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사회윤리학회(회장 이종원)가 최근 한국여성신학회·숭실대학교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HK+사업단·한국연구재단과 공동으로 서울 동작구 소재 숭실대학교에서 ‘인공과 자연 사이에 선 인간 - 포스트휴먼시대, 기독교사회윤리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2023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 첨단기술시대의 기독교사회윤리
이날 김은혜 교수(장신대 기독교와문화)가 ‘첨단 기술 시대의 기독교 사회윤리의 과제와 전망: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에 대한 신학적 상상력으로서의 기술 신학 정립’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관련 첫 국제회담이 드디어 열렸다. 지난 11월 2일 영국에서 28개국이 참여한 제1회 AI 안전정상회의인데, 그것이 갖는 함의는 AI기술이 국제적으로 공동대응을 해야 할 만큼 위협적이라는 것”이라며 “이때 채택된 ‘블레츨리 선언(The Bletchley Declaration)’ 의 핵심은 AI기술의 잠재력과 안전성의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이 ’모든 결정의 주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에 관한 연구가 중요한 것은 기술이 현대사회문화의 변화를 추동해 가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라며 “특별히 기독교 사회윤리학의 시대적 사명은 기술에 대한 윤리적 규범을 제시하고, 기술개발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응답해야하며 더 나아가 기술발전의 방향에 대한 공적인 담론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은혜 교수는 “팬데믹 3년을 겪으며 기술과학의 변화는 사회문화 전반의 변화를 넘어 오랜 기간 익숙했던 교회 활동과 신앙방식, 그리고 신앙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도록 만들었다”며 “그리스도인들의 일상이 연결된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터넷을 넘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타버스, ChatGPT 등으로 속력을 내는 기술은 인간의 필요와 의도에 따르는 도구적 기계의 수준을 넘어서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인간의 사유와 활동 전체에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첨단기술 시대의 기독교 사회윤리는 인간이 기술을 만들지만 동시에 기술환경이 인간성과 삶의 방식과 더 나아가 문명전환을 가져오는 현상을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첨단과학기술 시대, 포스트 휴먼의 시대, 인공지능과 사이보그의 시대는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 그리고 팬데믹으로 이어지는 범지구적 위기들과 중첩되면서 다중위기를 겪고 있지만, 정작 이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핵심적 추동력으로서의 ‘기술’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빈곤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술 이해의 새로운 가능성을 토대로 인간과 기술의 상호관계성을 깊이 성찰함으로 궁극적으로 인간성에 대한 고양과 인간과 기술환경과의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역사는 자연환경만이 아니라 기술환경과의 복잡한 상호영향 안에서 형성되어 왔음을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별히 “첨단기술 시대에 응답하는 만물 신학의 관점에서 팬데믹 이후 속력을 내는 기술 발전을 그저 놀라움과 위협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마주하는 기술 문화가 신앙생활에 미치는 급진적 영향을 신학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를 기초로 기술 신학의 기초적 내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것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공동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과 기술개체와 만물이 함께 그 세계에 대하여 반응하고 책임질 수 있는 ‘윤리적-존재론적-인식론적’ 역량을 증진시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 기독교사회윤리의 과제
김은혜 교수는 “종교는 그 어떠한 시기에도 과학기술을 일방적으로 중지시킨 적은 없다. 왜냐하면 긴 역사를 지나면서 변치 않은 기독교 진리를 소통하기 위한 매체는 기술을 통해서 끊임없이 변화되어왔기 때문”이라며 “기독교사회윤리의 과제는 고도기술의 발달로 전 지구적 위기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인간 문명에 신학적 대안들을 제안하며, 기술과 인간의 존재론적 관계성에 대한 윤리적 담론을 통해 만물의 공생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 기술개념의 변화
이어 “먼저는 기술개념의 변화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은 매 순간을 기술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며 “우리가 도구적 기술개념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수용하고 기술대상을 기술과 인간, 사회와 자연 그리고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체로 바라볼 때 첨단 기술 시대의 신앙 공동체의 의미 형성 과정과 가치 생산구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술시대에 현대인은 생활의 매 순간순간을 찾고 보고 대화하고 듣고 만들고 중계하고 구매하면서 만들어가는 그 연결은 끝이 없다”며 “이 디지털 매체가 만들어가는 연결의 기록은 네트워크를 통하여 매 순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유기체처럼 우리들의 생활공간을 만들어 가며 인간 중심적인 기술개념을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 기술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성찰
