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운동 105주년을 맞아 불의에 저항했던 선열들의 저항정신과 민족 자주를 위해 바친 희생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다. 교계도 연합기관과 단체, 지역 연합회를 중심으로 기념예배와 행사로 그날의 의미와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105년 전 3.1만세운동은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에 항거해 자유와 평화, 정의를 전 세계에 외친 위대한 애국 애족 운동이다. 일제에 의해 강탈당한 국권을 되찾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운동으로 삶의 희망을 잃고 비탄에 잠겨있던 민족을 흔들어 깨웠다.
3.1만세운동엔 몇 가지 특징적 서사가 있다. 우선 정치 지도자가 아닌 종교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일으킨 자주 결사 운동이란 점이다. 독립선언서를 만들고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 목사와 장로 등 기독교인이 16명이었다는 사실이 잘 말해 준다. 이는 3.1만세운동의 중심에 하나님 사랑과 나라 사랑이라는 기독교 정신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는 당시 기독교인들이 3.1만세운동에 단순 가담한 게 아니란 사실이다. 순교를 각오한 신앙적 결단으로 목숨을 내놓고 투신했다는 게 역사가들의 평가다. 3.1만세운동에 가담해 일본 경찰과 헌병에 체포돼 투옥된 사람의 70~80%가 기독교인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기독교인들이 3.1만세운동을 주도한 사실이 밝혀지자 일제는 모진 탄압을 교회와 성도들에게 가했다. 교회에 불을 지르고 총칼로 선량한 성도들을 집단으로 학살하는 만행도 서슴치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암리교회 교인 학살사건이다.
일제는 1919년 4월 5일 발안 지역에서 일어난 만세운동 주동자를 색출한다며 교인과 주민들을 제암리교회 예배당에 모이게 하고는 밖에서 문을 잠그고 불을 질렀다. 창문으로 총을 난사해 그 자리에서 19명이 즉사했다. 이외에도 전국 47개 교회에 방화를 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
일제가 유독 교회와 기독교인에게 만행을 저지른 건 신앙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교회와 지도자를 서슬퍼런 제국주의의 말발굽 아래 짓밟아 다시는 저항하지 못하도록 두려워 떨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저들이 간과했던 게 있다. 기독교인들은 로마 네로황제 때 사자굴에 던져지고 화형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신앙으로 박해에 맞섰다는 사실이다. 일제가 탄압의 강도를 올릴수록 불타는 저항의식을 발휘한 게 당시의 기독교인이다.
이로 인해 주기철 목사 등 많은 믿음의 선열들이 감옥에서 순교했다. 일제의 거듭된 압박에 굴복해 총회적으로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배교한 지도자들도 있었지만 “죽으면 죽으리라”는 일사각오의 정신으로 당당히 순교의 길을 간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교회가 있는 것이다.
그런 거룩한 신앙의 토양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가 ‘경천애인’을 실천하며 애국애족운동에 앞장서온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동안 나라와 사회에 심대한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한국교회만큼 투철한 사명의식으로 구국의 선봉에 선 종교가 없다고 자부한다.
이런 자부심과 긍지를 후대에 전승해야 할 책무가 한국교회에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한국교회는 제대로 된 평가에서 소외됐다. 국사 교과서에 대한민국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이슬람은 18페이지나 할해하고 기독교는 가톨릭까지 합해 2페이지로 기술한 정부도 있었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 거품을 무는 정부의 종교 편향적 역사 왜곡 기술은 실로 자가당착이다.
130년 전 이 땅에 온 선교사들은 교회와 학교, 병원을 세워 이 나라와 민족에 크게 기여했다. 이들이 보고 겪은 일제의 만행을 본국에 알림으로써 국제사회가 한국이 당하는 제국주의의 탄압에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된 측면이 있다.
이들 선교사가 세운 전국 각지의 미션스쿨들은 모두 지역마다 기독교 명문으로 발전해 숱한 인재를 배양했다. 그런 기독교 사학들이 존폐 위기에까지 몰리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역대 정부에서 사학법을 뜯어고쳐 사학의 고유권한을 빼앗더니 급기야는 교사 인사권까지 좌지우지하는 단계에까지 왔기 때문이다. 그냥 놔두면 좌파적 소양의 의식화 된 교사들이 기독교사학을 완전히 망가트릴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이렇게까지 된 책임에서 한국교회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교회의 분열이 영적 리더십의 상실과 사회적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 점은 뼈아프다.
130년 전 미국 선교사들은 한국에 와서 선교지를 배분하는 등 연합의 본을 보였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한국교회가 오늘에 와서 수백 개의 교단이 난립하고 연합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교회연합기관까지 4개로 갈라진 게 현실이다.
3.1운동 105주년에 연합기관들은 저마다 기념예배를 드린다. 과거 교회 지도자들은 3.1운동을 성사시키기 위해 불교, 천도교 등 다른 종교와도 연합했는데 한국교회는 기독교 안에서조차 따로따로다. 이제 부활절까지 꼭 한 달 남았다. 올 부활절이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의 정신을 회복하는 분기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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