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평화, 정의’ 등 일반 컨텐츠 속 의미 있는 가치도,
“영적으로 유익할 수 있어” 답변...유연성 늘어나
기독교인들, 일반 뉴스보다 교회나 목회자들 정보 신뢰
정보 사실체크는 미흡....미디어 리터러시 떨어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이 1천 명을 대상으로 ‘기독교인들의 미디어 사용 상황’에 대해 조사한 후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유튜브와 SNS’ 등의 온라인 매체와 ‘TV와 라디오’ 등의 기성매체 이용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이용 상황이나, 연령별 차이,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기독교 컨텐츠’와 ‘비(非)기독교 컨텐츠’에 대한 시각 등을 비롯해 가나안 성도들의 미디어 이용, 가짜뉴스에 대한 판별과 대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기독교인들도 20대는 유튜브, 30대는 OTT, 60대 TV와 라디오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 연령층이 하루에 1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나 비 신앙인들과 매체 이용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인 대다수(84%)가 평소 기독교 컨텐츠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주 1회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률은 60%였다. 연령이 높은 층이 주 3회 이상 보는 반면, 연령이 낮을수록 ‘기독교 컨텐츠’에 대한 소비는 떨어졌다. 신앙생활 연수가 오래될수록, 예배 참석 빈도가 높을수록, 직분이 높을수록 주 1회 이용하는 비율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기독교 콘텐츠’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46.8%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의 23.2%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서, 비기독교 콘텐츠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태도가 적대적이지만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 항목에서 일반성도 중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43.1%인데 비해, 서리집사(50.5%)와 중직자(50.2%) 비율이 더 높았을 뿐 아니라, 신앙 단계와 비례하여 높아지는 것(1단계 27.8%, 2단계 45.5%, 3단계 51.5%, 4단계 55.9%)으로 나타났다.
서울여대 박진규 교수(언론영상학부)는 이에 대해 “개인 삶에서 신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리고 교회 직분자들 사이에 비기독교 콘텐츠와 신앙 사이의 관계를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태도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기독교 콘텐츠의 ‘내용에 대한 인식’에서도 역시 유연한 태도가 나타났다. ‘교회, 하나님, 예수님’ 등 기독교의 대표 상징이 없더라도 ‘사랑, 평화, 정의’ 등 그 속에 담긴 가치가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다면 기독교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는 응답자가 35%에 이르렀다. 이런 대표 상징이 없으면 기독교 콘텐츠가 아니라는 응답(35%)과 같은 수치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개신교 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세속미디어는 영적으로 유해하기 때문에 피해야 마땅한 것’이라는 식의 담론과는 결을 달리한다. 상당히 경직된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통상적 인식과는 달리 다수의 개신교인은 비기독교 콘텐츠에 대하여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며 “그렇다면 개신교인들의 이러한 태도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세속문화를 적대적으로 규정하는 주류적 입장에 대한 의도적 거리두기로 해석할 수도 있고, 이렇게 열린 태도를 제시하는 것이 공개적인 설문조사에서 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응답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또는 개신교인들의 미디어 소비에 있어서 비기독교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실에 대한 방어적 기제일 수도 있겠다. 인과관계를 엄밀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실증 연구가 요청된다. 하지만 개신교 일부에서 생산하는 비기독교(세속) 미디어에 대한 적대적 담론은 개신교 집단 전체의 인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가나안 성도들, 기독교 컨텐츠 주일에 주로 이용하며, 정서적 위로 원해”
