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신학회(회장 최태영)가 26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2024년 제52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안윤기 박사(장신대)를 좌장으로, △김선권 박사(장신대)가 ‘칼뱅의 개인적 종말론’ △하경택 박사(장신대)가 ‘전도서의 인간론’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칼뱅의 그리스도인의 삶, 종말과 현재 연결하는 ‘미래 삶의 묵상’ 중점
먼저 발제를 한 김선권 박사는 “칼뱅신학은 종말론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그의 초기 저술은 종말론에 관한 저서라고 할 수 있는 프시코파니키아(영혼의 깨어있음)였으며, 최종판 「기독교 강요」에서 최후의 부활(3권 25장)을 하나의 장으로 따로 할애하였다. 비록 외형적으로는 종말론을 한 장으로 다루었지만, 종말론에 대한 칼뱅의 사고는 그의 다른 작품뿐만 아니라, 「기독교 강요」 전체에서 다루어지는 주제였다”고 했다.
이어 “칼뱅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다룰 때, 종말과 현재를 연결하는 ‘미래 삶의 묵상’을 중요한 내용으로 다루었다. 더욱이 그의 하나님 나라 개념에는 ‘이미’와 ‘아직 아니’의 종말론 사상을 가지고 있다”며 “하나님 나라는 그리스도의 도래와 함께 이미 시작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그리스도의 주권에 따라 점진적으로 자라고 진보하면서 그리스도의 재림까지 확장된다”고 했다.
또한 “종말론은 그의 사상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주제”라며 “데이비드 홀레브다는 칼뱅이 종말론적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기독교 신학자로서 칼뱅이 역사적으로 그토록 강력한 위상을 갖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스도가 그의 직무를 떠날 때 하나님께서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를 수단으로 통치하시지 않을 것이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그의 자녀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씀하실 것이다. 직접적으로 마주 보게 될 것”이라며 “하나님의 대리로서 모든 중보가 구원의 현재적 경륜 안에서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마지막 완성 후에는 더 이상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서 이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인성과 모든 중보는 우리의 연약함으로 인하여 필요로 했던 것이지만, 완성 후에는 하나님의 위엄에 접근하는 길이 전적으로 열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성도의 영광의 상태에서 그리스도의 인성은 베일로서 하나님의 위엄을 관상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 하지만 그리스도가 그 중보직을 완수하면서 우리의 연약성 때문에 가려져 있던 베일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제거되어, 우리는 직접적으로 하나님의 위엄을 관상하는 것으로 접근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어떻게 그리스도의 인성의 베일은 벗겨졌는가”라고 했다.
그는 “그의 인성이 이제 너무도 영화롭게 되어서 참으로 하나님 자신으로 계시기에 그의 인성은 베일의 역할을 하지 않게 된다. 또한 그리스도가 아버지 하나님께 바친 나라, 이 나라에 대한 아버지의 직접적 통치는 사실상 삼위일체 하나님의 통치로서 파악된다“며 ”그리스도 중보자의 직무가 완성되고 끝났더라도, 그리스도의 나라는 영원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통치는 삼위하나님의 통치 안에서 또한 영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영광의 상태에 대한 칼뱅의 교리는 영광의 상태 자체로 존재하는 교리가 아니라, 은혜의 상태의 완성이요 그 위에 씌워질 면류관”이라며 “영광의 상태의 교리는 은혜의 상태 안에 사는 성도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이것을 지배한다”고 했다.
이어 “죽음 이후 성도는 죽음 전과 마찬가지로 낙원에서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그리스도와 함께 산다. 그곳에서 그리스도의 재림을 함께 기다리며, 몸의 부활을 기다린다”며 “이곳에서 누리는 지복은 잠정적”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부활의 몸에 있어서 몸의 본체는 그대로이고 성질은 변한다. 지복은 동일하며 영광은 차이가 있다”며 “현재적 구속의 경륜 안에서 하나님은 간접적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통치하지만, 그때에는 직접적으로 통치하신다. 이 지복의 상태, 영광의 상태 안에서 말하자면 신비적 연합 안에서 성도와 하나님은 서로 마주 보며, 성도는 하나님을 영원토록 향유한다”고 했다.
아울러 “최종·궁극적 구원의 완성으로서의 신비적 연합은 ‘하나님의 봄’과 ‘하나님의 향유’에 있다”며 “기독교인의 현재적 삶은 영원한 복락을 열망하면서 사는 삶”이라고 했다.
◇ 전도서의 인간론에 관한 소고
이어 마지막 발제를 맡은 하경택 박사는 “구약성경에 나타난 지혜문학의 특징은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다”며 “첫째로 이스라엘 역사와 무관하다. 구약성경의 지혜문학 안에는 출애굽, 시내산 언약, 가나안 정복과 같은 주제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둘째로 창조와 인간의 속성이 강조되며, 셋째로 제의 공간 밖에 있는 실제적인 일상과 경험의 종교·도덕적 차원이 강조된다”며 “넷째로 ‘아래로부터의 신학’으로서 ‘하늘 아래’의 삶에서 얻은 지혜의 문제가 다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혜문학 가운데 전도서는 지혜자의 반성과 성찰, 관찰과 숙고가 가장 잘 드러나는 책”이라며 “전도서는 구약성경 가운데 가장 늦은 시기에 저작된 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저작 시기가 주전 3세기 헬라사상의 영향권 아래에 있던 시대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만큼 후대의 농축된 지혜사상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하 박사는 “전도서의 인간론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상용화되고 포스트휴먼(posthuman) 논의가 점점 활발해지는 지금의 때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다”며 코헬렛(집회·회중·백성 공동체 등을 뜻하는 히브리 말 카할의 동사형 ‘모이다’의 여성 단수 분사. 집회를 이룬 공동체 안의 어떤 직책이나 직무, 더 나아가서 이 직책·직무를 맡은 사람을 가리킨다)도 작금의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문명과 사상이 서로 충돌하고 격변하는 시기를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코헬렛의 지혜 유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전도서의 인간론은 인간 ‘창조’에서 시작하여 인생의 ‘종말’에 이르기까지 인간론의 처음과 끝을 포괄한다”며 “이러한 점에서 전도서의 인간론은 구약성경의 인간론에 대한 완결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론을 요약하면, 인간은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되었고, 하늘 아래에서 하나님의 다스림 속에서 살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간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인간론 안에 ‘헛됨’을 극복하는 코헬렛의 지혜가 압축되어 있다”고 했다.
아울러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불합리가 곳곳에서 경험되는 이 세상에서 코헬렛은 창조주를 기억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으로 기쁨의 삶을 살라고 권면한다”며 “이러한 지혜는 ‘창조’에서 ‘종말’까지 이르는 인생의 모든 과정을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이해하는 코헬렛의 인간론에 기초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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