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임원택)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소재 백석대학교(총장 장종현)에서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제81차 정기논문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강연에는 이승구 교수(합신대 조직신학)와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담임)가 강연자로 나섰다.
먼저, ‘성경적 교회와 교회를 위한 신학’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이승구 교수는 “우리들이 모여서 예배하고 여러 활동을 해 나가는 공간인 예배당을 ‘교회’라고 하는 일이 오늘날까지도 만연하다”며 “여기에는 잘못된 선입견도 작용하지만 성경을 번역할 때 아주 넓은 의미로 번역한 실질적인 오역(誤譯)이 그런 잘못된 용례를 한국교회가 계속 사용하게 한 것이라고 여겨진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의 모든 신학적 작업은 성경이 말하는 교회를 위한 것이다. 그것은 ‘교회를 위한 신학’(Theologia pro ecclesia)이라고 해 왔다”며 “늘 강조한 것과 같이 이는 그저 현존하는 교회를 더 융성하게 한다는 말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물론 모든 교우들이 더 열심을 내고 주님께 더 헌신하는 결과가 나타나야 한다. 성화가 진작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신학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때로는 우리 교회가 잘못된 것을 가지고 있을 때 그것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교회를 위한 신학”이라며 “종교개혁 시대에 첫째로 비판하면서 버리자고 한 것이 면벌부를 발행하고 이를 팔고 사는 관례였다. 결국은 중세 말기에 있던 면벌부 제도는 사라졌으나 지금까지도 천주교의 이른바 교황이 사면을 선언하는 일은 남아 있으니 천주교회는 아직도 이 관례에서 온전히 벗어났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교회를 신약 성경이 말하는 교회답게 만들어 가려고 하는 개혁자들의 직업이 참으로 교회를 위한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며 “루터의 말로 표현하면 영광의 신학은 교회를 위한 신학이 아니고, 고난의 신학이야말로 교회를 위한 신학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빙크와 함께 ‘교회는 소망 중에서 고난을 당하면서 예수님의 재림과 모든 원수들에 대한 승리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리스도의 공로에 근거하여 하는 예배, 그러기에 그저 감사하는 예배, 우리로서는 주께서 친히 구속하신 사람들과 공동체를 다 드려서 우리 교회를 주께서 마음대로 사용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는 그런 구속에 근거한 성령님 안에서의 영적인 예배가 회복되어야 한다”며 “이것이 신약 예배의 특성이다. 성령님 안에서 우리 존재 전체로 하는 경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영혼의 무릎을 꿇어 경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인간들의 공로와 기여에 대한 의식이 조금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예배 중에 인간이 높여지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 오직 신약 성경이 명시적으로 언급한 요소들만 가지고 예배하자고 했던 칼빈과 개혁파의 전통을 우리들은 존중해야 한다”며 “루터와 루터파 사람들이나 성공회에서는 이런 점에는 관심을 덜 기울였다. 단지 성공회 안에서 청교도 운동이 일어날 때 칼빈의 강조점에 주의하면서 성경적 예배를 향해 가려는 분들이 그와 일치하여 예배의 규정적 원리(the regulative principle)를 강조했다”고 했다.
또 “여기서 칼빈과 청교도 안에서 개혁파적 운동을 하신 분들의 연관성을 생각해야 한다. 예배의 규정적 원리는 예배의 요소들에 대한 주장이다. 성경에 있지 않은 것들은 예배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칼빈이 말한 것과 같이 예배와 같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아무런 원리를 주지 않으실 수 없다고 하면서 하나님께서 규정한 요소들만 가지고 예배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승구 교수는 “하나님 나라는, 벌코프가 잘 요약하듯이, 어떤 점에서 ‘교회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왜냐하면 하나님 나라는 삶의 모든 표현들에 대한 온전한 통치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님 나라는 인간 노력의 모든 영역에서의 하나님의 통치를 표하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이런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증언하여 교회인 성도들이 여기서부터 하나님의 통치를 제대로 받게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며 “이것을 제대로 하면 교회가 사명을 다하는 것이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의 선포와 예배와 관계성과 인간관계가 과연 하나님 나라를 잘 드러내고 있는지와 우리 성도들로 하여금 예수님의 재림으로 있게 될 하나님 나라의 극치(極致, consummation)를 과연 기다리게 하는지가 우리 교회의 건강을 잘 드러내는 시금석”이라며 “또한 우리들의 교회가 그런 교회가 되도록 하는 일을 할 때 우리의 신학이 건강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두 번째로 ‘교회란 무엇인가: 토대, 방향, 태도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발제한 송태근 목사는 “은혜가 교회의 토대가 되는 것은 자격 없는 죄인들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르신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교회를 설명할 길이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은혜만을 기초로 하는 공동체이며, 또한 그 은혜를 계속해서 흘려보내며 순환시켜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리게 하는 공동체”라고 했다.
