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100년이 흐르자 여기저기서 개혁자들의 사상과는 다른 의견이 나왔고, 비복음적 사상을 강단에서 설교하니 교회에는 또 다시 위기와 혼란이 찾아왔다. 핵심은 이렇다. ‘인간의 구원은 자기 마음먹기에 따른다’는 것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내 하기 나름’인 것이다. 그러니 그때나 지금이나 이 말은 대중들에게 참으로 잘 먹혀들어 가는 말이다. 인간은 본래가 선하게 태어났으므로 양심적으로 선과 덕을 쌓고 살면 그것이 구원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신학자나 목회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자들이 점점 늘어났고 결국 논쟁까지 일어났다.
그래서 각국 대표들이 모여 6개월 동안 154회라는 회의를 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회의는 오전, 오후, 저녁까지 이어졌다. 물론 회의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것을 감독하기 위해 15명 정도의 국회의원들도 참석했고 방청객들도 많았다. 회의는 해를 넘겨 1619년 초까지 계속되었고, 그렇게 해서 결정된 내용은 이른바 ‘TULIP’이라 하여, 다섯 가지 핵심교리를 결정하고 나서야 해산을 했다. 그리고 돌트 총회 회의록은 1621년에 출판되었고, 그 회의록 원본은 우리 칼빈 박물관에 고스란히 잘 보관되어 있다.
그 회의에서 첫 번 토론하고 결론지은 것은 ‘인간의 전적 타락과 부패를 인정하는 것이다(Total Depravity)’. 즉 인간은 성경대로 ‘허물과 죄로 죽었던 자’이며,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인간’이라는 것이며, ‘의인은 없으되 하나도 없다’는 성경의 진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 많은 종교가 있고 이단과 거짓 사상들이 많이 있지만,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만이 가장 정확히 인간의 죄악을 바로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인간이 자기의 죄와 연약함을 깨달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총을 바라보게 되고 십자가의 복음 앞에 설 수 있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하나님 앞에 얼마나 크나큰 죄인임을 깨닫는 것도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오직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된다. 인간은 하나님 앞에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 임을 깨달을 때 소망이 있고, 생명의 구원을 얻는다. 때문에 자신이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죄인 임을 깨닫는 것은 크나큰 하나님의 은혜이다.
나는 불신 가정에서 태어나서 못 먹고, 못 입고, 학교 갈 형편이 전혀 안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병약하고, 심약하고, 연약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고등학생 시절 출옥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고 내가 하나님 앞에 죄인임을 확실히 깨닫고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총을 체험하게 되었다. 그것은 나에게 복음의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오르게 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복음은 나의 모든 약점을 덮으시고, 평생 5대양 6대주를 다니며, 수천 수만 명의 대중 앞에서도 복음의 진리를 불꽃같이 증거 하게 된 것은 은혜 위의 은혜였다. 그리고 나는 많은 책과 칼럼을 쓰고, 설교와 강연을 수없이 많이 했지만, 나는 두 가지밖에 모른다.
첫째, 나는 철저히 부패한 죄인이라는 것! 사도 바울도 “나는 죄인 중에 괴수”라고 했다. 둘째, 나 같은 죄인이 하나님의 거저 주시는 은혜를 받고, 그 구속의 은혜에 감격하여 십자가 복음을 뜨겁게 증거한 것은 말 그대로 ‘은혜 위의 은혜’였다. 이것은 900p가 넘는 나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내가 평생 모시고 섬겼던 박윤선 목사님은 가장 경건한 삶과 성경 연구의 대가이지만,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할 때마다 어린아이같이 칭얼대면서 ‘주여! 나는 죄인입니다. 나는 80년 묵은 죄인입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죄인으로 하나님 앞에서 세우는 분을 도구로 크게 사용했다. 나도 요즘 80을 훌쩍 넘고 보니 은사님이 기도하던 것을 본받아서 ‘하나님! 나는 80년도 더 묵은 죄인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면 어찌할 수 없는 죄인입니다. 주님밖에는 나의 구주가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주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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