그리고 김 교수는 “둘째로 기술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성찰이다. 현대 기술사회는 기술의 인간화와 인간의 기술화가 공존하여 때로는 복잡한 현상을 만들어내는데 그 복잡함은 어떤 것이 우선적인 가치인지 분별이 어려울 때가 있다”며 “만약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기술 대상들과 인간의 존재론적인 관계를 설정하게 되면 전통적인 수동과 능동의 관계를 극복하게 하고 각각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창조 세계 속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이어 “시몽동의 고유한 기술적 존재 양식의 인식은 ’타락한 세상‘이라는 과도한 구원론적인 개념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피조세계 속에 만물을 경외와 감탄으로 바라보게 하는 성경적 관점과 연동되어 첨단 기술의 시대에도 신학적 상상력을 통해 활동하는 비인간 객체들을 인간과 더불어 온 세계를 향한 창조와 구원의 서사를 이루는 매개자로 관계 맺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이 세계는 만물의 화해와 인간과 비인간의 역동적 협력관계 속에서 고유한 각각의 존재방식을 토대로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이라며 “만물에 대한 성경적 이해는 기술과의 상호관계적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공적 영역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신학을 반성하며 적극적이고 문화 변혁적 기술신학을 구성할 수 있는 성경적 토대”라고 했다.
더불어 “기술 신학적 구성으로서의 만물신학은 만물에 깃든 그리스도의 의도를 성찰하고 매개자로서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며 만물이 내재와 초월의 관계성 안에서 드러남을 인식하게 한다”며 “이때 세계의 유지자이신 그리스도와 만물과 인간과 존재론적인 관계성을 신학화함으로 인간과 기술의 공존과 상호협력적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혜 교수는 “마지막 셋째로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고유한 역할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만물신학은 인간의 한계와 동시에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기술 개체는 모두 인간의 창조성, 생산성 그리고 발명과 같은 기술 본성이 결합 된 결과다. 즉, 기술 개체들과의 관계에서 핵심에 있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라고 했다.
이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나타내는 중재자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하나님께 책임을 지는 존재”라며 “그런데 인간의 특별한 존재 규정은 예외주의로 귀결되기보다 오직 창조 공동체 안에서만 유효함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온 세계를 하나님의 만물로 이해할 때, 우리는 모든 만물에 초월적 내면이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만물에 대한 우리의 경험을 하나님에 대한 경험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또 “이러한 그리스도와 만물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인간-비인간의 관계맺음을 통해 신적인 목적을 실현해 가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 그리스도인, 인간과 기술 관계 파악해 윤리적 책임·가치 바르게 설정해 나가야
김 교수는 “그리스도인들은 기술과 인간과 세계와 하나님의 창조신학적 관계를 파악하고 그것을 판단하는 윤리적 책임과 가치들을 바르게 설정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과정은 기술과 신학의 대화만으로는 불충분하며 다양한 공적인 영역에서 기술이 가져올 엄청난 긍·부정적인 현상을 분석하는 담론에 참여하면서 미래의 더 좋은 세계를 그려나아 갈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계론적 관점은 기독교가 기술은 그 자체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부여하신 인간의 창조성과 발명과의 결합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 왔음을 인식하도록 한다”며 “제아무리 빠르게 변화되는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 기술이 지구와 인류를 위해 바른 방향으로 진보할 수 있도록 신학이 적극적 공론의 장에 참여해야 하는 책무가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주제별 발제가 진행됐다. ‘인공’ 주제로는 △최경석 박사(남서울대)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자유’ △송용섭 박사(영남신대)가 ‘도덕적 인공지능과 비도덕적 사회’ 주제로, ‘자연’ 주제로는 △김나경 박사(성공회대)가 ‘켈트의 창조영성에서 본 여성생태 윤리 - 빙엔의 힐데가르트의 Viriditas(생명력과 치유)를 중심으로’ △이장형(백석대)·박철하(세한대)가 ‘메타버스 대중화 시대의 기독교윤리적 책임’ 주제로, ‘인간’ 주제로 △김희준 박사(세종대)가 ‘Chat GPT 시대의 설교윤리’ △최순양 박사(이화여대)가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여성신학적 성찰’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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