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청소년들 위한 교육자이자 상담가로 살아온 삶
문학상담, 자신의 내면 알아가고 영적으로 성숙하는 여정
‘문학상담’이라는 다소 생소한 영역을 다루고 있는 상담가인, 이혜성 총장은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오랫동안 섬긴 동안교회의 미술선교부에서 작품활동을 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카운슬러협회 회장, 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 (사)한국심리학회의 상담 및 심리치료학회 회장 등 주요 경력만 봐도 청소년들을 위한 상담가로, 대학의 교수로도 평생을 살아온 이 총장은,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를 이끄는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60년대, 초등학교나 중학교도 가기 어려웠던 시절에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 후 택한 직업은 중학교 선생이었다. 문학소녀였고, 청소년들 문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존경받는 교사로서 삶을 사셨던 아버지의 직업을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재적 5년 후에 진로를 바꾸게 된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문학적 감수성을 말과 글로 표현하여 문학을 잘 다룰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상은 수업 시간에는 문학의 감성과 본질을 제대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문법이나 어떤 교육체계의 틀, 시험 문제의 정답을 찾기 위한 공부들이 싫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청소년들의 창의성 개발이나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줄 수 없다. 그리고 학생들은 성장하는데, 나는 항상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성장을 원했었다”라며 진로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1968년 그 시기, 이 총장은 29살의 ‘노처녀’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나에게 많은 힘을 주셨다. 그 시대의 한국 사회의 통념과 다르게 여성인 나에게도 ‘역량과 재능을 키우라’고 격려해 주셨다. 아버지는 교사로 일생을 보내셨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제자들이 딸들인 우리 형제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을 정도로 존경받는 분이였다”고 회상했다.
부모님은 이북 출신으로 이 총장도 만주에서 태어났다. 1948년, 심상치 않은 북한의 상황 속에서 그녀의 가족들은 월남했다. 어머니는 중국 신천에도 계셨는데 “그곳에서 선교사님들을 따라다니시며 많은 사역을 하시면서 젊은 시절부터 신앙이 두터우신 분”이셨다고 했다.
인천중학교 교감이시던 아버지는 딸들의 교육을 위해 서울의 이화여고로 갔을 정도로 자녀들의 교육을 중시했다. “아버지는 나에게는 멘토이다. 교직의 멘토이다. 내 인생을 리드해신 좋은 상담자였다. 나는 대학 교수가 되고 나서도, 세미나를 준비하며 아버지에게 리허설을 했을 정도였다. 어머니에게는 기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기도의 삶을 배웠다”며 이 총장은 부모님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했다.
또한, 그녀의 부모님은 이 총장이 지금도 미술선교부에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동안교회’(담임 김형준 목사)의 초창기 성도였다고 한다. 이 총장은 그 교회에서 평생을 신앙생활을 해 왔다.
“Romantic Counseling, Wonderful Counselor!”
상담은 립 서비스 아냐...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
국어 교사로 재직하며 한계를 느낀 이혜성 총장은 진로를 변경했지만, 청소년에 대한 마음은 여전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심리상담을 선택했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그 후 서울여대와 이화여대를 비롯한 오랜 교수 생활과, 청소년 사역과 상담에 관한 공적 일에 헌신해 왔다. 모든 일은 거의 청소년 사역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청소년 상담과 더불어 ‘여성, 문학상담, 인문상담’ 등을 비롯한 폭넓은 활동과 저술도 빼놓지 않았다.
그런, 이혜성 총장은 자신의 ‘50년 상담의 결론’을 “로맨틱 카운슬링, 원더풀 카운슬러(Romantic Counseling, Wonderful Counselor)”라고 제시했다.
왜 로맨틱인가? 이 총장은 이에 대해 “상담실에 가면 내담자들(상담을 받는 사람)은 대개 상처를 위로 받고 공감을 얻고, 수용되고, 이해받고 싶어서 상담을 받으러 간다”며 “결국, 상담자에게 얻을 수 있는 도움은 사랑”이라고 했다.
‘HELP’는, (H: hope, E: encouragement, L: love, P: peace)의 축약어로, 이 총장이 추구하는 상담의 핵심요소이다. “상담은 삶 속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삶이라는 글자 안에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삶의 여정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상담”이라고 정의했다.
동시에, 현재 상담의 흐름이 급속도로 대중화되면서 ‘피상화’되어 가는 경향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은 상담을 너무 쉽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상담은 그런 것(가벼운 위로, 단순한 기분 전환용)이 아니다. 내담자가 진정한 자신을 찾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상담이 립 서비스로 끝나면 안 된다”고 조심스럽게 경고한다.
