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동성애 유전자가 있다면 발견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현재 그 첨단 유전연구 기술이란 전장 유전체 연관 연구(Genome Wide Association Study; GWAS)이다. 현재까지 동성애에 대한 GWAS는 4개 발표되었지만, 단일한 동성애 유전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2012년 Drabant 등은 23andMe라는 사립회사에 등록된, 유럽인 조상을 둔 미국인으로 상호 관련이 없는 7,887명의 남자와 5,570명의 여자를 대상으로 동성애에 대한 GWAS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동성애와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p-값이 1/10-8 이하) 관련된 된 유전자 변이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Xq28의 동성애 관련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학술대회에 발표하였으며,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2017년 Sanders 등은 유럽계 인종 후손들인 1,077명의 게이와 1,231명의 이성애자 남자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동성애와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한 SNP는 하나도 없었다. (Xq-28도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의성이 p-값이 1/10-7 수준으로 꽤 높은 두 개의 유전자가 확인되었다. 이들은 13번 염색체 상의 rs9547443 및 14번 염색체 상의 rs1035144 였다. 전자는 신경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로서 여러 신경정신의학적 장애들과 관련된 유전자로 밝혀져 있다. (이는 동성애자에 자폐증이 많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후자는 갑상선자극호르몬수용체(thyroid stimulating hormone receptor; TSHR)와 관련된 것으로 갑상선 장애와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다.
2018년 Andrea Ganna가 이끄는 하버드대, 캠브릿지대, 헬싱키 대 등의 공동연구자들은, 영국의 the UK Biobank study 및 미국 23andMe에 등록되어 있는 동성애자들 28,486명과 대조군(비동성애자) 469,427명을 대상으로 “동성애 행동”에 대해 GWAS를 시행하였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 자체가 동성애자들에게 스티그마를 줄 수 있다고 보아, 2017년 연구 계획단계부터 과정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LGBTQ 공동체와 의논하며 진행하였고, 발표도 신중하게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일차로 2018년 the American Society of Human Genetics에서 구두보고하였고, 이차로 같은 자료를 재분석하여 학술지 Science에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일차 발표에서, 연구자들은 동성애 행동이 7번, 11번, 12번, 15번 염색체 각각에서 한 개씩 모두 4개의 DNA 변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P=5×10−8)에서 관련되었다고 하였다. 이들 4개 유전자들이 위험감수행동(risk-taking) 및 마리화나 사용(약물남용)의 원인으로 알려진 유전인자들이라고 하면서, 이들은 말하자면 동성애와 정신장애와 약물남용의 공통적인 유전요인이라 하였다. 실제 게이들에서 정신장애와 약물남용이 많다. 또한 흥미있는 소견으로 이성애자 중에서는 섹스파트너가 많은 사람에게, 이 4개의 유전자 변이가 더 많이 (P=5×10−8) 발견된다고 하는바, 이는 동성애자들이 이성애자들에 비해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섹스파트너 수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 41개 중 12개가 남녀 간에 틀린데, 이는 성행동이 남녀 간에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 4개 유전자는 성지남을 신뢰성 있게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한편 학회 발표장에서 대표 연구자 Ganna는 결론적으로 동성애자에게만 있고 이성애자에게는 없는 “단일한 동성애 유전자”(single gay gene)은 없다고 언명하였다.
2019년 Ganna 등은, 같은 대상으로, 즉 미국(23andMe)과 영국(UK Biobank)의 477,522명을 대상으로 더 풍부한 분석결과를 보여준다. 우선 genome-wide association discovery analyses을 시행하고, 미국과 스웨덴의 15,142명을 대상으로 replication analyses를, 그리고 성적 지남의 다른 측면들에 대한 follow-up analyses를 시행하였다. 그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5개의 상염색체 상의 locus들이 동성애 행동과 유의하게 (P<5×10−8) 관련되었다. 이는 그 전해에 발표한 4개에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인데, 이는 여자 동성애자에서만 확인된 locus 이다. (역시 Xq28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게이와 레스비언 모두에서 확인된 유전자는 7번 염색체의 rs10261857 및 12번 염색체의 rs11114975 이다. 이는 조현병과 우울증과 관련된 유전자이기도 하다. Ganna는 이 유전자 변이가 동성애자들이 차별로 인해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건강장애에 잘 걸리는 것을 설명한다고 하였다.
게이에서만 확인되는 유전자는 2개로서, 11번 염색체의 rs34730029 및 15번 염색체의 rs28371400였다. 추가 연구를 통해 이들은 각각 후각과 남자 대머리에 관련된 유전자임이 밝혀졌다. 이로서 게이의 동성애 행동은 성호르몬과 후각을 포함하는 생물학적 과정과 관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냄새 맡는 행동은 성행동의 기초의 하나로서 생식과 관련이 있다. 이는 게이들이 체취, 섹스 분비물 등, 동성 끌림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화학물질을 냄새 맡는 능력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는 2012년 Drabant 연구에서 밝힌 바, 게이들이 냄새에 예민하다는 소견과 일치한다. 이와 관련된 임상 현상으로 Kallmann syndrome이 있다. 이는 성호르몬 결핍으로 사춘기 성기 발달이 늦거나 없으며 후각장애가 동반되는 선천성 장애이다. 한편 15번 염색체의 rs28371400는 남성형 대머리와 관련된다. 남성형 대머리는 나이가 들면서 머리카락이 짧아지고 가늘어지다가 살아지는 것이다. 그 원인은 유전적이며 남성 호르몬 증가와 관련 높다고 한다. 이는 남자 동성애가 성호르몬과 관련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레스비언에서만 관련성이 있는 4번 염색체 rs13135637는 양극성장애와 관련이 있다. 이런 모든 연관성들은 동성애 행동이 병적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들 유전자들이 동성애 행동에 대한 기여도는 매우 적다. 예를 들어 후각관련 rs34730029 locus의 DNA구조에서, GT genotype을 가진 남자가 동성애를 나타낼 확률은 4%이며, TT genotype을 가지는 남자가 보일 확률은 3.6%로서, 0.4%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작은 효과가 5개 합치면 1% 정도 된다. 즉 이 5개 유전자 변이를 다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개인이 동성에 행동을 할 가능성은 1% 이내이라는 것이다.
둘째, Ganna 등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28가지의 성격 및 행동 특성(trait)에 대해 설문 조사하였다. 그 결과 그런 행동특성들 중 동성애 행동과 유전적으로 유의하게 관련된 특성들은 다음과 같다: 위험행동감수, 흡연, 대마초 사용, 불행감, 조현병(정신분열병), 양극성장애, ADHD, 주요우울증, 외로움, 경험에의 개방성, (여자) 어린 나이 출산, 섹스파트너 수(문란하다는 의미) 등이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동성애자들에서 이성애자들보다 더 많이 가지는 특성들은 음주, 식욕감퇴, 불안, 자가평가 건강 문제, 자폐증, 신경증성(neuroticism), 폐경시 나이, 초경시 나이 등이었다. 이런 행동 특성들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동성애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별 차이 없는 특성들은 자녀 수, 키, 허리/둔부 비례, 체중, 손가락의 2D/4D 비례 등이었다. (손가락의 2D/4D 비례는 동성애의 성호르몬 가설을 입증하는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집합적으로(전체적으로) 모든 검정된 변이들은 서로 중첩되면서 남녀 동성애 행동에서의 변이의 8 - 25%를 설명하였다. 즉 이런 특성들을 많이 가질수록 동성간 성행위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함의하는 바는 다음 칼럼에)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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