‘가나안 성도들’의 기독교 콘텐츠 사용 조사에서, 가나안 성도들은 기독교 콘텐츠 사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주 3회 이상 이용하는 비율이 7.4%에 머물러 교회출석자의 33.8%에 크게 못 미쳤다. “이용하지 않는다”는 비율 역시 37.8%로 나타나 11.2%의 교회출석자와 대비됐다. 이들 역시 주로 유튜브를 통해 기독교 콘텐츠를 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독교 TV와 라디오의 경우 교회출석자보다 더 큰 비중을 보이는 반면, 소셜미디어 기독교 채널과 기독교 인터넷 커뮤니티는 더 적게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가나안 성도 중 기독교 콘텐츠를 일요일에 이용하는 비율 45.8%은 교회출석자의 32.2%보다 높다. 교회출석자의 기독교 콘텐츠 이용 자체가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나안 성도들은 주로 일요일에 온라인 예배를 위해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편, 기독교 콘텐츠를 ‘대체재’로 인식하는 가나안 성도는 전체의 50%로서 교회출석자의 18.6%를 크게 상회한다. 또, 47.3%가 ‘사랑, 평화, 정의 등의 가치가 기독교 정신과 부합할 때’ 기독교 콘텐츠라고 생각함으로써 교회출석자 32.9% 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다”며 “교회출석자와 비교해 이들은 ‘정서적 위로’를 주는 콘텐츠에 대한 필요는 높고, ‘신앙적 동기부여’를 하는 콘텐츠에 대한 필요는 낮았다. 흥미로운 점은 교회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위한 콘텐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교회출석자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를 통해 가나안 성도는 기독교 콘텐츠, 비기독교 콘텐츠 모두에서 교회출석자에 비해 이용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제도권 교회를 벗어난 신앙생활에 미디어가 제공하는 자원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라며 “따라서 가나안 성도가 더 미디어 의존적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현재 이들의 기독교 콘텐츠 이용은 주로 온라인 예배를 위한 주일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비기독교 콘텐츠의 신앙적 의미에 대한 생각, 기독교 콘텐츠에 대한 낮은 만족도 등을 보면, 가나안 성도는 출석교인보다 더 엄격하고 까다로운 잣대를 가지고 기독교/비기독교 미디어를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하지만 기독교 콘텐츠의 내용을 가치적인 차원으로 규정함으로써 더 확장된 정의를 내린다는 점과 함께, 기독교 콘텐츠의 ‘대체재’로서의 기능을 높게 평가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가나안 성도들의 적극적 미디어 이용 가능성은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독교인들은 ‘언론사 및 기자가 제공하는 뉴스(26.7%)’보다 ‘교인 및 목회자가 제공하는 뉴스 (41.1%)’를 더욱 신뢰하고 있었다. 교인 및 목회자가 제공하는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높았고, 연령이 높을수록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또한 예배참석 빈도가 높고, 교회에서 직분이 높으며, 신앙 단계가 중심층일수록 교인 및 목회자가 제공하는 뉴스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나타냈다. 반면에 언론사나 기자가 제공하는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으며, 신앙생활 연수가 짧을수록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아신대학교 유지윤 교수(기독교교육과)는 “기독교인들이 전문적인 저널리즘 교육을 받은 기자나 언론사 다 교인 및 목회자가 제공한 뉴스를 더 신뢰한다는 사실은 교회가 허위정보에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교인 및 목회자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허위정보가 별다른 검증 없이 빠른시간 내에 퍼져나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교회를 통해 생산 및 유통되는 허위 정보는 대부분 ‘긴급 기도 요청’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주로 ‘목사님 혹은 선교사님께 받은 긴급 기도 제목’으로 시작되는 메시지는 성소수자나 이슬람에 대한 혐오 정서를 자극하거나, 특정 정당이나 정책 활동을 반대할 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문제는 이와 같은 허위 정보의 출처가 목사 혹은 선교사라는 이유 하나로, 혹은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교인이나 목회자라는 이유 하나로 기독교인들이 해당 허위정보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전달받은 허위정보가 기자 및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와 상반될 때, 후자를 기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허위 정보에 대한 교회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올바른 뉴스 10항목과 가짜뉴스 10항목을 제시해 기독교인들의 대답을 조사한 결과’에 대해 “기독교인들의 전반적인 뉴스 리터러시 역량이 높지 않다. 설문조사 결과, 기독교인들은 허위정보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허위정보 10개 중 절반 정도는 사실로 알고 있었다”며 “이와 같은 현상을 비단 기독교인들만의 문제로 볼 수 없지만, 교인 및 목회자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고려한다면, 교회야말로 허위 정보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인들은 허위정보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을 우려하면서도, 허위정보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보거나 적극적으로 수정하기보단 회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유통되는 허위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허위정보라고 의심되는 정보를 받았을 때 추가적인 정보를 찾아보거나, 정확한 정보를 밝히는 경우는 소수에 그쳤다”며 “지금과 같이 교회가 정치적으로 양극화되어 숙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허위정보를 회피하는 행동은 교회가 허위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토양을 제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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