라 왕의 뜻이 이뤄지도록 더 애쓰고 기도하는 총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성규 총장은
총신대학교와 동 신학대학원, 그리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신학석사) 및 풀러신학교(목회학 박사)를 졸업했다. 1987년 4월부터 2001년 4월까지 육군 군목(소령 예편)으로 있었고, 미국 남가주 사랑의교회 선임 부목사와 나성 한미교회 담임목사, 부산 부전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이 밖에도 예장 합동총회에서 교회자립위원회 서기, 교회자립개발원 실무 부이사장을 지냈고, 총신대 총동창회장, 총신대 평의원회 의원, 총신대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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