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사회 내 수많은 개신교 목회자가 교회 바깥 노동 현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 가고 있다. 혹자는 이중직 목회를 선택한 개신교 목회자들을 향해 실패한 목회자들이라며 유감을 표하곤 한다. 이러한 흔한 반응은 교회의 주체를 목회자 개인으로 설정한 데서 비롯한 오도된 생각이다. 이는 만인사제설에 기초한 개신교의 교회론과 사뭇 다른, 혹은 변형된 교회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생계 차원에서 다루어져서는 안 되는 주제다. 이중직 논의는 우선 ‘교회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본 도서의 저자 최주광 목사(홍예교회 담임)는 이 책에서 지속 가능한 교회와 목회자의 이중직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에 대한 자기서사적 신학을 담아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인간답다. 사람답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흔히 뉴스를 통해 접하는 흉악범들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 같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과 다르게 생겨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지 않고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이 아닐까. 기독교에서는 신이 인간을 공감한 사건을 가리켜 인카네이션, 곧 성육신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어 “‘카네이션’이라는 단어가 ‘피부, 살, 몸’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에서 온 것을 보면 하나님은 우리의 살을 뚫고 침투하실 정도로 우리에게 깊이 공감하시는 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양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고 이용해야 행복이 보장된다고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메시지와 반대되는 것이 바로 예수 정신이다. 예수의 도를 따르던 처음 교회의 성도들은 ‘길의 사람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고 말씀하셨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면 나그네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시 나그네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했다. 바로 이곳이 길의 사람들의 출발점이다. 나그네가 되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삶이 어떤 것인지 공감하는 자리 말이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교회로 존재해야 한다. 일정한 장소와 제도 속으로 들어오라고 외치는 교회가 아니라 사람들 곁에서 교회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교회로부터 재정을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시행착오 끝에 목회와 병행하기에 용이한 목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교회로 존재하기 위해 일터로 나서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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