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소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에서 ‘6.25 이후의 대한민국과 한국기독교’라는 주제로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회는 이민기 목사(선교부위원장, 쉼터교회 담임)의 사회로, ▲최재건 박사(전 연세대 교수)가 ‘6.25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과 한경직’ ▲김명섭 박사(연세대 한국정치외교사, 지정학)가 ‘6.25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과 세계’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한경직 목사, 6.25 전쟁 속 그리스도의 사도로서의 소임에 앞장
먼저, 최재건 박사는 “6.25는 동서 냉전의 첫 무력 대결장이었고, 한국역사에서 국가적으로나 교회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며 “신생 대한민국이 건국 2년도 되지 않아 북한이 침략하여 국토의 대부분을 거의 점령당했다. 그러나 반격하고 퇴각하는 과정을 거쳐 거의 비슷한 지경에서 휴전하였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이 전쟁으로 인한 획기적인 변화는 고조선 이후 중국 대륙에만 의지하는 데서 벗어나서 처음으로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는 해양세력과 외교관계를 맺게 된 것”이라며 “그 후 전화를 극복하고 군사적으로 강국이 되고 산업화와 민주화도 이룩하여 세계적 강국이 되었다”고 했다.
최 박사는 “한국 교회는 선교사들이 전해준 자유 민주주주의 사상과 그 바탕인 기독교의 복음을 지키고 전파하는 일을 미증유의 6.25 전쟁 속에서도 이어왔다”며 “한경직 목사는 6.25 전쟁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그 소임을 앞장서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적인 교회, 세계적인 목회자가 되어 소임을 잘 감당했다. 그 결과, 한국교회의 미증유의 성장과 한국이 세계화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 대결의 세계 전초기지가 되었다. 피해의 규모는 각 분야에서 너무 커 다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실종자가 남북한 합쳐 520만 명, 1천만 명의 이산가족, 남한에서의 이재민 만도 2백만 명이나 되었다. 광업 생산력의 80%, 농업생산력의 78%, 공업생산력의 60%가 손상을 입었다. 유엔군 중 미국 군인의 사망자만도 5만 4천여 명이나 된다”고 했다.
그는 “교회의 피해는 극심하였다. 파괴된 교회만도 1천여 곳이 되었고, 전쟁 중에 알려진 순교자와 납치된 성직자만도 400여 명이나 된다”며 “대부분의 한국인은 일제의 만행 중 하나인 제암리교회 23명의 죽음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6.25전쟁 중에 그 수천 배에 달하는 집단 순교자는 그 규모와 잔인성에 비해 교회도 일반 사회에서도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노근리사건, 거창양민 학살사건, 국민 방위군 사건 등은 거듭 논의가 되었지만, 한국 기독교인의 학살을 비롯한 우파의 피해에 대해서는 거론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무신론적, 물질주의적인 공산주의 세력에 대해서 포용정책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는 호응하되 기독교 신앙과 배치되는 점은 물리치는 데 힘을 모아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고 사명”이라며 “전통의 계승과 새로운 전통의 창조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 K-정체성이 무엇인지 스스로 설명하는 노력 필요
두 번째로 발제한 김명섭 박사는 “피식민지 경험이 있던 한국은 제3세계 국가들, 그 중에서도 자원이 없는 제4세계 국가와 흡사했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제1세계와의 접속을 통해 발전한 대한민국 모델은 제3세계는 물론 제4세계 국가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도 이들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확대하고, 해외개발원조(ODA)를 늘려왔다. 2024년 6월 초 서울에서 제1회 한-아프리카정상회의가 개최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제1세계와 제3세계 및 제4세계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대한민국이 모델로 삼았던 제1세계가 제3세계와의 관계에 있어서 많은 과거사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협력모델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대한민국이 제1세계로부터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제3세계 및 제4세계 국가들에게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물고기를 나누어 주는 국가가 아니라 6.25전쟁 이후 한국이 제1세계와의 접속을 통해 발전시켰던 그물 만드는 법을 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먼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K-음악, K-시네마, K-푸드, K-의료, 그리고 K무기 등을 자랑하고 있지만, 과연 K-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대한민국 스스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독립투쟁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제1세계와 손을 잡았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지켜졌고, 발전해왔는가를 ‘있었던 그대로’ 연구하고, 교육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한 대한민국 헌법 상의 책임이다. 제3세계 중에서 자연자원마저 부족한 빈국들을 제4세계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들 제4세계도 국제사회로부터 폐쇄되어 있지는 않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자국민을 폭압적으로 억압하는 미얀마 군부정권과 같은 제5세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북한 주민에 대해 가져야 할 대한민국의 책임은 제3세계나 제4세계 보다 심각한 제5세계의 인권에 대한 세계보편적 책임이기도 하다”고 했다.
발표회는 이후 질의응답, 임석순 목사의 인사말, 박종화 목사(자문위원, 경동교회 원로)의 축도, 이옥기 목사(총무, 전 UBF 대표)의 광고 순서로 모두 마쳤다.
한편, 앞서 진행된 기도회는 이일호 박사(중앙위원, 전 칼빈대 교수, 이스라엘연구소장)의 사회로, 김운성 목사(중앙위원, 영락교회 담임)의 설교, 박완식 장로(지도위원, 소망교회 원로장로) ‘한국교회를 위하여’·조평세 박사(교회갱신위원장, 월드뷰 부편집장, 1776연구소 대표) ‘우리나라를 위하여’ 등 각각의 기도, 합심기도, 영락교회 특송 순서로 진행됐다.
‘위장된 복에 속지 맙시다’(출 33:1~6)라는 주제로 설교한 김운성 목사는 “때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는 가나안’과 ‘하나님께서 계시는 광야’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며 “아무리 가나안이라 해도 하나님께서 떠나시면 멸망의 땅이 된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에 들어갔지만, 우상숭배를 하고,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서 떠나시자, 거기서 멸망했다. 반면에 비록 광야라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그곳이 축복의 땅이 된다. 이스라엘은 광야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많은 지도자가 대한민국을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나라는 아무리 대단해도 복된 나라가 아니다. 위장된 복에 속으면 안 된다”며 “구미 선진국들이 하나님을 떠나 마약과 퇴폐적 향략 속에서 무너져 가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대한민국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나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되게 하는 데 힘써야 한다. 창조 질서를 존중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도록 살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해방 이후의 혼란기와 전쟁과 그 후의 가난하던 나라를 오늘의 자유민주주의가 꽃피는 경제 발전 국가로 세우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대한민국을 믿음으로 지켜나가야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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