문학상담, 자기 자신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핵심
문학비평이나 분석 아냐… 내면 깊이 통찰해야
이혜성 총장의 남편인 우천 오병태 회장은 기업 이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일생 벌었던 재산으로 학교를 설립했다. 아내가 상담학 교수이고, 청소년상담원 원장을 하고 있었음에 착안해 상담대학원을 고민하게 됐다. “젊은이들이 자기의 인성에 바탕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상담교육이며, 육성사업으로 생각”하여, 이들은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를 2010년에 설립하게 된다. 이 총장은 “직접적으로는 아내를 위해서”였다며 “남편이 ‘당신을 위해서 학교를 세운다’라는 말을 나에게 종종 했었다”고 미소를 띄우며 고백하기도 했다.
‘성장, 소통, 실현’이 교육목표인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는 인간의 발달단계별로, 아동, 청소년, 산업, 노년, 등 다양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철학 상담과 문학 상담, NLP(Neuro-Linguistic Program) 등의 특정 영역을 활용한 상담도 진행되고 있다. 교수들과 학생들도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피상적 관계가 아닌, 멘토와 멘티의 관계로 인격적인 만남을 맺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직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문학상담’은 ‘문학활동’을 매개로 하는 상담이다. 이 총장은 “상담은 자신을 튼튼하게 키워서 자신답게 사는 삶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자기 삶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자기 됨됨이를 이해하며 자기 스스로 만족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 핵심으로, 이런 개념을 적용하여 문학상담은 ‘성찰, 수용 적용, 실현’ 등 4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내담자가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문학을 통한 자기표현’과 ‘통찰력’을 통해 자기를 이해하고 성숙하는 과정을 걷게 된다. 이처럼 “표현력과 통찰력을 활용하는 것이 문학상담”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문학상담 과정에서는 내담자가 자기 일을 시와 수필처럼 쓰게 된다. 이 총장은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표현’이고, ‘자기해방’으로, 이를 통해 내담자가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과정을 통하는 상담”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특정 병리적 현상을 치료하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 내담자가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알고 내면과 삶을 성장시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학상담의 주어는 상담이기 때문에 문학상담은 문학 평론이나 문학비평이나 분석이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문학상담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전인적’으로 사람을 보는 것이다. 자신의 심리를 분석하고 쪼개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에 주입하는 것 그만… 잠재력 끄집어 내야
어른들, 대화하는 법 몰라… 배워야 해
이 총장은 ‘문학 상담의 한 예시’로 ‘시 꼴라주’(Collage) 작업을 들었다. 상담의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거나, 자신의 마음에 ‘울림이 있는 시가 적혀진 종이를 가지고 찢어서 붙이는 시각적 작업이다. 단순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내담자들이 함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시와 연관된 마음과 경험을 서로 나누는 작업이다. 주제로는 ’영글어지는 자연과 만남, 친구와 만남‘ 등 다채로울 수 있다.
’시 꼴라주 작업 매력‘으로 “참가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배우면서 자신의 지경이 확장되고 다른 이들과 합일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며 “내가 미쳐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상대방에 대해서도 지평을 얻게 된다. 인생이라는 것이 상대방을 알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 과정이 다양하게 해주는 것이 ’문학상담의 매력‘”이라고 했다.
“청소년들이 많이 무너지는 세대이다. 대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청소년들과 많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하며 어른들의 대화법을 지적했다.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무엇인가를 집어넣고 가르치려고 드는데 하나님이 사람을 자신의 모습으로 창조하셨다. 아이들은 누구나 잠재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잠재력을 믿어주고 수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성인들의 대화법에 대한 교육울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뭔가 집어넣는 것이 아니다. 주님이 그들에게 이미 넣어 주신 것을 그들로부터 끄집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별히 어린아이들도 강력하게 영향을 받는 미디어가 잠식한 이 사회에 대해 “책 「2024년 트랜드코리아」에서는, 우리 사회는 ‘분초사회’라는 말을 하더라, ‘분초단위로 바쁘게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의 내면의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며 “이를 위해 자신을 침잠시키고, 훈습하고, 명상하고, 깊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예수님은 ‘원더풀 카운슬러’”라며 “예수님은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수용하고 그 사람이 진실로 원하는 것을 일깨워주면서 그 힘이 그 안에 있음을 알려주는 진정한 카운슬러”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80세가 넘은 이 총장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도 정력적인 대답을 내놨다. “상담을 인문학에 기반해서, 인간을 보다 깊고, 입체적으로 하나님이 창조 때 부여하신 신비한 가능성을 펴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것이 인문학에 바탕한 ‘인문상담학’으로, 앞으로 인문상담학 연구회나 학회를 만들어 이것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보급하는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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