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교도소에 비해 소망교도소는 분위기가 험악하지 않고 좋네요.”
청송교도소 교정위원을 역임했던 엄무환 목사(씨채널 전무)가 소망교도소 오찬 시간 중 본지 기자에 했던 말이다. 본지는 22일 경기도 여주시 외곽지역에 자리한 소망교소도를 방문했다. 김영식 소망교도소 소장은 “수형자 교화 목적으로 운영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민영교소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서울동부구치소장을 역임해 정년 퇴임 이후 지난 2023년부터 소망교도소 소장를 맡고 있다.
소망교도소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수형자를 변화시키고자 한국교회 연합으로 설립된 (재)아가페(이사장 김삼환 목사)가 2010년부터 운영한 아시아 최초의 민영교도소다. 소망교소도 출입을 위해 휴대폰 소지가 금지되고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했다. 여타 교도소처럼 보안이 철저했다. 그러나 소망교소에 들어서자 철저한 보안으로 형성된 기류는 온화하게 바뀌었다.
교도소 입구부터 길게 이어진 복도 양쪽 벽면엔 미술작품과 수형자들이 제작한 나무 목공품이 전시돼 있었다. 한 나무 목공품에는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태복음 25장 40절)라는 성경구절이 새겨져 있었다.
이날 (재)아가페가 국제교도협회(PFI) 한국지부(이사장 김영석 목사)와 체결한 업무협약식에서 이사장 김삼환 목사는 “교회는 사회에서 버림 받은 이들을 외면하지 말고 훌륭한 시민으로 교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수형자들이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소망을 주는 소망교도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소망교도소 대강당에선 가족 초청 수료식이 열렸다. 소망교도소에 수용되는 신입 수형자는 3개월간 신입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식이 열리는데, 수형자 가족들이 초청된 것이다. 한 수형자는 교소도 입소 이후 홀로 남겨진 자녀에게 “세상의 성공만 바라보고 살다보니 자신이 한 행동이 죄인줄 모르고 폭주기관차처럼 살다 교도소까지 왔다”며 “세상에 홀로 남겨진 가족 그리고 피해를 입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또 다른 수형자도 아내에게 쓴 참회 편지를 읽으며 용서를 구하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단상에 오른 아내가 사회자의 질문에 “90점이었던 남편이 편지를 읽어줘 오늘부로 나머지 10점을 채워준 100점짜리 남편이 됐다”며 그를 응원했다.
소망교도소 관계자는 “수형자가 범죄를 저지른 이후 이혼 등 가족 관계 해체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족 관계 회복은 수형자의 거듭남과 회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교도소 중 소망교도소가 유일하게 시행하는 해당 수료식엔 가족에게 쓰는 편지, 세족식, 아버지학교 등이 포함된다. 이날 세족식에서 한 수형자의 아내는 자신의 발을 닦아주는 남편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울기도 했다.
김삼환 목사는 가족 초청 수료식에서 수형자들에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실수를 회개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망교도소에서 새 사람으로 거듭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소망교도소는 입소 직후부터 형기를 마칠 때까지 모든 수형자의 개별 특성을 파악해 3단계 교화모델을 실행한다. A코스는 신입 3개월 과정으로 신앙훈련, 아버지학교, 가족 초청 수료식 등 기독교 영성 훈련이다. B코스는 수형 기간의 한 학기를 할해하며 인문학, 음악, 미술 등을 통해 수형자의 교화를 돕는다. C코스는 제빵, 설비, 공예 등 직업훈련으로 구성돼 수형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 소망교도소는 매주 정기적인 예배와 기도회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수형자가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새사람으로 거듭나도록 인도한다.
실제 소망교도소 수용인원 400명(남자)의 약 55%가 강력범죄자인데도 재범 비율은 다른 교도소에 비해 낮다. 소망교도소에 따르면, 이곳의 평균 재범 비율은 5.2%(2020-2022년)다. 이는 2023 법무부 교정 통계 연보에서 명시된 동일 기간 내 전국 교도소의 평균 재범 비율(24.5%)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현재 연간 자원봉사자 2,000여 명이 멘토링 등 소망교도소의 교화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소망교도소는 교정 직원, 수형자들이 모여 함께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카페 ‘로뎀나무’도 운영한다. 수형자들은 이날 감사의 마음을 적은 ‘롤링 페이퍼’를 카페 개소를 위해 후원한 SBM 재단 대표 오나미 목사에게 전달했다. 카페 바리스타로 활동하는 소망교도소 수형자 A씨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아 반성하고, 출소 이후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성실하고 건전한 사회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식 소망교도소 소장은 “소망교도소는 수형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식하고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공감 의식을 가지고, 삭개오처럼 회개에 따른 책임과 행동을 하도록 교육하는 영성 훈련에 초점을 둔다”며 “수형자들이 출소 이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관계, 직업 등 여러 분야에서 결핍을 채워주는 교화 작업도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수형자들이 변화되는 데 신앙이 탁월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교계에서 출소자들이 재범 없이 신앙 안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도록 협업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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