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도서 「로마서

신약성서 책 중 하나인 로마서에 대해 신학자이자 본 도서의 저자 칼 바르트는 하나님과 인간의 질적 차이를 망각하고 안팎의 거짓 신들에게 미혹당한 시대를 향해 하나님의 다르심, 멀리 계심, 생소하심, 숨어 계심을 강조하며 인간과 세상의 한계를 뚜렷하게 이 책을 통해 드러낸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렇기에 죽음 저편에 계신 하나님은 죽음 이편의 사멸적 인간에게는 전적 타자이며 ‘알려지지 않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이 계신 죽음 저편과 죽음 이편의 인간 세상 사이에는 그 어떤 관계도, 긍정적인 유비도 있을 수 없다. 이성과 윤리는 물론 믿음에서도 인간이 채워 넣은 내용은 남김없이 비워진다. 믿음조차도 ‘텅 빈 공간’일 뿐이다”고 했다.

그는 “역사 비평적 성경 연구 방법은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 그 방법은 이해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지향하는데 그런 준비는 언제나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역사 비평적 성경 연구 방법과 전통적인 성경 영감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단호하게 후자를 취할 것이다. 성경 영감설은 더 크고 깊으며 ‘더 중요한’ 정당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이 영감설은 이해 작업 자체를 지향하며, 이 작업이 없다면 모든 준비가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는 이 둘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강요를 받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나의 전적인 관심은 역사적인 것을 ‘뚫고 들어가서’ 성경의 영, 곧 영원하신 영을 보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은 너무나 새로운 것, 이 세상이 단 한 번도 듣거나 기대한 적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능력은 이 세상에서는 그저 모순처럼 보이고, 모순으로 생각될 수밖에 없다. 복음은 자신을 설명하거나 추천하지 않는다. 부탁하거나 흥정하지도 않는다. 위협하거나 약속하지도 않는다. 오직 복음만을 위해서 복음을 들으려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는 복음이 스스로를 닫아 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는 전적인 타자로서, ‘아니요’라고 말씀하시는 거룩한 분으로서, 도저히 피할 수 없게 우리에게 마주 다가오시고 또 뒤따라오신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신실하심이다. 인간의 믿음은 이 ‘아니요’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경외, 빈 공간이 되려는 의지, 감격으로 끝끝내 ‘아니요’의 부정(否定) 안에 머무는 것이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인간의 믿음과 만나는 곳, 거기서 그분의 의가 밝혀진다. 거기서 의인은 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로마서의 핵심이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하나님 자신, 그 알려지지 않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진 사물의 맥락 속으로 돌입하시는 일,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의 불가능한 가능성(unmögliche Möglichkeit)이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나님께는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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