송 목사는 “교회가 은혜를 흘려보내는 공동체라는 사실은 또한 교회가 본질적으로 선교적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며 “즉, 교회는 이 땅에서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제사장적 사역을 감당하며, 무엇보다 교회는 사회의 주변부와 낮은 곳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흘려보내는 역할을 감당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가 이 모든 사명을 감당함에 있어서 가져야 할 태도는 십자가”라며 “십자가는 성육신과 더불어 하나님 스스로 인간의 수준에까지 낮아지신 놀라운 사건”이라고 했다.
또 “십자가는 또한 가장 낮아지신 그곳에서 가장 강력한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난 역설의 현장이었다”며 “무엇보다 십자가는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신뢰와 죽기까지의 순종이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세우신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아울러 “당연하게도 하나님의 교회는 이 세 가지 키워드(은혜·선교·십자가)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놀랍고도 크고도 신비한 공동체다. 그럼에도 이 주제들은 교회의 본질을 생각함에 있어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하며, 또한 오늘날 한국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안기고 있다”며 “이를 붙들고 더 씨름하는 가운데 교회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고, 교회가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소원한다”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분과 주제발표와 분과 자유발표가 진행됐다.
분과 주제발표에는 △김성진 박사(고신대원)가 ‘에스겔서 성전 환상(겔 40~48장)의 신약적 의미’ △김주한 박사(총신대)가 ‘바울 서신의 “에끌레시아”(교회)의 의미와 역할’ △태동열 박사(수도국제대)가 ‘성경과 개혁신학이 말하는 교회의 본질과 사명’ △김효남 박사(총신대)가 ‘16~17세기 개혁교회의 여성 사역에 대한 이해’ △최창국 박사(백석대)가 ‘공명적 삶-생명 공동체로서 교회와 SQ’ △정혜연 박사(칼빈대)가 ‘교회 내 또래상담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을 위한 목회상담학적 접근’ △김승곤 박사(주안대)가 ‘마삼락(馬三樂, Samuel Hugh Moffett)의 선교적 교회론 연구’ △이선령 박사(한국침신대)가 ‘찬송시 내 주는 강한 성(Ein Feste Burg)에 나타난 교회론’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분과 자유발표에는 ▲박영복 박사(서울성경대)가 ‘다윗의 인구조사 다시 읽기: 사무엘하 24장과 역대상 21장을 중심으로’ ▲안호준 박사(McMaster Divinity College)가 ‘체계기능언어학(Systemic Functional Linguistics) 레지스터 모드(Mode) 분석과 공관복음서 해석’ ▲이정희 목사(언약이룸교회)가 ‘케빈 밴후저의 신적소통행위모델의 신학적 해석학: 커뮤니케이션 작인자로 부활하는 저자를 중심으로’ ▲전광수 박사(서울성경대)가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야누스” 신화 재고: 인식론적 전환으로서의 회심과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 ▲서지마 목사(팔송정교회)가 ‘설교의 공공성 회복에 관한 연구’ ▲홍구화 박사(합신대)가 ‘해결중심치료에 대한 기독교 상담학적 고찰’ ▲전 진 박사(사우스웨스턴대)가 ‘상황화 관점에서 본 북한선교 연구’ ▲황순도 박사(숙명여대)가 ‘브람스 레퀴엠의 신학적 상징과 의미’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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