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20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명목상 교인들,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명목상 교인은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거나, 혹은 가족에 이끌리어 수동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이들(한국형 명목상 기독교), 또는 기독교를 문화적으로 받아들이는 크리스텐돔(Christendom) 체제의 자칭 그리스도인들(서구형 명목상 기독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한창 기독교가 확산하는 곳에서도 복음의 혼합과 약화로 인한 명목상 기독교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세계 기독교의 성장은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의 일부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가 성장하는 만큼, 번영신학과 혼합주의 신앙의 문제도 심각하다”며 “얼마 전 만난 동남아 지역의 한 선교사는 그곳에서 자신이 다녀봤던 현지 교회들 대다수가 번영신학에 물들어 있다고 안타까워한 적이 있다. 명목상 기독교의 문제는 진정한 회심과 온전한 제자도를 위한 과제이며, 복음이 전파된 곳에서는 늘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한국의 명목상 기독교 조사에서는 명목상 교인들의 신앙 의식과 윤리적 삶에 주목해야 할 결과들이 있었다”며 “기독교의 핵심 교리들에 대한 동의 비율에서 명목상 교인들은 객관적인 교리들인 성경, 예수의 속죄, 성육신, 성령, 창조, 동정녀 탄생에 동의하는 비율이 70퍼센트 후반에서 80퍼센트 후반에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반면,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죄인’(48.1%)이나 ‘하나님이 지금도 인간의 삶에 개입하신다’(68.3%)에는 동의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가장 동의하지 못하는 항목은 ‘기독교 외에 다른 종교에 구원이 없다’(38.2%)였다”며 “이 결과를 보면 명목상 교인들은 기독교에서 표방하는 일반적인 신앙 주제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지만, 죄 문제와 하나님의 개입과 같은 실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신앙이 그들의 실제적인 삶으로 스며들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신앙 윤리와 관련된 물음에서도 명목상 교인들은 가장 관용적인 항목은 1위가 음주, 2위가 이혼, 3위가 혼전 성관계, 4위가 흡연 순으로 나왔다”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목상 교인과 비명목상 교인 간에 허용하는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 항목들이 있다. 사주, 점, 풍수지리에 있어서 ‘해도 무방하다’는 응답 비율이 명목상 교인은 41.3퍼센트, 비명목상 교인은 7.7퍼센트로 나와서 약 5.5배 차이가 난다”고 했다.
또한 “동성애에 대해서도 명목상 교인은 23.9퍼센트가 허용, 비명목상 교인은 5.3퍼센트가 허용한다고 답해서, 약 4.5배의 차이다. 제사에 대해서 무방하다는 응답도 명목상 교인은 48.7퍼센트가, 비명목상 교인은 13.9퍼센트로 나와서 약 3.5배의 차이가 난다”며 “이같이 실제 생활의 문제로 들어가면 명목상 교인들은 비교적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과 비교할 때 윤리관과 가치관에서 큰 괴리현상을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명목상 교인들을 위한 사역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라며 “이번 조사에서는 명목상 교인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몇 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교회에서 사람들의 신앙 수준에 맞는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 진단”이라고 했다.
이어 “교회 안에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정작 신앙의 기초에 관해서, 즉 성경과 기독교에 대해서 문외한인 많은 ‘숨은 그리스도인들’을 배려하는 모임은 드물다는 것”이라며 “기독교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양육은 상시 제공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특정 초신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회중 전체가 복음의 기초를 갱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둘째로 명목상 교인을 포용하는 소그룹과 같은 공동체 사역이 필요하다”며 “명목상 교인이 된 이들 중에는 교회 안의 구역이나 모임이 형식적이거나 이미 친하게 지내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것에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셋째는 아직 신앙이 미숙하거나 자라지 못한 이들을 위한 목회적 돌봄의 필요성”이라며 “목회자들은 주로 공식적인 사역에 전념하다 보니 교회 내의 직분자들이나 신앙의 연륜이 있는 이들 중심으로 교제권을 국한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신앙의 언저리에 있는 이들에게 목회적 돌봄이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명목상 교인에 대한 사역을 목회자가 도맡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목회자 중심주의, 성직주의는 명목상 기독교를 유발하는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목회적 돌봄은 전임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 리더들이 상호 유기적 체계를 이루어 교회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수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명목상 교인들을 위한 사역의 방향으로 신앙의 기초 교육과 공동체, 그리고 세심한 목회적 돌봄의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이 모든 것은 은혜의 복음 선포라는 토대 위에 있어야 한다”며 “신앙 교육과 공동체, 그리고 목회적 돌봄에서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만남이 반복되며 강조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명목상 기독교의 문제는 정교한 사역 프로그램의 설계로 해결되지 않고, 은혜의 복음이 회중 전체의 확신과 기쁨이 되고, 우리 삶에 깊이 스며들 때 원천적인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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