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교종교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참 종교가 아님에도 5대 종교 중 하나에 속한 4개의 유사종교 단체와 참 종교인 기독교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 조목조목 강의한 내용이다. 기독교가 유일한 참 종교임을 입증해줄 근거들이 적지 않다. 믿음, 확신, 체험 등만으론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 학문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증거라야 객관적인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고고학의 발견으로 말미암아 성경이 역사적인 진리요 사실임을 입증해주는 자료들이 세상에 즐비하다. 모태신앙으로 자라온 내가 하나님의 존재나 성경의 진정성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일 게다. 전적인 불신은 아니라 해도 많은 의문을 품어온 건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천지와 우주 만물을 창조하실 정도로 위대한 존재가 죄 많은 나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음으로 성경의 많은 저자들이 직접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적이 없는 사안임에도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으로 성경에 기록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도 많은 의문을 가져보았다. 성경을 읽고 연구하면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도 많았다. 번역의 문제점들이 많음도 파악하게 되었다. 원본은 없으나 수많은 사본들이 존재함도 알게 되었다. 같은 구절을 두고 여러 해석들이 갈린다는 사실도 접하게 되었다.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의문점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물론 하나님의 존재나 성경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doubt)은 절대 아니고, 그저 짧은 생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의문(question) 정도였다. 성경을 전공하고 연구해나가면서 그 모든 의문들이 하나씩 해결되어 갔다. 성경이 역사적인 사실임을 입증해주는 많은 자료들도 직접 접하면서 그동안 품었던 의문들이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당연히 건전하고 믿을 만하다고 검증된 학교와 스승들과 자료들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 다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음도 체험하게 되었다. 좋은 학교와 스승과 자료들을 참조함이 필요하고 유익하지만 결국 성경은 성경 자체와 나 자신과의 문제였음을 절감하게 되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내 경험상으로는 “성경도 침노하는 자의 것”이더라.
성경 본문의 정확한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 여러 도구들도 필요했지만, 성경 자체와 내가 씨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자료들이 있다 하더라도 서로 관점과 해석이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결국 성경 자체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당연히 성경의 저자이신 성령의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확한 의미를 가르쳐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성경을 파고들며 매달려야 한다.
세상에 완벽한 학자도 자료도 없다. 모두가 결함과 약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성경은 문제가 없다. 성경 속에서 궁금증을 해소해나가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성경을 다독해야 한다. 다독만이 능사는 아니고 통전적인 관점으로 성경 전체의 큰 맥과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성경은 원래 장도 절도 없다.
두루마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져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성경 원본에 기록된 대로 장과 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다독을 해야 한다. 창세기면 창세기 1장 1절부터 마지막 장 마지막 절까지 쭉 이어서 큰 줄기로 읽어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66권 각 책들의 내용이 너무 길다 보니 학자들이 편의상 장과 절로 나누어놓았는데, 그게 성경을 통전적인 흐름으로 읽지 못하게 하는 주범 역할을 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우리가 참조하는 ‘주석’(commentary)은 학자들이 장과 절로 토막토막 내버린 성경을 한 단어 한 단어로 더 잘게 쪼개버린 비극을 초래해왔다. 주석이 성경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해악을 끼치는 점도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성경을 연구해나가면서 지금까지 들어온 성경해석 대부분이 잘못된 해석임도 알게 되었다. 성경 저자의 원 뜻을 이해하는 일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사실들을 확인해나갈 때마다 이런 불평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어려운 성경을 대부분이 잘못 알고 있는데, 하나님은 어째서 이렇게 어려운 성경을 우리에게 주셨단 말인가?”라는 불평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님의 자녀가 맞다면 다른 건 몰라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만큼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성경이 우리 영의 양식이 맞다면 그건 목회자들이나 교수들에게도 양보할 수 없어야 정상이다. 적어도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런 자세로 성경을 대해왔다. 내가 목회자나 교수가 되지 않더라도 성경만큼은 그들에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세 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성경을 누구에게 양보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성경연구에 있어서 좋은 스승과 좋은 자료들을 참조해야 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절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성경은 성경과 나 자신의 1:1의 관계임을 기억하고 성경 말씀을 읽고 또 읽으면서 부단히 도전해야 한다. 정확한 의미를 가르쳐 달라고 말이다. 성령께 부르짖어 기도하면서 주어진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되새기면서 열어달라고 계속 두드려야 한다. 그럴 때 반드시 열리는 책임을 꼭 기억하고 지금 당장 성경을 펼쳐보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성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