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목사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담임)

교회란 무엇인가? 세례 문답집은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은 성도들의 모임”이라고 기록한다. 우리는 세례 받기 전에 교회에 대하여 이렇게 교육받았다. 교회의 교회 됨은 교회 구성원이 어떤 사람들로 이루어지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차원에서 목회는 목자장이신 그리스도께서 각 목자들에게 나누어 주신 양들(하나님께 부름 받은 성도들)을 먹이고, 보호하고, 양육하고, 사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목회는 양, 염소, 늑대, 이리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이 울타리에 모아 먹이는 가두리 양식이 아니다. 목회가 가두리 양식이 되면 그 안에서 고통받는 대상은 양들뿐이다. 양들은 야수들에게 물어뜯기고, 염소들에게 받히기 일쑤다. 이렇게 되면서 교회는 점차 지옥이 되고, 세상과 구별되기는커녕, 또 종교의 탈을 쓴 또 다른 유형의 세상이 된다.

우리가 성경적으로 분명하게 이해해야 할 점이 있다. 기독교의 이름으로 모인다고 해서 다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될 때, 비로소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 예배다. 바꾸어서 말한다면, 하나님께 부르심 받은 성도들로 구성되지 않으면 교회는 예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회는 자동적으로 세상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세상 속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는 교회는 기대할 수 없다.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문제의 중심에 비성경적인 전도가 있다. 전도는 교회 구성원을 이루도록 주어진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도가 개혁되지 않으면 교회의 고질적 타락에 대한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오늘날 전도는 양을 부르는 목자의 음성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늑대나 이리들이 침 흘리는 피 냄새 진동하는 고깃덩어리를 미끼로 유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이렇게 비 성경적인 사람들로 구성되다 보니 소수의 양들은 목자의 음성에 목말라 하지만, 야수들 같은 교인들은 더 많은 고깃덩어리를 달라고 아우성친다.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현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교회 안에 가만히 들어온 야수들은 양들을 물고 찢게 된다. 물론 성경적인 전도를 한다고 해도 이런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성경적인 전도를 해도 교회 안에 늑대와 이리가 들어오는 일이 생기는데, 하물며 비성경적인 전도는 오죽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 결과 교회는 점차 늑대와 이리로 넘치게 되고, 이 늑대와 이리 가운데 목사와 장로, 안수집사와 같은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교회는 세상에 전복돼 간다. 이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교회의 현실이다.

성경적인 교회는 양들의 안식처가 돼야 한다. 양들이 거친 세상에서 목자를 통해 양식을 풍족히 공급받고, 세상에서 지친 영혼들이 같은 신앙고백을 하는 성도들과 교통하며, 거룩한 전쟁을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 이루는 공동체이어야 한다. 칼빈이 표현처럼 교회는 성도들의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교회 안에 늑대나 이리나 염소가 가득하면 교회의 이런 기능은 상실하게 된다. 양들은 점점 생명의 양식보다는 야수의 양식을 먹으라고 강요받을 뿐 아니라, 늑대나 이리나 염소들에게 물리고 찢기고 받히는 지옥으로 전락하게 된다. 목자들도 교회 안에 설치는 야수들이 두려운 나머지 성경적인 목회를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교회의 현실을 직시한다면, 교회 개혁의 시작은 교회 안에 있는 야수들을 몰아내고 성경적인 전도로 교회 구성원을 다시 세우는 것에서 시작돼야 함이 분명하다. 성경의 가르침처럼 어찌하든지 늑대나 이리나 염소가 교회 안에 유입되는 것을 최대한 막으면서, 동시에 하나님께 부름 받은 백성들이 교회 안에 인도될 수 있도록 전도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교회 성장이라는 명분으로 위장된 욕심을 버리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양들을 찾아 돌보고 먹이고 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목회하는 것은 분명히 많은 고난을 예고한다. 그러나 이 또한 성경의 가르침이다. 왜냐하면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요 10:11)는 사람이며,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할 것이라”(행 14:22)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는 신실한 목회자라면, 이 길을 가야 마땅하다. 그리고 어렵지만, 이 부분부터 개혁해야 성경적 교회 개혁은 실효를 거두게 된다.

이는 마치 몸에 해로운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계속 먹으면서 아무리 운동하고, 좋은 약을 복용해도 건강을 회복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정말 건강을 회복하려면 우리 몸에 들어가는 음식부터 정확하게 가려 먹고 절제해야 한다. 그다음에 약이나 운동이 주는 효력을 기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 건강은 교회 안에 유입되는 사람들을 최대한 성경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다음에 올바른 교리의 선포와 성경적 교회 운영이라는 개혁이 효력을 보이게 될 것이다.

작금의 교회 위기의 중심에는 전도가 있다. 복음 아닌 세속적 매력을 미끼로 사람들을 교회당을 채우려 한 것이 문제다. 자연인들의 탐욕, 세속적 음악, 세상 철학과 심리학 등에 호소하여 교회에 유입된 사람들을 통해 거룩한 교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망상이다. 울타리 안에 양보다 늑대와 이리로 가득하면, 그곳은 목장이 아니다. 야수들의 사냥터일 뿐이다. 목양은 양을 야수들로부터 보호하고 먹이고 양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목회자들은 양이든 야수든 일단 닥치는 대로 불러 모으면, 그만큼 구원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목회의 목적이 양들을 돌보는 일이라는 사실과,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해 의도하신 목적이 ‘거룩’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교회의 일차적 목적은 전도를 통한 구원이 아니라, 전도를 통한 거룩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하나님의 거룩을 드러내면 전도는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그러나 교회가 전도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가 현실로 경험하는 것처럼 거룩은 점차 사라지고, 전도의 문까지 닫히게 된다.

이 시대의 교회는 이제 욕심을 버리고 정직하게 성경의 가르침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 목회가 어려운 것은 시대가 악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느 시대든지 세상은 악했다. 그리고 세상이 이토록 악해지도록 만든 장본인은 세상이 아니라 교회다.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교회가 그 기능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이런 기능이 사실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전도에 있다. 하나님께 부름 받은 자들로 교회를 구성하기보다, 욕심으로 염소와 이리와 늑대로 교회를 삼은 것이 문제다. 그 결과 세상을 걱정해야 할 교회를 세상이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칼럼을 마무리하면서 한국교회에게 진심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자는 것이다(고전 10:31). 우리가 회개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추구하면 대한민국 교회는 또다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김민호 목사(회복의교회 담임)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